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가족의 '수상한' 스위스 산골 호텔 구입...그 뒤엔 F-35 기지가
2028년 호텔과 맞붙은 공군 기지 활주로에 F-35 스텔스기 36대 배치 예정
미 정보당국, 수년 전부터 스위스에 '중국 스파이 활동' 경고
이철민 기자
입력 2024.05.28. 01:28업데이트 2024.05.28. 12:10
스위스 베른 주의 운터베흐(Unterbäch)는 해발 1100m의 알프스 계곡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인구는 500명이 채 안 된다.
2018년 베이징에서 온 왕진ㆍ린징 중국인 부부가 스위스 몽트뢰의 명문 호텔학교(SHMS)를 졸업한 아들 왕다웨이의 이름으로 이 마을에 있는 방 8개짜리 산장(山莊) ‘호텔 뢰슬리’를 사들였다. 구입 가격은 80만 스위스 프랑(약 12억원). 1903년에 지어져 꽤 낡았지만, 여름 트레킹족(族)과 겨울철 스키 인구가 이 마을을 즐겨 찾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투자처럼 보였다. 왕씨 부부는 전망이 좋은 맨 위 스위트룸에 자리 잡았다.
중국인 왕씨 가족이 아들 이름으로 2018년에 산 호텔 뢰슬리. /타게스-안차이거
‘호텔 뢰슬리’의 정면으로는 탐정소설의 주인공 셜록 홈즈가 숙적과 결투를 벌이다가 함께 떨어져 죽었다는 라이헨바흐 폭포와 알프스 만년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독자들의 원성 끝에, 후속작품에서 홈즈를 다시 살려냈다).
문제는 이 산장의 후면 뷰(view)였다. 마이링겐 공군기지와 맞붙어 있어, 군용(軍用) 활주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 기지인데도 울타리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고 마을 도로도 동서남북으로 이 활주로를 지나가, 군용기가 이착륙할 때에는 신호등으로 차량을 통제한다.
호텔 후면이 스위스 공군의 마이링겐 기지 활주로를 바라보는 호텔 뢰슬리의 위치
스위스는 2028년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35 라이트닝(Lightning) II 36대를 이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과 스위스는 2018년부터 F-35가 배치될 활주로를 놓고 협상했고, 2019년엔 미국의 F-35 전투기가 이 활주로에서 시범 이착륙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왕씨 부부가 ‘호텔 뢰슬리’를 사들인 것이다.
스위스 일간지인 타게스-안차이거(Tages-Anzeiger)와 블릭(Blick), 스위스 라디오TV(RTS),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ㆍ영 정보 당국은 이 중국인 가족의 산장 구입이 사실은 F-35의 기밀을 빼내려는 중국의 장기적인 투자였다고 본다”고 최근 보도했다.
2019년 5월, 마이링겐 기지 활주로에 착륙한 미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블릭
왕씨 가족에겐 사실 수상한 점이 없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이 산장을 구입한 왕진 부부는 스위스식(式) 요리를 배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또 가장 붐비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비롯해 장기간 산장을 떠나 베이징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빵을 직접 굽지 않고, 슈퍼마켓에서 사온다” “엘리트 호텔경영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뜨거운 우유를 커피에 섞는 스위스식 카페오레를 만들지 않고, 찬 우유를 커피에 붓는다”고 불평했다.
이 산장의 새 주인 왕진은 세련된 독일어를 구사했다. 독일(서독)과 스위스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아버지 덕분에 독일어를 배웠다고 주민들에게 말했다.
왕진의 어린 시절에, 두 나라에서 중국 외교관으로 근무한 왕씨는 4명이었다. 2명은 스위스에서 무관(武官)으로 근무했고, 서독의 왕씨 외교관 2명 중 한 명은 수 개월 만에 떠났고, 한 명은 중국 관영 매체 기자 출신으로 나중에 대사가 됐다.
WSJ는 “1950년~1960년대 중립국 스위스는 유럽 스파이활동의 중심지였고, 많은 중국 외교관들은 스파이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초대(初代) 스위스 대사였던 펑쉬안은 나중에 정보ㆍ보안기관인 중국 국가안전부의 부(副)부장이 됐다.
왕진 부부가 호텔 뢰슬리를 구입할 즈음, 중국 국가안전부의 스위스 내 스파이 활동은 최고조에 달했다. 스위스 연방정보국(NDB)은 러시아보다도 더 많은 중국 스파이가 과학자, 기자, 사업가로 위장해 활동 중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20년 중국인 직원들이 새로 이 산장에 왔는데, 영주권도 없이 직원으로 일했다.
미국은 무려 17조 달러를 들여서 개발한 ‘현대 공중전의 제왕’이라 할 F-35의 기밀 보안에 철저하다. 전투기가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는 조종사 헬멧부터 이 전투기의 거의 모든 것이 톱 시크릿이다. 미국에선 제트 엔진을 찍는 것도 금지돼 있다고 한다.
중국은 10여 년 간 F-35에 들어간 첨단기술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2015년엔 중국 해커들이 F-35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 사에서 테라바이트급의 데이터를 훔쳐간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은 2017년, F-35 기술을 일부 베낀 것으로 추정되는 첫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청두 J-20를 선보였다.
현대 공중전의 제왕이라 할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위)와 중국의 J-20 전투기. 군사전문가들은 J-20에 장착된 WS-15 엔진은 F-35의 프랫 앤 휘트니 F135 엔진보다 10년은 뒤진 것으로 본다.
이런 탓에, 미 정보당국은 F-35가 배치될 마이링겐 기지 옆 호텔을 사들인 이 중국인 부부를 계속 관찰했다. 그리고 수년간 스위스 정보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나토(NATO) 회원국도,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아닌 중립국 스위스의 반응은 더뎠다. 스위스 정보기관의 중국 전담요원은 5명에 불과했다.
결국 작년에 미국은 스위스에 “마이링겐 기지 주변의 보안이 대폭 강화되기 전에는 F-35를 이곳에 배치할 수 없다”고 통첩했다.
그해 7월 26일, 스위스 연방정보국(NDB) 요원들이 호텔 뢰슬리를 압수수색했고, 중국인 가족 3명은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끝내 스파이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고, 관광비자를 가지고 호텔에서 일한 혐의로 54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호텔 현관문에는 ‘폐쇄’라는 종이가 붙었다.
중국인 가족이 사들인 호텔 뢰슬리와 맞붙은 공군 활주로에 스위스 공군의 F-5 타이거 전투기가 세워져 있다./타게스-안차이거
WSJ는 “이후 행적이 드러나지 않은 왕씨 가족 3명은 현재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사는 베이징 북쪽 근교의 ‘드래곤 빌라’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들 왕다웨이는 타게스-안차이거에 “스파이 운운은 가짜 뉴스이며, 다시 스위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정보요원과 경찰의 수색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는 이 호텔 판매 광고가 떴다. 희망 매도(賣渡)가격은 180만 달러. 한 스위스인이 구입 의사를 밝혔지만,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다.
왕씨 부부의 ‘호텔 뢰슬러’ 구입은 10년을 내다보고 최첨단 전투기 F-35의 기밀을 빼내려는 중국 스파이 기관의 투자였을까.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은 WSJ에 “미국이 근거도 없이 중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려고 음해한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 의견도 갈린다. 많은 사람은 “미국이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WSJ에 말했다.
분명한 것은 F-35를 둘러싼 미ㆍ중 군사첩보 전쟁이 스위스의 알프스 산골마을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운터베흐 비행장 위원회는 ‘호텔 뢰슬리’의 새 주인을 통보 받았다. 구매자는 스위스군이었다. 구매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철민 기자 국제 전문기자
출처 중국인 가족의 ‘수상한’ 스위스 산골 호텔 구입...그 뒤엔 F-35 기지가 (chosun.com)
100자평
Turtleusa
2024.05.28 11:33:00
미국이 옳바른 조치를 취했다. 중국인은 믿으면 않된다. 특히 군기지 근처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은 스파이들이지 민간인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이재명처럼 중국대사관에 가서 제 나라 비난을 하고 중국에 고맙다고 손바닥 비비라는 사람이 있으니 중국인들은 환호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믿어서는 않되는 중국. 24시간 감시해야 한다.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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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2024.05.28 09:13:09
파키스탄 국회의사당에 불법으로 비밀 CCTV도 설치하는 중국인데... 당연히 간첩질 인 것이다...
답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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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만이 살길이다
2024.05.28 11:30:59
중국 미국교포2세가가 열씸히 공부해서 미공무원 되었다...이자가 간첩이될까 안될까?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편히살게 내비둘까? 공산당을 모르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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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w
2024.05.28 11:43:13
한국에는 중공스파이가 얼마나 대놓고 활동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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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
2024.05.28 12:28:58
우리도 군기지주변에 조선족포함중국인들이 부동산을 구입했는지를 조사해봐야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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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
2024.05.28 11:48:17
음휴한 중국은 지금 지구촌 구석 구석을 첩보 기지로 구축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거다 우리라고 예욀 수가 있겠나 하니 정신 차립시다 이재명 민주당 처럼 중국에 추종 맹종 비굴한 아양 떨기 등등이 나라 둑 구멍 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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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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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수
2024.05.28 11:42:27
스위스는 어지간히 무딘 나라네 ... 중공이 군사 비밀을 빼 가기엔 최적의 나라인거야 .. .허긴 몇 수 앞설 정도로 대한민국도 만만찮지 ... 잉여인간 토착 악플러 종자 무리와 50보 100보인 ... 수구좌익 종북이가 차곡차곡 이쁘게 USB에 잘 담아서 건네줄 정도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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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반대
2024.05.28 12:04:00
중공의 이런 첩보원 뉴스를 볼때마다 소름이 돋는것은 왜그럴까요? 그것은 상대국에 대한 살상의도가 적나라하게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한국을 향한 핵폭격기를 동원한 훈련등을 뉴스로 접했을때도 우리는 핵폭탄 맞고 모두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소름이 돋았지요. 천멸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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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재
2024.05.28 11:40:05
한국에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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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박멸
2024.05.28 12:03:10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100자평을 삭제하였습니다
저녁노을
2024.05.28 12:02:33
제주 해군 기지 부근에 땅사기, 평택 미군 기지 주변 땅사기, 하와이 미군 기지 주변 땅사기 등등. 한두가지가 아니겠죠? 정말 더러운 중공 바퀴벌레들. 중공을 박멸해야 세계가 조용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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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외국인
2024.05.28 1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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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지갑
2024.05.28 12:47:08
경남 양산에도 간첩 두마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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