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4. 불날. 날씨: 긴팔이 자연스러운데 낮에는 햇살이 뜨겁다.
다 함께 아침열기-영어-연주-한글날 속담 공부-빗자루 만들기-점심-청소-장작 패기-수학-5. 6학년 영어-마침회-교사회의
[장작을 패면서]
개천절 쉬는 날이 있어 달날같은 불날입니다. 이런 때는 다 함께 아침열기를 하곤 합니다. 다 함께 아침열기 이끔이인 대표선생이 바깥
연수가 있어 대신 아침열기를 하는데 아직 감기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두 분 선생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들려오느라 늦습니다. 아픈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니 예준이는 다리도 아프고 이도 흔들린다 하고 어깨도 결린다고 합니다.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서연이도 아직 다 나은게
아니라고 손을 듭니다. 2학년 지안이는 발목이 아프다고 해요. 한주는 다친 팔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마다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주 가을 자연속학교 갈 채비를 시작하는 때라 몸과 마음 채비할 게 많습니다. 학교에서 많이 움직이는 활동이 많으니 집에서 일찍
자고 잘 먹고 잘 씻고 푹 쉬도록 부모님들이 챙기는 게 중요하겠어요. 기운 넘치는 아이들이라 학교마치고 또 놀고 놀 것이라 자꾸 이야기 해주고
선생과 부모가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 한글날 교육활동이 있어 지난해 한글날 활동을 마치고 쓴 예준이 글을 보니 배운 게 많습니다. 이번 주
시는 예전에 암송한 임길택 선생님 동시 "장작을 패면서"입니다.
장작을 패면서
임길택
좋은 땅에서 쉬이 큰 나무와응달 받이에서 더디 자란 나무들물밭에서 큰 미루나무와울음이 모질게 자란 물푸레 나무를눈이 없어도도끼날은 잘도 가려 냈다. 장작을 패다 말고나는 냄새를 맡아 보았다. 소나무 냄새참나무 냄새산벚나무 냄새 눈을 감고 맡아도 알아 낼수 있게저마다 제 냄새를 갖고 있었다
8기 졸업생 수인이가 학교에 놀러왔습니다. 아침 나절 깊은샘에서 줄곧 같이 공부를 했어요. 수인이가 와서 그런지 6학년 아이들이
들떠있습니다. 영어 동화도 함께 하는 아침 공부도 웃음 속에 즐겁기만 합니다. 부모님들께 선물할 막걸리 항아리에 귀를 대고 효모 운동 소리를
듣습니다. 졸졸졸졸 시냇물 소리, 뽀글뽀글 라면 끟이는 소리, 쏴와쏴아 바다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효모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기포 활동이
활발한 증거입니다. 세포의 작은 단위 분자와 원자 이야기를 하다 핵을 도는 전자 모양을 그리다 요즘 수학 셈에서 익히고 있는 미지의 수 X를
찾게 됐어요. 지구와 태양까지 거리가 1억5천만 킬로미터(1억 4960만km)인데 1초에 30만킬로미터인
빛의 속도로 가면 몇 분이 걸리는지
계산을 해봅니다. 물론
이미 8분 17초쯤 걸린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도 있지만 셈으로 다시 확인하는 게지요. 일주일 동안 관찰기록을 다시 정리해 표로 그려보고
한글날 교육활동 꼭지인 속담 공부를 했어요. 51개 속담 뜻을 알아보고 풀어보는데 무슨 상황에 쓰는 지는 알지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문제
맞히기처럼 신이 났어요. 중학생이 된 수인이도 재미있나 떠들석하게 대답을 하는 동생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네요. 빗자루 만들기를 마무리하고 아침
활동을 마칩니다.
점심 먹고 밖으로 나오니 숲 속 놀이터는 아이들 세상입니다. 늘 점심 때면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손호준 선생이 몸이 안 좋아 밖에
나오지를 못했어요. 점심 때 아이들이 아쉬워할만 합니다. 아이들과 놀 거리를 찾다가 공놀이보다 톱질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통나무를 들고
와 톱질을 합니다. 손도끼와 큰도끼도 들고 와서 장작을 패는데 큰도끼 자루가 부러졌어요. 지난 번에 자루를 다시 넣었는데 나무가 약해 또 부러진
게지요. 톱질의 정석을 보여주는 성범이 뒤를 이어 호기심 대장 1학년 이준이가 톱을 잡습니다. 안전하게 톱 쓰는 걸 알려주니 자세도 바르게
쓱싹쓱싹 톱질을 아주 잘하네요. 통나무를 잡아주고 서로 도와가며 톱질을 하는 모습은 언제나 즐겁고 흐뭇한 모습입니다. 본준이, 종현이,
은후가 돌아가며 톱질을 하니 장작 팰 통나무 여러 개가 나오네요. 도끼 자루를 은행나무로 다시 끼웠는데 또 부러지자 정우가 튼튼한 소나무를
봤다고 쓰러진 나무를 하나 들고 와요. 길이가 맞지 않아 다른 죽은 소나무를 구해왔는데 낫으로 자루를 다듬어 넣고 단단히 못으로 고정시켜
장작을 패는데 또 자루가 부러집니다. 서너 차례 더 부러지고 다시 깎아 넣고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지켜보는 아이들도 안타까워 해요. 청소
마치고도 줄곧 장작을 패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이오덕 선생님이 쓴 장작을 패는 시를 말하며 임길택 선생님 장작을 패면서까지 장작 패는 시가 왜이리 많나 해요. 정성들여 도끼를 내리칠 때 쩍 갈라지며 장작이 패이는 소리 맛은 정말 시원해서 좋습니다.
장작을 팬다
이오덕
똑바로 겨냥해서
정성들여 내리친다.
굵다란 통나무가
찍! 금이 가면
다 된 것이다.
그건 소리 나는 것으로 안다.
아니, 팔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안다.
똑바로 겨냥해서
정성들여 내리치는
오늘 하루
깊은샘이 가을 활동 꼭지로 잡은 고구마 구울 때 쓸 장작을 팹니다. 오전 줄곧 교실에서 지낸 탓에
아이들이 신이 났나 톱질과 손도끼로 장작을 정말 열심히 패요. 통나무를 잡아주고 톱질하고 장작을 패는 과정에서 흘린 땀이 그대로 군고구마로 가는
것이니 쉽게 먹는 군고구마는 아니게 될 겁니다. 지난해도 그랬지만 올해도 장작을 패며 군고구마를 굽겠지요. 일과 놀이로 교과통합이 이뤄질 것이니
또 즐겁습니다. 세 자루나 되는 장작을 패 놓으니 겨울 채비한 것처럼 든든합니다. 앞으로 몇 번 장작을 패면서 시를 암송하고, 글을 쓰고, 교과
통합으로 수학과 과학, 역사를 넘나들어야지요. 큰도끼 자루가 자리를 잡아서 장작 패기가 좋은데 제대로 못맞히면 자루가 또 부서질 듯 싶어요.
선생들만 쓰는 큰도끼지만 장작팰 때마다 도끼질을 조심해야겠어요.
교실로 들어와 수학 셈을 한 뒤 바로 5, 6학년이 함께 영어 수업을 마치니
하루가 휙 갑니다. 경기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우수프로그램 지원 관련 방문을 했습니다. 실무 서류 작성할 때 필요한 도움말을 잘 받습니다.
덕분에 하동의 가을이 풍요롭겠습니다.
장작을 패다가
정호승
장작을 패다가
도끼로 발등을 찍어 버렸다
피가 솟고
시퍼렇게 발등이 부어올랐으나
울지는 않았다
다만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가을을 내려놓고
내 사랑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