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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9
#1. 거실 (M)
지애 : (단단히 결심한 눈빛으로) 이럴거면, 차라리.... 이혼해!
달수 : (표정)
지애 : 이혼하자구! (강하게 쏘아보는데)
달수 : (조용히 보다가) 그래. 그러자.
지애 : 뭐라구?
달수 : 나랑 결혼한 게 후회된다고 그랬지?
지애 : (표정)
달수 :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돌리고 싶다고 했지?
지애 : (표정)
달수 : 시간을 돌려주지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리고 난 이제 너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내 스스로에 지쳐.
지애 : (!!)
달수 : 이혼하자.
지애 : (충격받고 놀라 눈물까지 그렁해진다) 진심이야?
달수 : 진심이야.
지애 : (멍해지는 눈빛) 아... 그래? 진심이야?
달수 : (냉정)
지애 : 알았어. 그러자. 그러지 뭐.
일단 일어난다. 뭘해야 할지 모르다가, 주방으로 간다.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 하기 시작하는 지애.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물소리와 달그락달그락 그릇 부딪치는 소리만.
그렇게 등돌리고 다른 곳 보고 있는 달수와 지애.
#2. 성당 장례식장 입구 (D)
경찰과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서서 통제하는 분위기.
고급차들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홍식의 차가 와서 멈추고. 기사가 문 열어주면, 홍식과 영숙이 내린다.
홍식, 어쩐지 좀 허둥대는 느낌. 들어가려고 하는데.
영숙 : 여보. 잠깐만. (핸드백에서 안약 꺼내서 눈에 그렁하게 넣고, 넘칠 새라 위를 보며) 됐어, 들어가요.
(쏟아질까봐 종종거리며 들어가는)
#3. 성당 장례식장 안 (D)
성당의 메인공간. 알루미늄관 놓여 있고. 촛불 놓고 기도하는 분위기.
그 옆에 태준과 태준모가 서 있다. 뒤엔 현악기 정도 연주단..
태준모는 패닉 상태지만, 겨우 눈물을 참으며 버티고 있는 느낌.
태준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비서에게 이런저런 사항들 지시하고 있고.
회사의 몇몇 중역들이 걱정스럽게 대화 나누고 있고.
이때, 영숙과 홍식 들어온다.
영숙 : (철철 눈물 흘리며) 사모님.. 어떻게 이런 일이...
태준모 : (조용히) 와줘서 고마워.
홍식 : (태준모에게 고개 숙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소식듣자마자 출발했는데...
태준모 : 회장님께 인사부터 드리세요.
홍식 : (촛불 하나 놓고 눈감고 기도하는 듯 보이는데, 어느 순간 울음 터지며 눈물 주루룩... 흘러내리고)
태준모 : (보고)
태준 : (보고)
영숙 : (왜 오바야? 하다가 자기도 슬프게 눈물 닦는 척)
홍식 : (눈물 닦고 일어나 태준모에게) 회장님의 유지, 잘 받들테니 염려 마십시오.
태준모 : (차갑게) 마음은 고마운데, 유지를 받들어도 우리 태준이가 받들어야겠죠. 김이사님은 우리 태준이나 잘 보필해 주세요.
딴 생각 하지 마시고.
홍식 : (!! 표정)
태준 : (표정)
#4. 지애 집 거실 (D)
지애 혼자 앉아 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히고. 열받는.
손가락 보면 지난번에 달수가 줬던 결혼기념일 반지.
<플래쉬컷>
달수 : 비싼 반지 아니야. 은반지야. (표정) 그런데 앞으로 결혼기념일 때마다 비싼거든 싼거든, 반지 하나씩 사줄게.
지애 : 뭐?
달수 : 당신.. 힘들 때마다 나랑 좋았던 추억 하나씩 까먹으면서 그렇게 참잖아. 앞으로 나랑 살면서 힘들 때마다
결혼기념일 반지를 팔아먹든, 한강에 갖다 버리든, 당신 맘대로 해. 그러면서, 좀만 참아줘.
지애, 생각하다 보니 눈물 나고 분하다.
지애 : 말은 좋다. (눈물 쓱 닦고, 베란다 창문 열어 반지 뽑아 휙 던져버린다, 그래놓고도 분한) 다이아도 아니고, 명품도 아니고.
순금도 아니고, 하다못해 18K도 아니고 은반지 꼴랑 하나 사주면서. 말만 좋아 진짜. 추억을 까먹어? 너나 많이 까먹어!
이 은반지 같은 놈아! (서럽고) 이혼하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러자고? 그러자고???
(하!) 그럴 거면서 멋있는 척은 왜 해 가지구. 앞으로 매년 반지 사주겠단 말은 왜 해가지구. 사람 괜히 기대하게 만들구..
내가 화딱지 나고 분해죽겠어.. 진짜... (애처럼 엉엉 운다)
#5. 성당 장례식장 일각 (D)
간단한 음식 먹고 있는 영숙과 홍식.
영숙 : (작은 소리) 암튼 회장 사모 웃겨! 지가 뭔데 보필을 하라 마라야?
홍식 : 내버려 둬. 그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하면서도 눈빛 날카로운데)
영숙 : 암튼 당신.. 대단하드라. 안약도 안넣고. 어쩜 그렇게 눈물연기를 잘해?
홍식 : 연기 아니었어.
영숙 : 뭐?
홍식 : 30년을 모신 주인이야. 30년 동안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구. 그런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눈물이 안나나...
영숙 : 먹이 잡아먹기 전에 흘린다는 악어의 눈물인가.. 아님 타이밍 적절하게 떠나주신 옛주인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
홍식 : (자기 정당화 최면 걸듯) 회장님은 평생 우리 회사 잘되기만 바란 분이셔. 난 그 뜻 이어받을거야...
영숙 : 그나저나, 한부장 말이야. 빨리 짤라버려요. 그 와이프가 나 찾아와서 눈 땡그랗게 뜨고 협박하는데.
내가 하두 열받아서 어제부로 평강회에서도 영구제명시켜버렸잖아요!
홍식 : 처리해야지. 지들이 지금 증거도 없이 뭐라고 입만 나불거려봐야... 신경 쓰지 마.
영숙 : (표정 있다가 눈 커지며) 맞다! 아우 너무 대형사건들이 빵빵 터지는 바람에 내가 그 재밌는 걸 잊고 있었네!
홍식 : 재밌는 거. 뭐.
영숙 : 허사장 말이에요! 여자가 생겼다는데...그게 글쎄.... (꼴깍) 온달수 와이픈 거 있지!
홍식 : (황당) 뭐어?
영숙 : (은밀한 미소로 가방에서 사진 꺼내 보여준다) 이것 좀 봐요.
지애,태준 함께 있는 사진들.
사진 넘겨보는 홍식, 점점 미소가 번져가는 표정.
홍식 : 이거 어디서 났어.
영숙 : 뭐 이 정도야.
홍식 : 이거야말로 대박 중 대박이네.
영숙 : 어떻게 할까? 은소현 친정 쪽에 확 넘길까? 그럼 뚜껑 열려서 지분 싹 빼가버릴지도 모르잖아.
홍식 : 우리가 넘기면 너무 티나니까 알아서 넘어가게 해야지.
영숙 : 알아서?
#6.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D)
달수, 하참과 함께 조의금 받는 데 앉아 있는데.
하참 : 봉투 넣었어?
달수 : 아, 맞다. (하면서 품에서 봉투 꺼낸다)
하참 : 아직도 갈등하냐? 쪼잔한 자식. 난 과장답게 십만원 딱 넣었잖아!
달수 : (표정) 그거 때문에 갈등한 게 아니구요. 개인적으로 좀 안좋은일이 있어서 까먹고 있었던 거에요.
하참 : 안좋은 일 뭐?
달수 : (침울) 그런 게 있습니다.
이때 뛰어오는 양과장, 김과장. 김과장은 노트북까지 옆에 끼고 달려왔다.
양과장 : 달수야 달수야. 너 그거 봤냐?
달수 : 예? 뭘요?
김과장 : 지금 회사 인트라넷이 발칵 뒤집혔어! 허사장 스캔들 터졌잖아.
달수 : (무심) 그런데요?
양과장 : (차마 말 못하다가) 그게 니 와이프랑 허사장의 스캔들이야.
달수 : 예?
김과장 : 니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바로 볼 수 있게 준비해왔어. (하면서 노트북 쫙 펴면)
게시물이 보인다. 허태준 사장의 스캔들. 지애와 태준의 사진들이 첨부돼 있다.
달수 : (하.... 기막혀 보는 표정)
김과장 : 아니 니들 부부 연예인이야? 어떻게 돌아가면서 유명세를 타?
하참 : 달수 너, 아까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이 있다고 했던 게 혹시 이거???
달수 : 아니에요 그런 거!
하참 : 어쩐지...
달수 : 아니라니까요. 아까 그건 집사람이랑 이혼 문제 때문에... (하다가 멈추고)
일동 : (더 충격) 이혼해 니네?
달수 : (뭐라고 답도 못하고, 에이씨.. 하고 가 버리면)
하참 : 그럼 뭐야. 결국 바람둥이 허사장이 한 가정을 파탄내고 마는거야?
양과장 : 이혼한다잖아.
김과장 : 난 솔직히 제수씨 입장도 이해가 간다. 잽이 돼야 말이지. 온달수랑 사장이. 사장이 훨 낫지.
하참 : 그게 무슨 소리야. 달수도 얼마나 괜찮은데. (손가락으로 꼽으며) 애..착 하지... (멈칫했다가 다시 꼽는) 애 착하지...
(하고는 할 말이 더 없다)
김과장 : 또 뭐!
양과장 : 나도 거들어주고 싶은데, 뭐 딱히....
하참 : 근육! 달수에겐 근육이 있잖아. 완전 딱딱해. 말근육이야.
김과장 : 근육 뜯어먹고 살거야? 난 남자지만 더 능력있는 남편 바라는 여자 심정 충분히 이해 돼.
하참 : 근데 이 사랑의 짝대기는 너무 쇼킹하잖아. 달수는 사장 와이프랑. 사장은 달수 와이프랑?
양과장 : 어우.. (가슴 엑스자로 가리며) 완전 엑슨데 엑스.
이때, 이슬,정란,향숙이 검은옷 차려입고 오면. 반갑게 맞이하는 남편들.
김과장 : 여보. 완전 쇼킹한 거 있어. 이리와봐.
정란 : 뭔데 뭔데?
향숙 : (조의금 넣으려고 하면)
하참 : (막으며) 여보. 내가 과장답게 10만원 쐈으니까 당신은 넣어둬. (하는데)
황비서 : (다가와) 여기선 이런 거 안받습니다. 손님들 더 오시기전에. 얼른 치우세요들!
하참 : 진짜요? (돈 굳었다.. 좋아서 얼른 봉투 꺼내고)
#7. 지애 집 거실 (D)
지애 앉아 있고. 앞에 이슬,정란,향숙 앉아 있다. 모두 슬슬 지애 눈치 살피는.
지애는 이들의 갑작스런 방문이 귀찮고 싫은.
지애 : 어디 상갓집들 다녀오시나봐요?
정란 : 자기 몰라? 회장님 돌아가셨잖아.
지애 : (놀라고) 네? 언제요?
이슬 : 어제. 그래서 비상 걸려가지구 남자들 다 거기서 밤샜잖아. 온대리는 집에 들어왔어?
지애 : .....아뇨. (그랬구나... 표정)
정란 : 그나저나 왜 몰랐을까? 같이 스캔들까지 난 남자한테 그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
지애 : 무슨 스캔들요?
이슬 : (신나서) 아직 얘기 못들었나보다! 지금 허태준 사장이랑 자기 스캔들 쫙 터져서 난리 났어.
지애 : 예? 누구랑 누구요? 하.. 나 참.... 하하... 나참 기가..... 뭐 이런.....하하하...
정란 : 자기. 연기 어색해.
지애 : 그런거 아니거든요. 우린 진짜 아무 사이도....
이슬 : 무슨 연예인 기자회견해? 왜? 그냥 좋은 친구 사이라고 하지?
지애 : 맞아요. 그냥 좋은 친구 사이!
정란 : 나도 사장님이랑 좋은 친구 한번 해봤음 좋겠네.
지애 : 아 진짜에요!
이슬 : 역시 자기가 어떤 상황에도 기죽지 않고 지 할말 딱딱하던 데엔. 그런 믿는 구석이 있었던거야.
(손잡는) 고깝게 듣지마. 나 자기 진심 존경해.
지애 : (손 뿌리치며 기막힌데)
정란 : 그렇다고 이혼까지 하냐?
지애 : 이혼요?
정란 : 자기 이혼한다면서! 온달수씨가 그랬다던데?
지애 : (확 열받는) 그걸 그새 가서 얘기하고 다녀?
이슬 : (끌끌끌 혀차며) 결국은 이혼당하는구나.
지애 : (울컥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거랑 상관 없이 제가 이혼하자 그런 거거든요? (강조) 제가 먼저 이혼하자 그랬다구요!
정란 : (끄덕끄덕) 어쨌든 이혼은 하는구나~
이슬 : 그러니까~
지애 : (미치겠고)
#8. 성당 장례식장 일각 (D)
태준모와 태준이 얘기 나누는 중이다.
태준모 : 니 아버지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꿈에도 모르고 유언장 작성도 못해놨는데. 어쩌면 좋니 이 일을.
태준 : (표정)
태준모 : 너 정신 좀 차리는 거 같으면 그때 니 지분 챙겨서 물려주는 걸로 하자고 얘기 다 끝내놨는데.
니 아버지 눈 어떻게 감으시니. (눈물)
태준 : 일단 머리 아픈 건 생각하지 마세요. 안그래도 힘드신데.
태준모 : 하필이면 주총 앞두고. 김이사가 뭔일을 꾸며도 꾸밀 것 같은데. (머리 짚는)
이때 다가오는 황비서.
태준 : 왜.
황비서 : 일이 생겼습니다.
태준 : 무슨 일.
황비서 : (태준모 눈치 보고)
태준모 : (눈물 싹 닦으며) 괜찮아. 뭔데.
황비서 : (프린팅 된 게시물을 내민다)
태준 : (보고 표정)
태준모 : (옆에서 보고 경악) 아니 이게 뭐야? 너 이 여자 누구야?
태준 : (표정)
황비서 : 회사 인트라넷에 누가 익명으로 이걸 올렸는데. 곧바로 삭제한다고 삭제했지만 이미 다 퍼져버려서.
태준모 : 이 여자 누구냐구! (게시물 읽고) 회사 직원 부인이라니! 누구 부인! (황비서 보고) 누구냐구!
황비서 : 온달수라고....
태준모 : (!!!) 뭐어? 지난번에 소현이가 바람났다는 그 남자? 그 남자 부인?
태준 : (표정)
태준모 : (극도의 흥분) 이게 어떻게 된거니? 근거 있는 얘기야 이거?
황비서 : 그리고 제가 방금 입수한 따끈따끈한 정보론, 온달수씨 부부가 이혼하겠다고 나섰답니다.
태준 : (놀라고) 이혼? 천지애씨가 이혼을 해?
#9. 지애 집 거실 + 봉순 집 거실 (D)
지애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전화 온다.
지애 : 여보세요.
봉순 : 회장님 돌아가신 거 소식 들었지. 너 그런 자리는 꼭 참석하고 그래야 되는거야. 내가 너, 데려가 줄까 하구.
지애 : (표정) 같이 갈 사람 없구나? 요새 완전 왕따래매 너.
봉순 : 무슨 소리야! 너 혼자 가면 뻘쭘할까봐. 싫음 말아라.
지애 : (표정 있다가) 야. 잠깐만!
#10. 성당 장례식장 입구 (D)
봉순과 지애 걸어 들어오는데.
지애는 선글라스에 스카프에 모자에.. 얼굴을 오바해서 가렸다.
봉순 : 너 뭐하냐?
지애 : 내가 지금 상황이 민감한 상황이잖니.
봉순 : 무슨 상황?
지애 : 너 얘기 못들었어?
봉순 : 응?
지애 : 진짜 못들었나보네. 너 진짜 왕따구나.
봉순 : 야! 너 약올려? 무슨 얘기!
지애 : 아 나 바람났단 얘기! (해놓고 표정)
봉순 : 너 바람났어?
지애 : 바람이 나긴 누가 나. 내가 사장이랑 개인적으로 좀 아는데. 그걸 가지구 그 난리들인거야.
봉순 : 누구? 사장? 허태준 사장?
지애 : 그래.
봉순 : 너 고등학교 때 버릇 나오는구나. 남자 일단 꼬셔놓고 보는 거.
지애 : 이 기지배가! 내가 언제!
봉순 : 너 그랬잖아. 남자란 남자는 죄다 무조건 너 좋아해야 직성이 풀렸잖아! 공주 중에서도 진상이랄까.... 너 그랬어.
지애 : (확 그냥 표정 있다가) 그거야 어렸을 때 얘기고.
봉순 : (걱정) 그나저나~ 그런 소문이 쫙 퍼졌단 말야? 그럼 사장 완전 불리해질텐데!
지애 : 뭐가 불리해져?
봉순 : 다음주 주총 앞두고 지금 분위기 살벌하단 말이야. 김이사가 어떻게든 사장 잡아먹으려 그러구.
우리 남편은 지금 사장 줄에 서 있는데?
지애 : 그런데?
봉순 : 안그래도 사장 사생활 문란하다구 주주들한테 콱 찍혀 있는데. 이런 스캔들이 터진 건 대형사고지!
거기다가 회장님까지 갑자기 돌아가신 마당에. 허사장으로서는 진짜 악재가 겹친거지!
지애 : (표정)
#11. 성당 장례식장 일각 (D)
분향소 앞에 선 봉순,지애. 국화꽃 헌화하고. 묵념한다.
이때 저만치에서 태준모와 황비서가 온다.
태준모 : 뭐하는 여잔데?
황비서 : 그냥... 가정주부인 것 같은데.... (하다가 눈 커지고)
태준모 : 왜.
황비서 : 저기! 저 여잡니다! 천지애씨.
태준모 : (지애 보고 눈 커진다) 저 여자가 여길 왜 왔어!
황비서 : 잘 모르겠습니다.
태준모 : (노려보고) 데리고 와! (하고 홱 돌아서 간다)
황비서 : 예... (표정)
황비서, 표정 있다가 지애와 봉순 옆으로 다가간다.
황비서 : 저... 천지애씨 되시죠.
지애 : 네.
황비서 : 잠시만 저쪽으로 가시죠.
지애 : 네? 아니... 왜....
황비서 : 기다리고 계십니다. 잠시만 가시죠.
지애 : ??? (얼결에 가고)
봉순 : 지애야! (갸웃)
#12.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황비서 앞서서 가고. 지애 그 뒤로 주춤거리면서 따라가는데.
모퉁이 정도 돌 때, 홱 지애 팔목 채가는 누군가?
황비서, 아무 것도 모르고 가면서.
황비서 : 이쪽입니다. (하고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
#13.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지애 깜짝 놀라서 보면. 태준이 서 있다.
너무 가까이 서 있어, 헉..하며 떨어져 서고. 어색.
지애 : 아니.. 왜...
태준 : 누가 부르는 건지도 모르고 쫄랑쫄랑 따라가면 어쩌자구요.
지애 : 아까 그 사람. 사장님 비서잖아요. 사장님이 부르신 거 아니에요?
태준 : 천지애씨 내가 부르면 오는 사람이었어요?
지애 : 아니.. 그건 아니지만. 오늘은 내가 할 말도 있고 해서.
태준 : 해요.
지애 : 그게... (하다가) 얼굴이 좀.. 마르신 것 같네요.
태준 : (지애 보는 표정 있다가 애써 건조하게) 어쨌든.. 반갑네요.
#14. 성당 장례식장 일각(N)
봉순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가다가 비품 같은 거 나르던 달수와 마주친다.
달수 : (인사하면)
봉순 : 지애 만나셨어요?
달수 : (표정) 집사람이 여길 왔습니까?
봉순 : 네. 같이 왔는데. 누가 부른대나 뭐래나 해서 갔는데. 안 오네요?
달수 : 누가.. 불러요? (혹시나.. 불길한 표정 있다가 가면)
이때, 그 뒤로 종이컵 같은 거 나르는 준혁이 보이고.
봉순 : (확 열받아 쫓아가는) 여보! 당신이 왜 이런 걸 날러요! 밑엣 사람들 시키지!
준혁 : (쎈척) 노느니 도와주는거지. 다들 내 도움을 필요로 해서.
봉순 : 아우 비켜요. 내가 할게. (확 들고 간다)
준혁 : (달수 가는 곳 눈으로 쫓고)
#15.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지애, 태준 적당한 장소에 앉아 있고.
태준 : 봤죠? 회사 인트라넷에 올라온 거. 많이 놀랐어요?
지애 : 네.. 뭐 솔직히 좀....
태준 : 나 때문이에요. 날 공격하려구 그런 거 같은데. 괜히 천지애씨한테까지 피해가 갔네요. 미안하게 됐어요.
지애 : 뭐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 마음이.. 많이 안좋으시겠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갑자기...
태준 :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정신없어요. 그게 오히려 다행스럽기도 하고..
지애 : (표정)
태준 : 지금두 헛소리 몇 번 하면 지팡이 막 휘두르면서 쫓아오실 것 같은데. (쓴웃음) 실감 안나네요.
지애 : 뭐라고.. 참.... 드릴 말씀이 없네요. 얘기 듣고, 마음이 안좋아서.. 왔어요. 그 뭐냐.. 이웃주민으로서. 이건 예의인 거 같아서.
태준 : (애써 밝게) 내가 예전에 우리 아부지의 인생관에 대해서 말했었죠?
첫째. 티끌 모아 태산. 둘째. 받을 돈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받아라.
지애 : 그랬죠. 사채업자 마인드. (했다가 흡!) 아.. 죄송해요.
태준 : (웃음) 하나가 더 있어요.
지애 : 뭔데요?
태준 : (울컥 하는 거 참고) 널.... 믿어주는 사람들을 져버리지 말아라.
지애 : !!
태준 : 마지막 거 그거... 꼭 지키려고 하는데. 꼭 지키고 싶은데. 쉽지않네요. (쓸쓸한 눈빛)
지애 : 잘.. 하실 수 있을 거에요. 힘..내세요.
태준 : (씩 웃고) 천지애씨가 나한테 그런 말도 해줘요?
지애 : 사장님이 평소랑 좀 달라보이니까, 이런 말이 막 나오네요.
태준 : (표정 있다가) 그런데.... 그 얘긴 뭐에요? 이혼 얘긴?
지애 : (표정) 아니 그 얘기가 그새 거기까지 흘러들어갔어요? 도대체 얼마나 떠벌리고 다닌거야!!
태준 : 천지애씨 정말... 이혼해요?
지애 : 그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태준 : (표정) 왜요. 설마.. 이번 일 때문에...
지애 :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우리끼리 문제가 좀 있어서. 사장님하곤 상관 없는 일이에요. 아직 결정된 일도 아니고.
태준 : (표정)
지애 : 아니 뭐 그런데 누구 말로는 그 뭐냐... 저랑 같이 있는 그 사진 유출된 거 때문에 사장님이 좀 불리해질거래나 뭐래나..
뭐 그러던데? 괜찮은 거에요?
태준 : (표정) 상관 없어요.
지애 : 아니 사람들도 참 이상해! 우리가 무슨 관계나 된다구. 우리 아무 관계도 아닌데!
태준 : (진지하게 지애 보다가) .... 아무 관계 아닌 건가요?
지애 : 예?
태준 : 요 며칠.. 머리가 터질 것처럼 복잡했어요. 숨이 잘 안쉬어졌었어요. 형제가 없는 게 참 외로운 거구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지애 : (표정)
태준 : (감정이 올라오고 하... 한숨) 힘들었어요.
지애 : (표정)
태준 : 그런데... 아줌마.. 얼굴 보니까 숨도 쉬어지고. 머리도 안아프고. 외롭지도 않아요. 힘든 것도 잠깐 잊어지네요. 살 것 같네요.
지애 : !!!!
태준 : 이거, 아무 것도 아닌거에요?
지애 : (당황) 네? 아니 그러니까 저는...
태준 : 마음 접으려고 했었어요. 했었는데... (지애 본다) 왜.. 이혼은 하겠다고 해서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해요.
지애 : (표정)
태준 : 혹시나... 해서 미치겠잖아요...
지애 : (!!!)
이때, 두리번거리면서 지애 찾아다니던 달수 눈에 지애 태준이 함게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달수, 지애를 부르려다가 멈춘다.
태준이 지애 보는 눈빛에 진심이 보이고.
달수의 눈빛에 차가운 포기가 떠오르고.
뒤에서 그런 달수 보는 준혁. 달수, 돌아서 가려다가 준혁 보고 멈칫. 그대로 간다.
준혁, 지애 한번 보고 달수 한번 보다가 달수 따라가고.
지애 : (정신 차리고 표정) 마..말씀 드렸다시피. 우리가 이혼하겠다고 하는 건 우리만의 문제가 있어서구요.
그걸로 헷갈리거나 그러진 마세요.
태준 : (표정)
지애 : 왜냐면. 저는 사장님.. 그 뭐냐.. 설레거나.. 떨리거나.. 좋다거나.. 그러니까 남자로 좋다거나.. 그래 본 적 없어요.
태준 : ....
지애 : 어쩌죠? 마음도 안좋으신데.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괜히 여길 왔어요. (횡설수설) 아.. 오지 말걸. 저기.. 그럼.
(꾸벅 인사하고 서둘러서 간다)
태준 : (가만히 앉아 있고)
지애 가다가 그래도 마음이 쓰여서 돌아보면.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태준 모습이 안쓰럽다.
그래도 돌아서서 걸어가는 지애 표정. 복잡하고.
한켠에서 두 사람 모습 찍고 있었던 듯한 파파라치.
#16. 성당 장례식장 일각 (N)
봉순, 이거저거 들고 나르고 있는데. 영숙 앉아 있고. 옆엔 여자들.
영숙 : 참.. 열심히 하네. 뭐하러 그래?
봉순 : (미소만)
영숙 : 평강회 영구제명된 건 통보 받았지?
봉순 : 네 사모님. 친절하게 통보까지 해 주셨더라구요.
영숙 : 원랜 한준혁 부장 다른 회사 들어가게 우리 이사님 추천서라도 써주려고 했는데.
한부장네 하는 거 보니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더라구.
봉순 : (표정)
영숙 :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대한민국에 있는 어떤 회사에도 못들어갈 거, 각오해.
여자들 : (헉!!! 불쌍해.. 표정들)
봉순 : 두분이 그 자리에 계실 때 얘기니까. 별로 걱정 안해요. (애써 태연하게 돌아서 가는데)
영숙 : (뒤에 대고) 자기들두 잘 들어. 사람이 유종의 미를 못거두는 거 만큼 꼴이 비참해지는 거 없어.
봉순 : (꾹 참고 가는)
#17.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봉순, 남들 볼새라 음료수에 누가 먹다 남긴 커피 섞고. 새끼 손가락 담그고 휘휘 젓고. 향숙이 지나가면.
봉순 : 이사님 사모님한테 가져가는거야?
향숙 : (표정) 네.
봉순 : (쟁반 위에 잔 놔주며/분장실 강선생님톤) 자기가 수고가 많다.
뭐, 우리땐 더한 것도 했으니까 너무 고생이라고 생각 말구. 가봐.
향숙, 어색하게 인사하고 간다.
영숙 앞에 음료수잔과 다른 음식들 놔주면.
영숙, 음료수 맛있게 먹고 나서. “음~ 맛이 묘하네. 고급스러워. 딱 내 취향이야..” 하는.
봉순, 모른 척 딴 데 보며 피식.
#18.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사람들 속에 섞여 있지만 혼자 술 마시고 있는 달수. 혼자 술 따르려는데.
술병 잡고 따라주는 준혁. 달수, 준혁 본다.
준혁 : (표정 있다가) 지애 못믿어? 못믿어서 그래?
달수 : 그런 거 아닙니다. 모르시면.. 상관 말아주십시오.
준혁 : 예전에 천지애가 나한테 그런 얘기 했거든? 나같은 사람 천트럭 가져다 줘도 온달수 하나랑 안바꾼다고.
달수 : (표정)
준혁 : 그때 내가 자네가 얼마나 미웠는데.
달수 : (술 마시고 표정)
준혁 : 얼마나 부러웠는데.
달수 : (표정)
준혁 :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참을만큼 참아본거야? 노력할만큼 다해 본 거야? 아니면. 이럼.. 안되는 거 아닌가.
달수 : (눈물 쏟아질 것 같은 거 참으며, 입술 깨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임원진들과 얘기하면서 가던 홍식, 달수 술먹는 모습 은근히 본다.
#19. 성당 장례식장 입구 (N)
소현 여비서와 함께 들어오는데.
저만치로 혼자 걸어가는 달수 모습 보인다. 어깨 축 쳐진 채 살짝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달수 뒷모습. 안쓰럽고.
가서 부축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꾹 참는 소현. 바라만 보고.
#20. 성당 장례식장 일각 (N)
소현 들어선다. 일동, 모두 얼른 물러선다.
소현 지나가면 뭐라고 뭐라고 수군거리고.
소현, 그럴수록 더욱 도도하게 허리를 펴고 걷는데.
이때 나오던 영숙,홍식과 마주치는.
영숙 홍식, 표정 있다가 인사.
소현 : 안녕하시죠. 요즘 두분.. 재밌으시겠어요?
영숙 : 네?
홍식 : (표정)
소현 : 여기저기 장난 치고 다니시느라. 파파라치 고용한 거 오영숙여사시라면서요?
영숙 : 글쎄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소현 : (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저한테도 3% 지분 있는 거 아시죠.
그거..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온달수씨에게 대리 행사하게 하려구요.
영숙,홍식 : (표정)
소현 : 1%가 아쉬운 걸로 알아요. 그러니까... 그쪽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표정 있다가 가고)
영숙 : (표정 있다가 하!) 증말.. 이뻐할래야 이뻐할 수가 없는 여자야! 아니 3% 의결권을 온달수한테 주면. 그거 엄청난 거잖아!
홍식 : 그렇지..
영숙 : 어떡할거에요? 막 건드릴 수도 없구.
홍식 : (표정) 생각해둔 거 있어. 걱정 마.
#21. 성당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소현, 여비서와 함께 걸어 들어오면.
태준 혼자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마주친다.
태준 : 여기까지.. 온거야? 불편했을텐데.
소현 : (여비서에게 먼저 가 있으라는 손짓하고) 괜찮아?
태준 : 뭐... 괜찮진 않네. 무슨 일이 이렇게 정신없이 터지냐..
소현 : 혹시.. 그 얘기도 들은거야? 달수선배랑.. 천지애씨 이혼한다는 거..
태준 : 어. 방금.. 천지애씨도 왔다갔었어.
소현 : 그랬구나. (표정 있다가) 뭐라고...말해? 정말 이혼...하겠대?
태준 : 모르겠어.
소현 : 왜 자꾸 이런일이 생기는건지... 내탓이 큰 거 같아서 마음이 좀 그래.
태준 : (표정)
소현 : 그래서.. 말인데. 여기저기서 힘없는 달수 선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싫어서.. 내 지분 의결권 달수 선배한테 넘기려구.
태준 : (!)
소현 : 오빠한텐 미안해.
태준 : 아니야. 잘했어. 신경쓰지 마.
이때 태준모 황비서와 뭔가 얘기하면서 들어오다가 소현 본다. 소현, 인사하고.
태준모 : (사무적인 톤) 기자들 눈들도 있는데.. 힘든 걸음 했구나. 가자.
소현 : 네. (따라가는)
#22. 지애 집 거실 (N)
지애,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표정 위로.
<플래쉬컷>
- 반지 쥐어주고. 남편이 알면 서운해할거고.. 다른 남자가 알면 혹시나.. 하는 마음 생길거고...
- 같이 있으면..좋았어요.
- 왜 이혼은 하겠다고 해서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해요.
지애, 태준의 마음을 이제 알 것 같고. 표정 있는데.
이때 달수가 들어온다.
지애 : 당신.. 회사 사람들한테 나랑 이혼할거라고 얘기했어?
달수 : (말하려는데)
지애 : 누가 이혼 안한대? 해! 할거야! 뜯어말려도 할거라구!
달수 : (멈칫하며 표정)
지애 : 그런데 할땐 하더라도 뭐 그런 걸 소문내고 다녀? 뭐 좋은 일이라고?
달수 : 피곤하다. 나중에 얘기하자.
지애 : 아니 잠깐만. 저 그리구 사내게시판에 뭐 이상한 사진 깔렸다면서. 그거...
달수 : 상관없어.
지애 : 상관..없어?
달수 : 내가 그거에 대해 따질 자격이라도 있나?
지애 : (표정) 왜? 이혼할거니까?
달수 : 그래.
지애 : (표정 있다가) 디게 기다리나보네. 내가 서류 준비 되는대로...
달수 : (OL) 그렇게 해.
지애 : (이씨..)
달수 : (들어가 버리고)
지애 : (속상한) 말은 내가 먼저 꺼냈구만! 왜 지가 더 쎈 척 해! 내가 꼭.. 이혼 당하는 거 같잖아! (팍 주저앉고)
#23. 지애 집 정원 방 (N)
정원 자고 있고. 앉아 있는 달수. 정원 머리 쓰다듬어주는 표정.
#24. 성당 장례식장 일각 (N)
수신목록 보는 태준. 이름 없이 지애 번호만 찍혀 있다.
망설이다가 저장하는 태준. 나이롱... 쓰다가 지우고. 나의 아줌마... 라고 쓴다. 저장.. 꾹 누른다.
#25. 봉순 집 서재 (N)
봉순, 파일을 꺼내서 열어보고 있다. 평강회 회의록.
회비지출내역 등등의 자료를 뒤지고 있는 봉순.
#26. 화자 점집 (D)
화자 검은 옷 입고 곡하고 있는. 아이고. 아이고..
지애 : 왜 불렀어. 심란해 죽겠는데. 아 그 아이고 좀 그만해.
화자 : 거기가 어디냐구. 나도 가서.. 아버님 마지막 길을 지켜드려야지. 아버님..
지애 : 언제 봤다구 아버님이야.
화자 : 태봉씨 아버님이면 내 아버님이지! 나 삼년상이라도 치를 각오 돼있어.
지애 : 너두 참.. 대단하다.
화자 : (눈물 쓱 닦더니) 그런데 지애야. 우리 태봉씨한테 여자가 있는 모양이야. 너 뭐 아는 거 없냐?
지애 : (헉!) 응?
화자 : 태봉씨가 그러더라구.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구.
지애 : (!!! 표정) 그런 얘길 했어?
화자 : 근데 난 포기못해. 왜냐면, 내 직감으론 그 여자... 유부녀거든!
지애 : (흠칫)
화자 : 애도 하나쯤 있는 것 같고. 키가 좀 크고. 눈도 좀 크고. 머리가 물결처럼 넘실대는 단발에.
(고민 되는) 아... 누구지? 누구 짚이는 사람 없냐?
지애 : (머리 얼른 묶으며) 글쎄...
화자 : 아... 결정적으로 누군지를 잘 모르겠단 말야. 어떤 기지밴지 잡히기만 해봐! (확 대바늘 치켜들어 인형 찌르려고 하면)
지애 : (헉! 바늘 확 뺏고) 야아.. 진정해. 얘가 왜 이래.
#27. 회사 로비 (D)
태준, 비서진들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장난기 없어지고 진지한 태준 태도.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고.
이때 맞은편. 홍식, 이사들과 얘기 나누며 온다.
“직원 와이프라는 게 사실입니까?” “참.. 거 하다하다 별짓을 다하네!”
“이거 가만 있으면 안됩니다! 회사 명예에 관한 문젭니다!” 등등...
태준 보면 모두 뚝.. 입다물고.
홍식, 태준 보고 표정. 인사하면. 태준 끄떡.. 하고 지나친다.
이때 엘리베이터 쪽에서 오는 달수. 하참.
달수, 태준 정면으로 노려보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스쳐간다.
하참 : (헉) 닭수야!! (하고 쫓아가고)
태준, 달수 보는 표정.
저만치 앞에서 가다가 말고 그런 달수 흥미롭게 돌아보고 있는 홍식.
#28. 사장실 (N)
태준, 준혁과 함께 앉아 있고.
준혁 : 아무래도 김이사가 두바이 출장을 갔던 껀이 의심스러워서 이리저리 알아보고는 있는데요. 워낙 비밀리에 일정을 소화해서....
대주주 한명 한명 출국 스케쥴 확인해 보고 있는데...
태준 : 주주 쪽 보단 다른 쪽을 한번 캐봐요.
준혁 : 네?
태준 : 주주들 마음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건은.... 천연조미료 프로젝트의 무산 아닌가요? 한부장도 잘 알고 있을텐데.
준혁 : (찔리지만) 네. 맞습니다.
태준 : 그 프로젝트를 흔들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간 출장일 수도 있어요.
김이사로선, 그게 몇프로 지분 싸움보다 더 중요했을 거에요.
준혁 : (표정에서)
#29. 이사실 (D)
홍식, 달수 불러놓고 함께 서 있다.
홍식 : 회사가 시끄럽지? 자네 부부랑 사장 부부 스캔들로.
달수 : (표정)
홍식 : 이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어떻게 부부가 그렇게 엮여?
달수 : 이사님. 제 와이프와 사장의 관계는 저도 이미 알고 있던 관계입니다.
홍식 : 알고도 참았단 말이야?
달수 : 알고도 참은 게 아니구요. 오해하시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홍식 : 사장이 그쪽 동네로 이사까지 갔다며?
달수 : 사장님 마음까진 몰라도, 집사람은 그런 거 아닙니다.
홍식 : 원래 가까이 있는 사람 마음을 더 모르는건데. (후훗 웃고)
달수 : (표정)
홍식 : (슬쩍 보는 표정 있다가) 자네, 기획부장 자리 어때.
달수 : 예?
홍식 : 지금 공석이잖아. 자네가 맡는 거 어떠냐구.
달수 : 저는 아직... 대리 된지도 얼마 안됐는데요.
홍식 : 내가 퀸즈푸드 처음 들어왔을 때. 지금 허사장이 두 살이었나..세살이었나.. 그러데 30년이 지난 지금, 난 이사고.
허태준은 사장이야. (피식 웃고) 자리라는 건, 앉는 놈이 임잔거야. 이유? 때려 붙이면 돼.
달수 : (흔들리는 표정)
홍식 : 자네 와이프가 사장이랑 엮이는 거 보고, 기분 드럽지 않어? 남자가 힘이 없으면 말야. 아무 것도 지킬 수가 없는 거라구.
자기 여자 조차도.
달수 : (표정)
홍식 :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것 같지? 아니야. 돈이 지켜줘. 돈과 권력이 사람도 지켜주고, 사랑도 지켜주고,
가족도 지켜주는거라구. 돈.. 더 벌어보겠다고.. 권력 가져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거 나쁜 거 아냐. 숭고한거야.
달수 : (표정)
#30. 기획실 (N)
달수 들어오는데. 구석자리에 앉아 있던 준혁. 일어난다.
준혁 : 이사님 만나고 오는거야?
달수 : ....아시면서 뭘 묻고 그러십니까. (자리로 가서 가방 챙기는데)
준혁 : 김이사가 뭐라고 하든, 그 말 믿지 마.
달수 : 예?
준혁 : 내 말은, 사장에 대한 괜한 반감으로 김이사한테 붙는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는 거야.
달수 : 김이사님한테 붙는 게 왜 어리석은 짓인데요? 부장님은 여태 김이사님 라인으로 잘먹고 잘살아오셨잖아요.
준혁 : 김이사.. 무서운 사람이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뇌물수수사건 꾸민 것도 사실은 내가 아니고 김이사야.
난 시키는대로 했던거고. 그런데 지금 봐. 날 헌신짝처럼 버리잖아. 그런 사람이야.
달수 : (표정) 지금 버리니까 김이사님을 욕하는거지, 예전에 부장님 끌어주셨을 땐 충성을 다하셨잖습니까!
준혁 : 충성을 다했지! 시키는 건 다했지! 그런데 지금 날 봐.
달수 : 지금 절 위해서 그런 말씀하시는 겁니까?
준혁 : 감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판단을 할까봐 그래.
달수 : 저, 부장님께 많은 거 배웠습니다. 조직에서 의리는 없다는 거, 누구든 믿어선 안된다는 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
그래서, 이제 부장님 그런 말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질 않네요. 판단은, 제가 하겠습니다. (꾸벅하고 나간다)
준혁 : (!!!)
#31. 봉순 집 거실 (N)
봉순과 준혁, 그리고 혁찬이 앉아 있고.
봉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준혁 바짝 옆에 앉아 있다.
봉순 : 그래서요? 지애 남편이 이사쪽으로 가서 붙겠대요?
준혁 : 뭐... 김이사가 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겠지. 막말루 기획부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을 수도 있고.
봉순 : 아니 누구 맘대로 기획부장 자리를? 당신이 여기 이렇게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준혁 : (왠지 눈을 더 부릅뜨게 되는)
봉순 : 아 분해 죽겠네 진짜! (벌떡) 가만 있어봐. 내가 지애를 만나야 되나?
준혁 : (팔목 탁 잡고) 지애 안그래도 심란할텐데 뭐하러.
봉순 : 또 지애 위해주는거야?
준혁 : 그게 아니라... 친구로서 그러지 친구로서.
봉순 : 지애 기지밴 사장도 친구. 당신도 친구. 친구 많아 좋겠네.
준혁 : 진정하고 일단 앉아 봐. (하며 팔목을 확 끌어당기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서, 봉순이 확 잡아당겨져 무릎에 달랑 앉게 되고.
준혁과 봉순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게 되고. 두 사람 서로 보는. 삐리리~
준혁 눈에 봉순이 특별히 더 예뻐 보이고. 헉..표정.
혁찬 : (영어학습기 하고 앉아 있다가 힐끗 보며) 둘이 뭐해?
봉순 : (얼른 무릎에서 내려오며) 어? 아니야. (덥고 손부채질)
준혁 : (어색) 혁찬아. 이제 들어가 자야지? 너무 늦었다.
혁찬 : 9시밖에 안됐는데 뭐...
봉순 : (자기도 모르게 버럭) 9시면 오밤중이지! 얼른 가서 자!
혁찬 : (삐쭉하고 들어간다)
혁찬 들어가면. 서로 어색하면서도 삐리리 해서 쳐다보는 봉순,준혁.
준혁 : 나머지 얘기는 우리.. 들어가서 할까?
봉순 : (완전 수줍) 뭐... 그러든가....
준혁, 갑자기 봉순을 확 안아들고.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어마나.... 봉순 안긴 채 마냥 행복한. 들어가면서 안방 문 살포시 닫는 손.
#32. 봉순 집 주방 (M)
평소보단 좀 편하게 입고 있고, 머리도 대강 묶은 흐트러진 봉순 모습.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져 있는 음식들.
혁찬, 황당.
준혁 : (기분 좋고) 당신은 무슨..아침에 장어를..
봉순 : (발그레) 당신, 중요한 일도 많은데 힘내서 일해야 되니까... 이거 인삼무침인데, 좀 들어봐요.
준혁 : 그럴까? (먹으려는데)
봉순 : (얼른 집어서 아..)
준혁 : (쑥스럽지만 입 벌려 받아먹고)
봉순 : 어때요?
준혁 : 끝내주는데?
봉순 : (귀여운 척 웃으며) 어머. 다행이다. 난 입맛에 안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혁찬 : (두 사람 번갈아 보다가 숟가락 탁 놓는다)
봉순 : 왜 그래 혁찬아? 밥 안먹고?
혁찬 : 이상하게.. 속이 느끼하네. (나간다)
봉순 : (그러거나 말거나) 여보? 이것도 좀 먹어봐요~ (하며 얼굴 가까이 들이대는데)
준혁 : (또 이글이글 보다가) 매일 먹는 아침.. 오늘까지 꼭 먹어야겠어?
봉순 : (귀엽게 도리도리..)
#33. 갤러리 (D)
영숙, 주주들 사모님들 대거 초대해놓고 대접 중인. 차와 다과 등.
영숙 : 우리 주주님 사모님들두 다들 아실거에요. 요즘엔 부동산보단 그림 재테크가 대세라는 거.
사모님들 : (끄덕이며 표정들)
영숙 : 참고루~ 남경수 화백님이 오늘 내일 하신다네요. 작가가 고인이 되면 그림값 배루 뛰는 거, 다들 아시죠?
그래서 제가 남화백님 대표작들, 선물로 준비했어요. 가실 때 골라서들 가져가세요.
사모님들 : (어머나~ 하며 좋아라하는 표정들)
영숙 : 고운씨?
고운 : (뒤쪽에 서 있다가 온다) 네.
영숙 : 뭐해? 사모님들 커피 좀 더 채워드려야지? 그리구, 양과장네한테 에그스크램블이랑 언제 다 되냐구 물어봐.
고운 : (부글부글 끓지만 참으며) 네. (간다)
영숙 : 그리구, 곧 있을 주주총회 말씀인데요. (좀 톤 낮춰) 이번주 안에 이사회를 통해 사장 해임안이 발의될 예정이에요.
주총에서 해임안이 통과만 되면~ 이번에야말로 새판이 꾸려지는거죠!
사모님들 : (표정들)
영숙 : 대세를 읽는 사람이 오래 가는 거라구... 이럴 때 남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게, 우리 여자들의 역할이고..
진정한 내조 아닐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하고 웃는)
#34. 갤러리 간이주방 (D)
고운 들어오면 후라이팬에 에그스크램블 하고 있는 이슬.
고운 : 아니, 내가 큐레이터지, 까페 서빙하는 사람이냐구! 무슨 날이면 날마다 사람들을 이렇게 끌여들여서는...
갤러리에 음식 냄새 다 배겠어 증말!
이슬 : (에그스크램블 접시에 내놓으며) 자기! 우린 사모님 라인이야. 우리 앞에서 사모님 그렇게 막 씹어도 돼?
고운 : 라인 좋아하네. 양과장네는 한부장 와이프 그렇게 까이는 거 보고두 정신 못차렸나봐?
이슬 : 자꾸 양과장네 양과장네 할래 진짜? 너 말난 김에 민쯩 까.
고운 : 저번부터 뭘 자꾸 까래. 너나 안 까이게 조심해. 아우 승질 같아선 진짜! (확!)
이슬 : (자기도 모르게 팔로 막고)
고운 : 커피나 더 빼! (하고 가 버리면)
이슬 : (자기도 모르게) 네. (해놓고 열받는)
#35. 기획실 (D)
달수,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쓱 내미는 책.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는 101가지 방법”
달수 : 뭐에요 이게.
하참 : (마구 머리 쓸어주며) 힘내 자식아.
달수 : (표정) 아 왜 이러세요.
하참 : 이혼이 전쟁 다음으로 큰 스트레스라고는 하더라. 힘내라고. 응?
양과장 : (어느새 고개 쏙 내밀고) 나 아는 형은 이혼하고 공황장애가 생겨서 힘들어해.
하참 : 그러니까 미리미리 대비를 하라는 차원에서 주는 선물 아니겠냐. 너 나처럼 섬세하고 배려깊은 회사 선배 있어?
후배 이혼 후유증까지 챙겨주는?
하도 큰소리로 얘기해서 다 듣게 되는. 지나가던 직원, 쳐다보고.
직원 : 온달수씨 이혼해?
하참 : 너 어떻게 알았어?
달수 : (에이 진짜.. 표정 있는데)
이때 전화가 오고. 달수 액정 보며 표정.
#36. 옥상 (D)
달수, 소현 있다.
달수 : 그게 무슨 소리야?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라구?
소현 : 응.
달수 : 왜?
소현 : 그래야, 회장님 사모님이든.. 김홍식 이사네든 선배한테 함부로 못할 거니까.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당하지 말라고. 주는 선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 밖에 없잖아.
달수 : (표정 있다가) 소현아. 넌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
소현 : 선배. 이혼하려고 한다는 소문 있더라?
달수 : 소문 아니고. 사실이야.
소현 : 왜?
달수 : 그 사람이 내 옆에서 행복할 수 없으니까.
소현 : 그럼, 다른 사람 옆에선 행복할 수 있을까?
달수 : (표정 위로)
- 플래쉬컷
태준, 지애 함께 있던.
달수 : 어쩌면.
소현 : 찬찬히 생각해 봤어. 내가 왜 그렇게 선배 옆자리가 탐이났던걸까. 둘이 같이 있어서였던 것 같애.
선배랑, 천지애씨 둘이 같이.
달수 : (표정)
소현 : 둘이 알콩달콩..티격태격.. 그런 거 좋아보이고. 부러워서. 나도 해보고 싶드라.
달수 : 나도 그렇게 살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소현아. 부족해도 부끄럽지는 않은 남편으로 살면서.
달수 대사 위로. 지애 달수 행복했던 시절들 스쳐간다.
달수OFF : 좋아하는 만큼 노력하면서 살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뭐... 대단한 운명까진 아니어도.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 있어도. 집에 와서 그 사람이 해준 밥 먹고. 그 사람 손잡고 있으면 안심이 됐으니까.
그 사람도 내 맘이랑 같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그 사람은 나처럼 행복하지 않았더라. 후회하면서 살았더라.
돌이켜 보면. 그렇게 만든 건 난데. 나만 모르고 있었더라. 다 내 욕심이었더라.
소현, 달수 보고.
달수 : 힘 없으면 사랑도 욕심이 돼 버리는 거라는 걸. 알았어.
소현 : (그런 달수 안타깝게 보고)
#37. 지애 동네 슈퍼집 앞 (D)
지애, 터덜터덜 걸어온다. 머리도 좀 아프고..
슈퍼집 앞에 줄에 매어져 있는 태준의 개. 앞에는 사료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고.
지애 : 어? 태봉이네? 아줌마. 얘가 왜 여깄어요?
아줌마 : 몰라. 주인 비선가 하는 사람이 잠깐만 봐달라 그러구 갔는데, 안 오네. 안그래두 죽겠어. 똥도 오지게 많이 싸구. 으유 똥개!
지애 : (표정)
아줌마 : 오늘까지 데리러 안오면 그집 앞에 매놓고 와버릴거야.
지애 : (표정 있다가) 두부나 주세요. (하고 신경쓰이는 듯 태준 개 본다)
초라하게 낑... 앉아 있는 태준의 개.
두부 받아서 돌아가던 지애,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다시 돌아보고.
#38. 지애 집 거실 (N)
태준의 개가 거실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옆엔 정원이 보고 있고.
지애, 내가 왜 데려왔지? 벌써부터 후회막급.
정원 : 엄마. 이거 누구네 개야?
지애 : 응. 엄마 친구네 껀데. 엄마 친구가 좀 안좋은 일을 당해서, 잠깐 봐주는거야.
정원 : 난 푸들이 좋은데. 얜 너무 커.
지애 : 그냥 도루 갖다 주고 올까?
정원 : 에이 엄만, 의리없게.
지애 : 그른가?
정원 : 그럼. 원래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친구라잖아. 창식이두, 딴애들이 나 괴롭힐 때 잘 도와준단말이야.
지애 : (표정 있는데)
이때 달수가 들어온다. 헉 놀라는.
달수 : (기분 더 나빠진다)
정원 : (뛰어가 안기며) 아빠!! 저거 엄마 친구 갠데. 엄마 친구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엄마가 맡아주는거래.
달수 : 그래. (하고 표정 굳는)
지애 : (표정 있다가) 잠깐 나 좀 봐.
#39. 지애집 안방 (N)
지애 달수 등맞대고 앉은.
지애 : 이혼 얘기.. 난 변한 거 없거든? 당신은?
달수 : 마찬가지야.
지애 : (실망하는 빛 애써 감추며) 그래. 그럴 것 같아서.. 내가 준비했어. 괜히 미적거릴 거 없잖아? (하면서 서류 내민다)
달수 : (!!!) 미리 준비해놨었어? 어떻게 말이 나오자마자?
지애 : 인터넷 들어가니까 어렵지도 않던데 뭐.
달수 : (차가운 태도 유지) 그래.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거야?
지애 : 내가 하루종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린 참 재산이 심플해서 좋긴 하더라. 여기 보증금이야 애저녁에 다 까먹어서
나누고 말고 할 것도 없고. 통장 잔고도 보니까 팔십몇만원 남았던데. 그것도 그렇고.
달수 : (표정)
지애 : 가구랑 가전 같은 건 어떻게 할까. 냉장고랑 세탁기 같은 건 내가 가져가고. 텔레비전이랑 침대랑 이런 건 당신이 가져가고.
그렇게 해?
달수 : 당신 다 가져.
지애 : 통 큰 척 하지 마. 어차피 다 팔아봐야 백만원도 안돼.
달수 : 대신, 정원이는 내가 키워.
지애 : 웃기고 있네! 정원이를 왜 당신이 키워? 무슨 수로? 여자앤데, 당신이 아침마다 머리 빗겨줄 수 있어? 옷 사주는 건?
달수 : 어머니 댁으로 들어가면 돼.
지애 : 나 어머니 취향 너무 싫거든? 작년 여름에 기억 안나? 어머니댁에 한 사나흘 있다 오더니 애가 완전히 촌빨 날리던 거?
암튼! 안돼!
달수 : 딴 건 다 양보해도 애는 안돼. 내가 키워. 그렇다고 해도, 당신 생활비는 대줄게.
지애 : 월급이 무슨 천만원은 돼? 나도 내 생활비 정돈 벌 수 있어. 정원이는 내가 키울거니까 당신이 양육비 정도만 보태.
달수 : 그럼 당신 재혼하기 전까지만 당신이 데리고 있어. 당신 재혼하게 되면, 그땐 내가 키울거니까!
지애 : !!!!!!! (어지럼증이 다 생기고) 방금 뭐라 그랬어?
달수 : 알아들었잖아.
지애 : 말이 되는 소릴 해야 알아듣지!
달수 : 그러니까 내 말은... 나중 일은 모르는 거잖아.
지애 : 그럼 당신은!
달수 : 난 그런 거 안해.
지애 : 그걸 어떻게 알아! 당신도 모르는 거지!
달수 : 난 당신이랑 이혼하고 나면, 다시 내 인생에 결혼 같은 거 없어.
지애 : (표정)
달수 : (여전히 차가운) 그동안 늘 무서웠었어. 나라는 인간한테 당신이 실망하는 거. 후회하는 거.
그래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후회시키지 않으려고, 눈치봐가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살았어.
지애 : (표정)
달수 : 그런데 이번에 알았어. 나는, 어떻게 해도, 당신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 인간이구나. 후회시킬 수밖에 없는 인간이구나...
그래서 그만두려고 하는건데. 이 짓을... 내가 또 할 것 같애? (지애 보는 눈에 얼핏 눈물까지 고여있다) 아니? 난 안해.
지애 : (!!!!)
달수 : 당신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당신이랑 결혼하겠다는 말도, 취소할게. 걱정하지 마.
(이혼서류 집어들면)
지애 : (눈물 고이고 버럭) 당신.. 이거 막장불입이야! 진짜 이젠 돌이킬 수 없어지는거야!
달수 : (조용히) 낙.장.불.입이야.
지애 : (!!!)
달수 : (진심) 이제 누가... 고쳐줄 사람도 없을거니까, 공부도 좀 하고.
지애 : (붙잡고 싶은데... 안된다고 하고 싶은데...)
달수 : (일어나면)
지애 : (자존심 세우며) 그거.. 인감도장 찍어야 되는데. 없으면 내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달수 : 있어.
지애 : 그..그래? 저번에 잃어버렸다더니....
달수 : (들어가려고 하는데)
지애 : 차는! 차는 어떡해?
달수 : 당신이 가져. (하고 나가 버리면)
지애 : (표정) 꼴랑.. 똥차 갖고 멋진 척은... (눈물 나고) 내가 무슨 후회를 그렇게 했다고... 뭐 맨날 실망만 한 것도 아니구만!
오늘따라.... 멋있고 지랄이야. (무릎에 고개 팍 묻어 버리고)
#40. 지애집 거실 (N)
달수,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다. 털썩 주저앉는데.
옆에서 멀뚱하게 보고 있는 개.
달수 : (이혼서류 보며 쓸쓸히 혼잣말) 뭐가 그렇게 급했냐...
#41. 회사 외경 (D)
#42. 대회의실 (D)
이사단이 모여 있다.
홍식 : 이사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였으므로 이사장의 권한으로 임시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긴급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한 호흡 쉬고) 허태준 사장의 해임 제청안입니다.
그동안 여러번 사생활 때문에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면서 물의를 일으켰던 허태준 사장은
최근 한 직원 부인과 갖지 말아야할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러 가지로 충격적인 일이죠.
이사단 잠시 술렁이며 긴장된 분위기.
(시간 경과)
홍식 : 자, 거수로 결정하겠습니다. 참석자 중 과반수가 이 안건에 찬성하면 가결되어 주주총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허태준 사장의 해임 제청안에 동의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하고는 홍식 자신이 가장 먼저 손을 든다.
그러자 하나..둘.. 손을 들더니 남아있는 사람이 오히려 눈치가 보여 손을 들고.
마침내는 만장일치로 동의하게 되는.
홍식, 만족스런 미소.
#43. 사장실 (D)
태준모 들이닥친다. 태준, 돌아서서 창밖 보고 있고.
태준모 : 이게 어떻게 된거니.
태준 : (표정) 오셨어요.
태준모 : 긴급이사회라니! 그것두 사장해임안? 이것들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태준 : 진정하고 앉으세요.
태준모 : 지금 진정하게 됐니? 니 아버지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다구! 우리 회장님이 지들한테 어떻게 하셨는데! 배은망덕한 것들!!!!
태준 : (표정)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결정은 주총 때 나는 거에요.
태준모 :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주주들이라고 좋아하겠다! 니 아버지도 안계신 판국에 누가 널 밀어주겠어!
우리 지분 다 끌어봐도 턱없이 모자란데! 우호지분도 절반 넘게 돌아섰다고 하잖니! (주저앉으며 절망적인)
태준 : (어쩔 수 없이 초조한 표정)
#44. 지애 집 거실 (D)
지애, 태봉이 신문지 돌돌 만 걸로 야단치고 있다.
지애 : 이눔자식.. 끙 마려우면 짖으랬지!!! 왜 말을 못해 말을. 수놈인가? 너 수놈이지! 하여튼 수놈들은 철이 없어요.
속만 썩이고. 아주 구제불능이야!!
이때 전화 온다.
지애 : 여보세요? 네 전데요? 네? (표정)
#45. 태준모 집무실 (D)
지애, 두리번거리면서 들어오는데. 태준모가 맞이하고. 그 옆엔 기자 한명.
태준모 : 어서 와요.
지애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태준모 : 갑자기 연락해서 놀랐죠. 앉아요.
#46. 차 안 (D)
태준 이동중이다가 놀란다.
태준 : 누가.. 누굴 불러?
황비서 : 회장님 사모님께서 천지애씨를요. 이거 제가 말씀드렸다고 얘기하시면 안됩니다.
태준 : 아 뭐해! 빨리 차 돌려!
유턴하는 차.
#47. 태준모 집무실 (D)
지애 어색하게 앉아 있고. 태준모가 지그시 본다.
태준모 : 실례되는 거 알면서도 불쑥 전화한 건,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에요. 천지애씨와의 관계 때문에 우리 태준이..
허태준 사장이 굉장히 곤란한 처지에 빠졌어요.
지애 : 예? 어떤...
태준모 : 사장 자리를 내놔야 할지도 몰라요.
지애 : 예??
태준모 : 그래서 그쪽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기자 의식)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해주면 돼요.
지애 : 사장님이랑 저, 아무 관계 아니에요. 사장님이 그냥 저 몇 번 도와주신 거 밖에..
태준모 : 그렇죠? 내가 알아보니까 천지애씨랑 접촉사고 문제로 만나게 됐는데 일방적으로 천지애씨가 연락하고 돈을 요구했던데.
일종의 보험사기... 맞죠? 태준이는 거절 못하고 연락 받아준 죄밖에 없고. 그렇죠?
지애 : 예? 아니..꼭 사기라기보다는.... (말도 못하고)
태준모 : (기자에게) 우리 태준이가 성격이 좀 그렇거든요. 지보다 불쌍한 사람들 절대 그냥 못지나치고...
지애 : (표정)
이때 문 벌컥 열리더니 헉헉거리며 들어오는 태준. 태준모 흠칫 놀라고.
지애, 눈물 그렁했다가 태준 본다.
태준 : 뭐하세요 어머니? 천지애씬 여기 왜 와 있어요?
지애 : (표정)
태준모 : (약간 당황) 어 태준아. 마침 잘 왔네. 우리 태준이한테 물어보셔도 알 거에요.
이사회에서 얘기한 게 정말 말도 안되는 거라는 거... 아니 천지애씨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돈 요구하고 그런 건데...
좋아하는 여자라니. 안그러니 태준아?
태준 : (표정)
기자 : (태준 보고)
지애 : (딴 데 보고 있는)
태준모 : (애타는) 말씀드려야지. 그래야 오해를 푸실 거 아니니.
태준 : (표정 있다가) 예. 오해십니다.
태준모 : (다행)
지애 : (표정)
태준 : 천지애씨 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한 적 단 한번도 없구요. 제가 그랬거든요. 저 혼자.. 좋아해서.
지애 : (! 해서 보고)
태준모 : 태준아!
태준 : 제가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지애 : (!!! 해서 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