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오감자극 홍매화 만개
홍매화 향기에 전국 사진가 동문회 열려
화엄사의 봄을 여는 홍매화 올해도 만인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지리산 아랫마을 섬진강 변의 매화와 산기슭 산수유 꽃이 시들어갈 무렵이면 화엄사엔
바야흐로 홍매화가 피어난다.
2018년 3월 31일 토요일 새벽 4시 맑음.
그 임을 만나러 화엄사 주차장 어둠 속을 출발한다.
지난 주말 꽃망울로 아쉬움을 안겨줬던 홍매화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보제루를 지나 대웅전(보물 제299호) 앞마당에 이른다.
왼편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우람한 몸집의 각황전(국보 제67호)과 원통전 사이에 만인의
연인이 검붉은 자태로 불상처럼 서 있다. 85% 개화.
천년고찰 화엄사를 300년 이상 지킨 고결한 홍매화다.
몇몇 부지런한 사진가들이 벌써 좋은 포인트에 진을 치고 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기에 빛 방향과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고 짜임새 있게 구성하기 위한 자리다툼이 극성이다.
특히나 디지털카메라의 발달로 사진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 보니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처음 가는 장소에 촬영 포인트를 모르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단 원통전과 나한전 사이에 삼각대를 받치고 사찰 불빛으로 촬영을 해본다.
사찰은 고요롭다. 이 시간엔 배경을 방해하는 사람은 없다.
4시 28분 / 드디어 첫 컷(15초. f5.6. ISO100). 캄캄한 하늘엔 별이 드문드문 자리한다.
5시 42분 / 매직아워로 하늘은 파랗게 채색된다. 야경에선 놓치지 말아야 시간대다.
이때 까지만 해도 측광에서 촬영할 거라고 여기서 해뜨기를 기다렸다.
6시 18분 / 일출 시간.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해님은 늦다.
6시 53분/ 헐! 좌·우·앞을 보라. 배경이 어지럽다. 화면에 불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찍 와서 잡고 있어도 소용없다. 그래도 양옆으로 비켜서 자리를 잡는 예의(?)를 갖췄다. 양옆 사찰이 다 나와야 하는 우린 의미가 없는데. 저들만의 생각이다. 이제 이곳을 떠나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삼각대를 접고 각자 중요 포인트로 이 동하면서 자유롭게 촬영한다.
6시 54분 / 원통전을 돌아 배경은 무시하고 한 컷.
6시 55분 / 조금 더 마당 쪽으로 나가보니 와! 여기가 작품일세. 열정이 무섭다. 싫다.
토요일로 햇빛이 있고 1주일 뒤면 꽃은 다 떨어질 테니 직장인은 오늘이 올해의 가장 좋은 촬영 적기다. 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일 날 촬영을 주장한 이유다.
6시 56분 / 각황전 위에서 맨 처음 자리 잡았던 곳을 향하여.
6시 58분 / 각황전 석등 앞에도.
7시 00분 / 각황전 뒤는 어떨까? 뭐 별로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은 아닌 듯한데
여기에 다 몰려있다. 좋은 포인트인가 보다.
7시 01분 / 각황전 뒤 아래에서 2컷. 이때 위에 있던 어떤 진사가 실수로 돌을 굴렸다. 위험!
7시 04분 / 각황전 뒤 돌담 쪽으로 가서 돌담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는 생각에 1컷.
7시 13분 / 각황전을 돌아 나오니 국보인 석등 옆에서 스님도 스마트폰으로
7시 13분 / 다시 각황전으로 올라 가보니 열심히들 촬영하는 모습들이다.
대부분 위치를 옮겨가며 빛 좋을 때 다양하게 담으려 움직인다.
7시 14분 / 관광객도 보인다. 자리를 옮겨가는 촬영자도 있고.
7시 15분 / 다시 석등 옆으로 와서 1컷.
7시 37분 / 어라! 점점 많아지는 각황전 주변의 사진가들, 위에선 다들 촬영했나 보다.
8시09~12분(5컷) / 드디어 가장 좋아 보였던 각황전의 담장 위쪽으로 왔다. 아직도 빛은
좋다. 진사들이 많이 있지만 ‘잠간 실례’하면서 몇 컷. 3분 만에 원하는 수 십장을
촬영하고 나와 주었으니 능력인가?
8시31분 / 동백 군락지 숲속을 걸어 더 높이 오르니 드론 앵글이 나오네.
이렇게 홍매화 촬영 사랑을 마친다. 아쉬움은 내년에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면서.
화엄사 홍매화는 장육전이 있던 자리에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계파선사께서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장육화 라고도 하며, 다른 홍매화보다 꽃이 검붉어 흑 매화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유명 홍매화 3대 사찰은
제일 먼저 꽃 소식을 전하는 양산 통도사 홍매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순천 선암사 홍매화
3월 말쯤 피는 구례 화엄사 홍매화다.
홍매화의 꽃말은 고결 ·인내·정조 등이고, 매화가 상징하는 것은 신선· 임· 달· 평화· 행운· 건강 등이다. 이 가운데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오롯한 선비정신. 선비는 매화를 통해 얼음골처럼 갈라져 투박해 보이는 줄기에서 싹을 틔우는 정신과 봄의 기운을 먼저 알아차리고, 우주 만물에 봄을 알리는 선각자적인 정신을 보았던 것은 아닐까?
다른 꽃들보다 앞서 피워 올린 꽃향기를 맡으며 매화 정신의 힘을 느꼈을 것이다. 오롯하게 피워낸 꽃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 부드러운 힘을 접하면 누구라도 매화를 닮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한겨울의 추위와 눈보라를 모두 받아들이고 피워낸 매화 한 송이. 선비들은 이 꽃을 보며 세속의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숱한 유혹에 미혹되지 않으며, 성취감에 들떠 방일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각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나무들의 어머니 나무’
고결하고 기품 있는 매화로 사랑받는 경남 산청 단속사지 정당 매는 역사성에서, 전남 순천 선암사 고 매는 풍경에서, 전남 백양사의 고 매는 홀로 있는 멋스러움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정원이 많은 담양에는 식영정· 독수정· 소쇄원 제월당 뒤 굴뚝 옆에 매화나무가 있다.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매화를 보려면 농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청 매실 농원, 보해양조에서 20여만 평 부지에 꾸며놓은 전남 해남군의 보해 매실농원 등이 대표적이다. 벚꽃 도시로 유명한 김해에도 매화 군락지가 있다. 아름드리 매화나무가 길 양쪽으로 사열해 있는 경남 김해시 김해공고 교정도 아름답다.
‘장성 백양사의 고 불매(古佛梅)’는 담홍색 꽃이 피는 매화 중에서 가장 뛰어나 호남5매 가운데 하나로 불리며, ‘구례 화엄사의 매화’는 화엄사 길상암 앞 경사지의 특수한 입지환경에서 크게 자라며 야생 매화라 향기가 특히 강하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복잡하여 사진 촬영에는 홍매화를 앞서지 못한다. 또한 ‘순천 선암사의 무우전매(無憂殿梅)’는 선암사의 무우전과 팔상전 인근에 자라는 매화나무로, 고려 시대 대각국사가 중창한 선암사의 상량문에 의하면 와룡 송과 함께 심어져 선암사의 역사와 함께해온 매화나무이다. 또 ‘강릉 오죽헌의 율곡 매’는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이 아끼며 가꾸던 매화나무로 수세가 양호하고 수형도 아름답다.
○구례 화엄사 길상 전 백 매화(천연기념물 제485호)·수령 450년 추정.
○순천 선암사 선암 매 (제488호)(조계산)·수령 620년 추정.
○장성 백양사 고불 매 (제486호)(내장산) 홍매화·수령 360년 추정.
○강릉 오죽헌 율곡 매 (제484호)·수령 600년 추정.
호남 5매는 화엄사, 선암사, 백양사 매화 외에
○광주 전남대 대명 매 (평생교육원 앞)
○담양 지실 마을 계당 매가 추가된다.
이밖에 명소로도 경남 산청 단속사지. 창덕궁 등이 있다.
선비의 마음으로 탐매 여행을 떠나보자.
첫댓글 홍매화 환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