밀려오는 중국 자본
투자이민制 도입 이후 중국계 자본 5조원 넘게 투자
푸이다이들 입주할 럭셔리 아파트·리조트 등 건설
분양 세금만 1290억원… 일자리 1만5000개 창출 기대
지난 10일 홍콩에서 이륙한 15인승 자가용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중국 100대 부동산 투자 기업 중 하나인 란딩(藍鼎) 그룹의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하늘의 집무실'로 사용하는 전용기였다. 양 회장은 자신이 투자한 '리조트월드 제주' 착공식을 앞두고 제주에 날아왔다. 착공식이 열린 12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공항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마닐라 등지에서 날아온 자가용 비행기 10여 대가 잇따라 착륙했다. 양 회장과 친분이 있는 중화권 부호들이 양 회장의 초대를 받아 저마다 타고 온 전용기였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1968년 공항이 문을 연 이후 이처럼 많은 자가용 비행기가 한꺼번에 제주공항에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 제주 서귀포시 T리조트 부지에 건설 중인 아파트형 주택의 전경. 중국 부동산 업체가 투자한 이 리조트에는 중국에서 원격으로 실내온도 및 습도 조절이 가능한 최신 IT기술이 도입됐다. /허재성 객원기자
중국의 최상류층인 '푸이다이(富一代)'가 제주도로 몰려오자, 그 뒤를 이어 중국 부동산 자본이 잇따라 제주도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제주공항에 무더기로 등장한 중국계 부동산 부호들의 전용기는 푸이다이가 물꼬를 튼 중국 자본의 투자 러시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리조트월드 제주'는 중국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그룹(리조트월드 '센토사' 운영)의 합작 기업인 람정제주개발㈜이 사업자로 나서 250만㎡에 세계 각국 신화와 전설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 워터파크, 쇼핑몰, 카지노, 회의 시설 등 아시아 최대 복합 리조트를 개발한다. 1500실 규모 럭셔리 아파트와 주거용 빌라를 지어 푸이다이 같은 중국계 부호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총 1조9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 고급 리조트가 들어설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해안가에서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최대 건설 투자 그룹인 녹지그룹이 투자한 이 리조트는 주택·의료시설·호텔·쇼핑몰을 갖춘 럭셔리 차이나타운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허재성 객원기자
중국 최대 부동산 투자 그룹인 녹지그룹이 서귀포에 투자한 H리조트 공사도 한창이다. 리조트와 호텔·쇼핑몰에 의료 시설까지 갖춘 거대 복합 리조트인 이곳은 이르면 2017년 준공될 예정이다. 역시 중국 부동산 투자 기업인 JCC그룹의 최고급 리조트인 T리조트는 오는 6월 준공 예정이다. 총 190가구 중 82평 규모 단독 빌라 26가구는 평당 2000만원으로, 분양가가 16억원을 호가한다. 리조트 공사에는 인부가 매일 600~700명씩, 지난 한 해만 연인원 8만5000명이 투입됐다. 이미 분양을 받은 중국인들은 기업 오너이거나 대기업의 대표, 관료 등 '베이징 소셜클럽'이라고 하는 푸이다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도입된 2010년부터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는 매년 증가했다. 2002년부터 추진된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인 신화역사공원 사업도 10년간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 푸이다이가 몰려오기 시작한 이후인 2013년 10월 중국 란딩그룹과 투자 유치 계약이 성사됐다. 이를 포함해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외국인 투자 사업은 모두 18건, 사업비 8조7000억원 규모다. 중국 본토와 홍콩,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 등을 포함한 중국계 자본이 벌이는 사업이 15건, 8조4000억여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97%를 차지한다.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사업 15건 중 13건이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시행된 2010년 이후 이뤄졌다. 푸이다이가 거대한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계 자본이 몰려오면서, 올해 제주도는 중국 전담 부서인 '중국협력팀'까지 만들었다. 김남진 팀장은 "부동산 투자 이민제 등 중국 자본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 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중국을 상대로 한 투자, 통상, 관광 등 분야에서 상호 동반 발전과 제주 지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푸이다이가 촉발한 투자 붐은 제주 경제를 서서히 덥히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2년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전년보다 1.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증가율(1.09배)을 웃도는 성장세다. 푸이다이 996명을 포함한 외국인 1007명이 고급 리조트 1522가구를 분양받으면서 납세한 세금만도 1290억원에 이른다.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중국 기업들이 투자한 리조트 공사가 2018년 모두 마무리되면 일자리 1만5000개가 새로 생긴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 경제활동 인구 30만명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