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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빙점] 밤의 얼굴
후쿠도(北斗) 호텔의 가나에(金枝) 홀에 약 20개 정도의 8인용 테이블이 마치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놓여 있었다. 외과 의사 히라타의 병원 신축 축하회장이었다. 이미 격식에 따라 축하 식순이 끝나고 무대에서는 여흥이 시작되고 있었다. 게이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젊은 청년이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성량이 풍부한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저 여자 말이에요.”
무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내과 의사 니시카와(西川)가 건너편 ‘사쿠라’ 테이블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여의사 마사키 츠즈코가 장밋빛 뺨에 손을 댄 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우고 옆의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미인이군요.”
게이조도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의사가 미인이라는 건 좀 그렇지요?”
니시카와는 약간 비꼬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관없잖아요. 미인이 나쁠 거야 있나요. 게다가 저분은 의술도 좋다는 평도 있으니 말이죠.”
“과연 미인 사모님을 두신 분은 다르군요. 착실하기로 소문난 쓰지구치 선생도 미인을 두둔하시니 말이에요.”
니시카와는 게이조에게 떠맡기듯이 술잔을 건넸다. 게이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받고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무라이를 보았다.
“미인은 마사키 치즈코 씨고, 미남은 무라이 선생인가요?”
니시카와는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무라이는 냉소를 머금고는 천장의 샹들리에를 쳐다보고 있었다. 니시카와는 술병을 들고 마사키 치즈코의 테이블로 걸어갔다. 조금씩 자리를 뜨는 사람이 늘어났다.
무라이는 문득 게이조를 바라보았다. 그 눈이 순간 번쩍 빛나는가 싶더니 천천히 일어나 니시카와가 앉아 있던 자리에 와서 앉았다. 게이조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연회석에서도 그가 먼저 게이조의 옆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게이조는 옆에 있던 잔을 그에게 넘겨주고 술병을 기울였다.
“아니, 이거 오히려 거꾸로 되었군요.”
덤덤한 무라이의 인사였다.
게이조는 아까부터 왠지 떨떠름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병원을 신축한 히라타는 무라이보다 훨신 연하였다. 생각해 보면 뛰어난 의술을 가진 무라이가 개업도 하지 않고 쓰지구치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무라이 정도의 의술이라면 개업을 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무라이와 성격이 잘 맞지 않는 게이조도 무라이 같은 자에게도 이해타산을 초월한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무라이는 경영하는 데 자신이 없어서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역시 무라이에 대해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원장님, 오늘 밤에 다쓰코 씨 집에 가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며 무라이가 히죽 웃었다.
“다쓰코 씨 집에요?”
게이조는 무라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무리 마셔도 창백했다. 다만 눈에 약간의 핏기가 서려 있어 이상하게 잔인한 빛을 띠고 있었다.
“네. 다쓰코 씨의 집에 유카코가 와 있다지요?”
“언제 그걸……..?”
“벌써 오래 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다쓰코 씨가 바로 전화로 알려 줬거든요.”
“전화?”
게이조는 깜짝 놀랐다. 반주가 갑자기 요란하게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 무대에 올라가 마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요. ‘유카코가 와 있으니 당분간 당신은 출입 금지예요.’하고 말이죠. 설마 원장님께는 그런 전화가 오지 않았겠지요?”
“뭐 나야 좀처럼 다쓰코 씨 집에 가지 않으니까요.”
“그럼 자주 찾아가는 저한테만 출입 금지를 시켰군요. 하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겠지요.”
무라이는 잔의 술을 3분의 1쯤 마시고는 코웃음을 쳤다.
박수가 터졌다 무대 위에서는 마술사가 띄웠는지 빨갛고 노란 풍선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잠자코 있는 게이조에게 무라이가 말했다.
“원장님, 유카코는 원장님을 만나고 싶어해요. 그래서 다쓰코 씨가 원장님께 전화를 걸지 않은 거예요.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오늘 밤 함께 유카코를 보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만두겠소.”
게이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중국 요리 두세 가지를 접시에 덜었다.
“저하고 동행하는 건 곤란하다는 말슴인가요? 하기야 원장님 혼자 가시는 편이 여러 모로 좋으시겠지요.”
무라이는 또 히죽 웃었다.
“혼자 가나 둘이 가나 그거야 상관없겠지만, 불청객이 불쑥 나타나면 아무래도…..”
“아니, 원장님이 가시면 기뻐할 거예요, 유카코도 다쓰코 씨도. 내가 가면 문 밖에서 쫓겨날 게 뻔하지만 말이에요. 무엇보다도 원장님께 유카코의 얼굴을 보러 가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럴가요?”
“그럼요. 아니면 앞을 보지 못하는 유카코는 이제 필요 없다는 건가요?”
무라이는 끝까지 물고늘어질 태세였다.
“갈 때 가더라도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간다는 건 왠지….”
게이조는 무라이가 너무 졸라대는 것 같아 화가 나면서도 오늘밤이 찾아갈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도요토미에서 우연히 유카코를 만난 후로 줄곧 그녀를 생각해 왔다. 그녀가 다쓰코 집에 와 있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찾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그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나쓰에가 지신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도저히 유카코를 만나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라이에게 강제로 끌려서 말이오.’
게이조는 나쓰에에게 할 변명의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어싿.
“쓰지구치 선생, 가는 길에 나하고 한잔 더 하지 않겠소?”
게이조와 친한 내과 의사 사토가 정답게 말햇다. 그러자 무라이가 재빨리 말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사토 선생님, 원장님은 저하고 선약이 있습니다.”
“이거 미안하군요, 오늘밤은…….”
게이조는 난처한 듯 머리를 숙였다.
“뭐 하는 수 없지요. 그럼 다음에……..”
사토는 오쿠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갓다.
연회가 끝나자 게이조는 무라이와 함게 호텔을 나왔다. 그러나 아무래도 술 냄새를 풍기며 찾아간다는 게 꺼림칙했다. 나쓰에의 얼굴도 눈앞에 떠올랐다. 게이조가 망설이는 낌새를 보이자 무라이는 그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고 걷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람. 내가 무라이와 팔짱을 끼고 함께 걸어가다니.’
게이조는 생리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
호텔에서 다쓰코의 집까지는 3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상하게 시무룩한 얼굴로 다쓰코의 집 앞까지 왔다. 이층에도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할 수 없이 게이조가 소리쳤다. 거실 미닫이가 열리고 제자가 얼굴을 내밀었다가 곧 사라지고 다쓰코가 나왔다.
“어머, 선생님, 웬일이세요? 술 냄새를 풍기시고……”
무릎을 꿇고 앉아 게이조를 쳐다보면서 다쓰코는 방긋 웃었다.
“다쓰코 씨, 나도 왔어요.”
그때까지 현관 밖에 있던 무라이가 불쑥 얼굴을 디밀었다.
“어머, 무라이 씨도 오셨군요?”
다쓰코는 눈에 띄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매정한 얼굴 하지 말아요. 원장님이 같이 오자고 귀찮게 잡아끄는 바람에.”
게이조는 당황한 얼굴로 무라이를 바라보았다.
“허튼 소리 말아요. 오자고 잡아끈 건 무라이 씨죠? 그런 것쯤 모른 내가 아녜요, 그렇죠, 선생님?”
“참, 이 모양이니까 신용이 없는 놈은 괴롭다는 거야. 진실이 통하지 않거든.”
“진실이라는 단어가 무라이 씨의 사전에도 있기는 한가요? 할 수 없지 뭐. 선생님을 보아서 오늘은 들어오게 해드리죠.”
다쓰코는 거침없이 말하고 실내용 슬리퍼 두 켤레를 나란히 놓았다.
“뭣하러 오셨죠?”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쓰코는 웃지도 않고 게이조와 무라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뭣하러 왔느냐고요? 인사치고는 너무한데…..다쓰코 씨 집에 온 건 당연히 다쓰코 씨 얼굴을 보고 싶어서죠.”
무라이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양말 위로 발바닥을 두세 번 긁었다. 다쓰코는 그런 무라이를 흘겨보면서 말했다.
“두 분 설마 절 놀리러 오신 건 아니겠지요?”
“천만에요. 놀리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마쓰사키 양을 만나보는 게 얼떨까 해서 망설이던 끝에……”
게이조의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다쓰코는 베이지색 기모노의 무릎을 치며 소리내어 웃었다.
“선생님은 역시 고지식하네요. 그런데 어째서 술에 취해 오셨어요?”
“다쓰코 씨, 술이라도 한잔 걸치지 않고서는 찾아오지 못하는 겁쟁이에요, 우리는. 그렇죠, 원장님?”
“그래요? 어떻게든 요카코를 만나보실 작정이군요. 만날 각오는 되어 있겠지요, 무라이 씨?”
제자가 세 사람 앞에 차를 갖다 놓고 나갔다.
“이거 원, 각오를 다 하라니…….”
무라이는 차를 꿀꺽 마셨다.
“무라이 씨,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모처럼의 취흥을 깨서 안됐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유카코의 방에 가셔야 할 거예요. 그래요, 한 분씩 가는 게 좋겠어요.”
“한 사람씩?”
“그래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유카코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무라이 씨부터 면접 시험 시작할게요.”
뒷말은 농담으로 던지고 다쓰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다 올라가자 다쓰코가 말했다.
“유카코, 손님이에요.”
“들어오세요.”
유카코의 목소리에 무라이는 무심코 멈춰 섰다.
“무라이 씨에요, 유카코.”
다쓰코가 방에 들어가서 말했다. 현관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유카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이 보이는 사람처럼 무라이 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소.”
무라이는 모직 옷을 입고 단정히 앉아 있는 유카코를 바라보면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유카코는 잠자코 있었다.
“예뻐졌군. 검은 선그라스가 잘 어울려요.”
“무라이 씨, 그런 인사가 어디 있어요?”
다쓰코가 나무랐다.
“아니, 어울리니까 어울린다고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쓰지 않는 게 좋고, 고칠 수 있다면 내가 치료해 줄 생각이에요.”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유카코의 목소리는 오싹할 만큼 싸늘했다.
유카코가 아사히가와로 돌아온 이상 언젠가 무라이나 게이조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쓰코는 그때를 대비해 미리 유카코에게 이렇게 말해 두었다.
“유카코,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빠를지도 몰라요. 추억이 남아 있는 곳에는 다시 찾아가지 말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결국은 환멸을 느끼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까 그 점을 역이용해서 추억을 되찾아야 해요.”
다쓰코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유카코에게 게이조나 무라이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이조를 우상화하고 무라이를 미워하면서 살고 있는 유카코가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려면 과거와의 작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유카코는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군요. 난 그런 응석받이 생활 태도가 못마땅해요.”
다쓰코는 이런 말도 했다. 유카코는,
“원래 전 응석받이인걸요. 하지만 아무도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추억에 응석을 부린다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하고 항의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은 다쓰에의 말에 따르게 되었다.
그래서 유카코는 언제든지 게이조나 무라이를 만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 유카코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다쓰코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싸늘한 유카코의 말에 무라이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웠다.
“여전히 고집불통이군. 눈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요?”
“무라이 선생과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10년 만에 만났는데 뭘 그렇게 화를 내는 거요. 내가 결혼했기 때문인가?”
“망상은 그만두세요.”
유카코는 가면과 같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다쓰코 씨, 이 사람은 내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증발해 버렸어요. 원장님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이상한 전화를 걸어대고 말이죠.”
무라이는 다쓰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라이 선생의 일 따위는 제가 알 바 아녜요.”
“그래요? 그럼 원장님만을 줄곧 생각해 왔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오. 문제는 눈이오. 아직 의사의 치료도 받아보지 않은 게 아니오?”
“………..”
“어쨌든 고칠 수만 있다면 고치는 편이 좋지 않겠소? 무엇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잖소.”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이대로 사는 편이 더 나아요.”
“이거 너무하는군. 하지만 내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도 그리운 누구의 얼굴은 보고 싶을 게 아니오?”
무라이는 이죽거리면서 담배 연기를 유카코에게 내뿜었다.
“뭣하러 온거죠? 절 놀리러 왔나요? 무라이 선생은 아직도 절 우롱하고 싶으세요?”
유카코의 입술이 실룩거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살아 있다니까 발이 있나 없나 보러 왔소.”
무라이는 다쓰코에게 웃어 보였다. 다쓰코는 제자가 연습하는 것을 볼 때처럼 엄한 표정으로 무라이를 돌아보았다.
“원장님의 사모님께 들었어요. 제 묘비를 세워 주셨다고요? 무라이 선생 같은 악당도 별 수 없군요. 내 유령이라도 나타날까봐 두려웠나 보죠?”
“무척이나 튼튼한 유령이어서 안심했소.”
무라이는 뜨끔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그래, 그럼 또 오겠소.”
옷장 하나, 조그마한 책상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지만 어딘지 여자가 쓰는 방다운 분위기를 풍긴다고 생각하며 무라이는 휘 둘러보았다.
“이제 오지 마세요.”
“아니오, 당신도 날 만나보고 싶어질 거요. 당신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소.”
“…………”
“다쓰코 씨한테서 들었을 테지만 난 혼자요. 함께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무라이는 다시 히죽 웃었다.
“돌아가 주세요.”
유카코는 몸을 비틀며 말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다쓰코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무라이 씨, 유카코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없나요?”
“할 말? 없어요, 별로.”
“그래요? 그런가요? 전 무라이 씨가 두 손을 짚고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두 손을 짚고요? 뭘 사과하란 말이죠?”
“무라이 씨는 유카코를 희롱했잖아요?”
“허, 남자와 여자가 놀아났다고 해서 사과를 해야 하나요? 다쓰코 씨, 일방적인 이쪽 의사만으로 그렇게 자주 놀 수는 없잖아요?”
무라이는 우습다는 듯이 무릎을 문질러대며 웃었다.
“무라이 씨, 유카코를 완력으로 범한 것을 잊었어요? 그 후 유카코는 자포자기 했던 거예요. 무라이 씨는 그렇게 여자 관계가 복잡했으면서도 여자의 슬픔은 조금도 모르는 모양이군요.”
다쓰코는 측은한 듯이 무라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설교하는 겁니까, 다쓰코 씨? 그렇다면 밤을 세면서라도 천천히 듣지요.”
게이조는 무라이와 헤어진 후 택시를 잡아탔다. 방금 만난 유카코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밤의 유카코에게서는 도요토미 온천에서 보았을 때의 가엾은 인상과는 달리 슬픔을 견뎌 온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호되게 당했어요, 원장님.”
이층에서 내려온 무라이와 교대라도 하듯 게이조는 머뭇거리면서 유카코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유카코는 말도 못 꺼내고 온몸이 굳어 버린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사람은 잠시 잠자코 마주 앉아 있었다.
어느새 유카코의 검은 선그라스 밑으로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 내려 양 볼을 적셨다.
게이조는 지금 차 안에서 그 눈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만나 그처럼 눈물을 보이는 사람은 유카코뿐일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카코가 몹시 소중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집이 가가워옴에 따라 게이조의 그런 감미로운 감정은 나쓰에에 대한 꺼림칙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다쓰코의 집에 갔다왔다고 하면 나쓰에는 어떤 얼굴을 할까. 무라이에게 끌려갔다고 해도 나쓰에는 쉽게 납득할 것 같지 않았다. 특별히 손 한 번 잡아본 것도 아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 건넨 것도 아니다. 손가락질을 당할 만한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별로 꺼림칙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이조는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타일러 보았다. 그러나 유카코의 눈물에서 느낀 그 말할 수없이 달콤한 감정은 역시 그에게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아사히가와의 9월 밤 날씨치고는 보기 드물게 무더운 밤이었다. 게이조는 차창을 열고 바람을 쐬었다. 문득 나쓰에와 요코에게 줄 과일이라도 사 가지고 갈까 하고 생각하며 게이조는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가구라 거리의 과일가게 앞에 차를 세우게 했다. 하지만 과일을 사 가는 것은 자신의 꺼림칙함을 입증하는 것 같아 그는 그대로 차를 달리게 했다.
“성대한 축하연이었소.”
하고 현관으로 마중 나온 나쓰에에게 말했다.
“그랬어요?”
“어쩐지 무라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
게이조는 앞장서서 거실로 들어갔다.
“그가 개업을 하지 못한 게 내 탓인 같아서 말이오. 어쩐지 미안했소.”
여느 때와는 달리 게이조는 말이 많았다.
“내노라는 재주꾼들만 모였더군. 모자에 비둘기를 꺼내 날리는 마술 같은 것도 했소.”
“그랬어요?”
게이조는 소파에 앉았으나 나쓰에는 그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에 끌려들어오지 않는 나쓰에를 보며 게이조는 문득 불안을 느꼈다.
“유카코는 잘 있어요?”
나쓰에가 싸늘하게 웃었다. 갑자기 나쓰에의 입에서 유카코의 이름이 나오자 게이조는 당황했다.
“뭐요?”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까 무라이 씨가 전화를 걸어 줬어요.”
“무라이가?”
나쓰에는 천천히 걸어와 게이조의 옆에 앉았다.
“네. 다쓰코가 오지 말라고 해서 가기 싫었는데 당신이 억지로 잡아끌어서 갔다왔다고 하더군요.”
“천만에. 잡아끈 건 무라이 쪽이오.”
“아마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하더군요.”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군.”
게이조는 무라이의 속임수에 넘어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럼 당신은 왜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유카코한테 갔다왔다는 얘길 해주지 않으셨어요?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 날렸느니 하면서 딴전만 부리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거요. 먼저 축하연 얘기부터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먼저 말을 꺼냈잖소?”
“그럴까요?”
나쓰에는 내뱉듯이 말하고 부엌으로 갔으나 곧 물컵을 쟁반에 받쳐들고 돌아왔다.
“당신 말씀대로 일에는 순서가 있어요. 유카코와 만난 일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요? 그 가장 중요한 일부터 말씀해 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오.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어머, 쓸데없는 소리라뇨?”
“쓸데없는 소리지 않고…..목욕이나 해야겠소.”
게이조는 불쾌한 표정을 보이며 거실에서 나왔다. 나쓰에는 평소와는 달리 등을 밀어 주러 따라오지 않았다. 약간 미지근한 물에 목욕을 하면서 게이조는 등을 밀어 주러 오지 않는 나스에에게 화가 나 있었다.
일부러 풍파를 일으키려는 듯이 전화를 건 무라이에게도 화가 치밀엇다. 화가 나면서도 게이조는 나쓰에가 혹시나 욕실로 들어오지 않을가 하여 귀를 기울였다. 뜰에서 벌레 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리 기다려도 나쓰에가 들어오는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게이조는 갑자기 마음이 싹 달라졌다.
‘유카코 양과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소.’
게이조는 무심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뭐라고 변명할까 하는 생각만 들고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나쓰에가 다소 기분이 상하여 바가지를 긁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정도는 각오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인간은 설사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비난을 받으면 반앙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만일 오늘밤에 자신과 유카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쓰에가 비난조로 말했다면 게이조는 역시 ‘뭐라고?’하며 화를 냈을 것이다. 도둑에게도 서푼어치의 핑계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어째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걸까?
본래 인간에게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그 책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성이 없는 것일까?
‘죄의식이 없는 것일까?’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게이조는 분명 자신은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꺼림칙한 기분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비난을 받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던 죄의식까지 잃어버리는 것일까.
게이조는 욕조에서 나와 몸에 비누칠을 했다. 문득 유카코의 작은 입술이 떠올랐다. 가엾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은 입술이었다. 작지만 도톰한 그 입술을 게이조는 달콤한 감정으로 생각했다.
유카코는 눈과 코도 작은 편이었다. 게이조는 동그랗고 새까만 눈을 반짝이던 10년 전의 유카코를 떠올렸다.
‘그 여자는…….’
유카코는 항상 절박한 듯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나 열심히 살던 여자였다고 생각하니 게이조는 유카코가 가엾게 여겨졌다. 그녀에게는 남에게 몸을 내맡기는 듯한 그런 무방비한 데가 있었다. 그것은 유카코의 천서잉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10년 전에 그런 유카코를 껴안아 주지 못했을까.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전화를 걸오 온 그 절박한 심정을 어째서 헤아려 주지 못했을가. 게이조는 자신이 몹시 무정한 사나이로 생각되었다.
게이조는 다시 욕조로 들어갔다. 물이 더 많이 식어 있었다. 나쓰에는 물온도조차 봐주지 않았다. 게이조는 눈을 감았다. 벌레 소리가 들려올 뿐 집 안팎은 조용하기만 했다.
게이조는 갑자기 유카코를 당장 품안에 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결혼한 지 20여 년 동안 자신은 충분히 성실한 남편이었다고 생각했다. 나쓰에는 그 점에 대해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지근한 물에…..’
게이조는 유카코에게로 쏠리는 자신의 감정을 나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갑자기 벌레 소리가 뚝 끊겼다.
게이조는 몸을 욕조에 담근 채 수건으로 목 언저리를 닦았다. 물소리가 의외로 크게 울렸다.
“가엾게 보였다는 것은 반했다는 뜻이다.”
언젠가 다카기가 말했다. 소세키의 유명한 번역 글귀가 떠올랐다. 남자는 가엾은 여자에게 마음이 쏠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나쓰에처럼 언제나 우위에 서려는 인간에게 그는 이상하게도 넌더리가 났다.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나무라도 쓰러지는 듯한 소리였다.
게이조는 옷을 입으면서 무라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끌고 갔으면서 되레 끌려갔다며 나쓰에에게 당치도 않은 전화를 걸었다. 그는 틈을 보이기만 하면 언제나 멋대로 자기들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게이조는 용서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욕실에서 나온 게이조는 오른쪽에 있는 요코의 방을 보았다. 미닫이 틈새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게이조는 그냥 곧바로 나쓰에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나쓰에와의 사이를 불쾌한 일이 생기면 요코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요코!”
게이조는 미닫이 앞에 서서 요코를 불렀다.
“어머, 언제 돌아오셨어요?”
미닫이가 스스르 열리고 파랑색 스웨터를 입은 요코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 목욕하셨어요, 아버지? 돌아오신 줄도 몰랐어요.”
“공부하니?”
게이조는 앉아서 요코의 책상을 쳐다보았다. 영어 교과서와 노트가 놓여 있었다.
“공부랄 것도 없어요.”
“내년엔 대학에 가야지?”
요코는 게이조의 얼굴을 바라보고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요코에게는 아직 대학에 진학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공부하는 게 좋아서 요즘은 날마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아버지, 며칠 동안 혼자 계시게 되어 어떡해요?”
요코가 화제를 바꾸었다.
“호낮?”
“어머, 치가사키에 간다는 말씀 어머니께서 하시지 않았어요?”
게이조는 나쓰에한테서 다쓰코와 함께 도쿄와 치가사키를 여행하고 싶다는 말은 훨씬 전에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나쓰에한테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이상하군요. 4,5일 안에 떠나실 텐데요, 아버지.”
“뭐, 4,5일 안에?”
“아마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놀라게 하시려나 봐요.”
“뭐 아무래도 좋아. 도쿄도 지금은 비행기로 금세 갈 수 있으니까.”
게이조는 정말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나쓰에가 곁에 없는 생활이 어쩐지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버지…….”
요코는 잠시 머뭇거렸다.
“뭔데, 요코?”
“저, 오늘 저녁에 전화가 걸려 왔었어요.”
망설이면서 요코가 말했다.
“누구한테서?”
“여자분이었어요. 원장님 계시냐고 묻더군요. 안 계신다고 했더니 그냥 끊어 버렸어요.”
게이조는 미간을 찌푸렸다. 유카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유카코는 자신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올까 내일 올가 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으니까 초조한 마음에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어머니도 옆에 있었니?”
“아뇨, 안방에 계셨어요. 어머니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 뭐 말해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한시름 놓으면서 게이조는 이렇게 말하고 팔짱을 끼었다. 어째서 병원으로 전화를 걸지 않고 집으로 걸었을까? 자신이 전에 근무하던 곳이라 전화를 걸기가 싫었을까?
“아버지, 전 다쓰코 아줌마와 함께 여행하는 건 좋지만, 유카코라는 분과 함께 어울리는 데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요.”
요코도 유카코의 전화였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눈이 불편하잖아요. 경치를 볼 수 없는 분 앞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봐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에요.”
“가벼운 마음으로 경치를 설명해 주면 돼.”
“…….그리고 부인이 있는 분을 좋아하는 거런 사람은 싫어요.”
요코가 잘라서 말했다.
“벌써 10년 전 일이야.”
게이조는 요코에게 들킨 것 같아서 뜨끔했으나 태연스럽게 말했다.
“10년 전이라도 싫어요, 전.”
“그래? 하지만 요코,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안 된단 말이야.”
“그럴까요? 전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좋아하는 생각에 마냥 젖어 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겠어요? 좋아하게 된다는 건 역시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코는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인긴이란 그렇게 자로 잰 듯이 단정지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닐가?”
게이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남편이나 부인을 좋아하면돼요? 그리고 결혼한 사람이 다른 이성을 좋아해도 괜찮아요?”
“그야 물론 좋은 일은 아니야. 하지만 나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좋아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는 감정이란 말이야……..”
“어쩔 수 없는 거라고요?”
요코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게이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인간에게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 불가항력적인 일이 있는 거야.”
게이조는 요코의 예리한 눈길을 피하려는 듯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초록색 커튼이 무겁게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게이조는 인간에게는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도 좋아하게 된다. 싫어하지 않으려고 해도 싫어하게 된다. 원망하지 않으려고 해도 원망하게 된다. 돈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집착하게 된다. 배타적이 되지 않으려고 해도 사람을 배척하게 된다. 바른 길을 가려고 해도 옆길로 빠지게 된다. 비열해지지 않으려고 해도 비열해지게 된다.
생각해 보니 어쩔 수 없는 일투성이인 것 같았다. 게이조는 그것을 요코에게 말해준 다음,
“인간이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부자유스러운 존재야.”
하고 반쯤은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덧붙였다.
“그런 정말이에요, 아버지. 전 인간이란 좀더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자유로운 시대이고 모두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말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을지도 몰라요.”
그것은 요코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요코는 자신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미워하고, 완전히 용서한 줄 알고 나쓰에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꺼리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따라와 주지는 않는다.
“인간은 본래 자유롭게 만들어졌다는 데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부자유하게 되었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부자유하다는 것은 인간 본래의 못브은 아닐 거야.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죄인이라는 증거인지도 몰라.”
게이조는 방금 욕조 속에서 유카코를 껴안고 싶어한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았다. 아마도 당분간 유카코에 대한 그런 집착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게이조는 유카코를 마음속에서 몰아내려고 해도 다시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만 같았다.
잠시 뭔가 생각하고 있던 요코가 말했다.
“아버지, 그분이 아버지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용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누군가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남을 죽도록 미워한 끝에 그를 죽였다면 어떻게 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겠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럼 공부에 방해가 될 테니까…..”
게이조는 일어나 거실로 돌아왔다.
나쓰에가 연어국을 끓여 놓고 뜻밖에도 아주 부드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게이조는 약간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국에밥을 말아 입에 떠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