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데 또 가면 무슨 재미가 있노?“
먼 덴 가기 싫고, 갈 곳이 마땅찮은 내게 아내가 하는 말이다.
얼마전 똑 같은 코스로 다녀왔지만 사진이 날아가버려 사진이나 몇 장 찍고 오리라하며 늦게 집을 나섰다.
‘갈맷길 5코스’는 ‘낙동강하굿둑~신호대교~천가교~가덕도일주’로 약 42km.
그 중 ‘낙동강하굿둑~천가교(약 22km)’를 ‘갈맷길 5-1’로, ‘천가교~가덕도일주(약 20km)’를 ‘갈맷길 5-2’로 구분짓는다.
내가 가는 길은 ‘5-2코스’ 중에서도 일부.
동묘산을 빙 두르며 누릉령에 올라선 뒤 누릉능 해안가에 내려서서 해안을 따라 동선방조제로 빠져 나온다.
약 6km의 가벼운 산책로다.
빨간색 트랙은 엊그제 다녀온<☞동묘산,응봉산,강금봉>이고, 오늘 아내와 함께 찾은 길이 파란색 트랙이다.
이 코스는 ‘동묘산,응봉산,강금봉(빨간색 트랙)’을 빙 두르는 길로 ‘갈맷길’의 일부분인 것.
갈맷길은 해안길 6곳(109㎞), 강변길 3곳(48.5㎞]), 숲길 8곳(107㎞), 도심길 4곳(37㎞)으로, 총연장이 302㎞다.
이를 ‘갈맷길 700리’라고 부르며 유형별로 21개 코스이다.
6.36km에 천천히 3시간 20분으로 고도차도 평이하니 아주 수월한 길.
차량으로 진입하면서 올려다보는 강금봉과 우로 응봉산.
차를 댄 곳은 '생교경로당(강서구 동선동 119-2)' 앞 너른 길가다.
그곳엔 갈맷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산길입구로 이동하면서 예전에 올랐던 뽕긋한 동묘산을 올려보고...
우리가 넘어갈 누릉령 잘록한 고개도 쳐다본다. 누릉령 좌측에 응봉산, 우측 날파리가 올라앉은 봉이 매봉.
입구의 이정표. 주소는 '강서구 동선동 1045'다.지난 동묘산은 현수막 뒤로 올랐었고, 갈맷길은 세멘트포장임도로 올라야 한다.
이정표엔 누릉능이 2.8km로 표시되어 있다.
임도는 휘어지며 동묘산을 우로 에두르고...
산길입구에서 산으로 진입해도 결국은 이 임도를 건너게 된다.
임도 좌측으로 난 산길이 동묘산 오르는 길.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박완서 님의 산문집 제목이다.
오늘 우리는 가본 길을 가는 것이니 그와는 상반된 느낌이다.
그러나 적당한 그늘숲, 한적한 길을 도란도란 걸을 수 있으니 그만하면 나무랄 것 없다.
오늘은 자그마한 '동선소류지'로 잠깐 내려서 보았다.
그 위엔 사슴농장이 있고, 임도 갈맷길은...
군데군데 이정표와...
파랑·빨강 표지기가 길안내를 하고있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 세수를 하였더니 그 시원함이 얼음물과 같아...
그 수원(水源)을 확인하니 지하수다.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누릉령(고도 약 160m)이다.
산불초소 우측으로 응봉산 가는 길이고...
응봉산과 누릉능으로 내려서는(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 사이에 안내판이 있다.
매봉 올라가는 길목 정자엔 먼저온 사람들이 쉬고 있어 우리는 누릉능에서 쉬기로 하였다.
누릉능으로 내려서는 임도.
임도 우측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르고...
20여분 만에 해안가에 뚝 떨어지면 좌측으로 동선방조제로 이어지는 갈맷길이 보인다.
이 지점의 이정표.
아치형 다리가 있는 지점.
바위엔 낚시꾼들의 포인터.
"너거집은 어디고?" 빤히 쳐다보는 흑염소들.
그리고 다리 밑의 맑은 계류.
사람을 보고 겁을 내지 않는 염소. 방목? 아니면 가출?
언덕 위에 올라서니 널따란 부지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전망데크도 마련되어 있다.
누릉능 안내판. 바위(여 礖)가 누른 색을 띠어 붙여진 지명이란다.
이 일대에 70년대까지만 해도 몇 채의 집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터만 남았다.
잔잔한 바다 멀리 다대포.
동쪽 해안엔 바위가 발달하였다.
대항 방면 해안.
누릉능에서 펼친 시원한 맥음료와 포도주. 잊고온 커피는 우리집 냉동고에서 얼어붙고 있을 것.
전망대 아래 흔적만 남은 터는 예전 해안경비초소가 있던 자리.
50여년 전 나는 군에서 해안경비를 섰다.
가덕도 갈맷길 5-2코스 안내판엔 기도원으로 이어지는 갈맷길이 표시되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쉬었다가 기도원을 거쳐 동선방조제로 향한다.
고도를 쌀짝 높히는 건 우측 아래로 가파른 절벽이 있기 때문.
사면을 비스듬히 돌아가는 길은 안전밧줄과 계단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만난 전망바위에서 아내에게 카메라를 맡겼지만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기도원 직전의 데크 전망대.
바다 건너 다대포.
발아래 바위에 밧줄을 칭칭 동여맨 것은 비상시 구조용(?).
기도원이다.
기도원에서 내려온 길을 돌아본다.
바위가 유독 누른 빛을 띤 것은 철분이 많은 탓이겠지만 '누릉능'이란 이름이 생겨나게한 어원이다.
낚시하는 사람들.
'가덕기도원'은 부민교회 부속시설. 어쩐지 썰렁해 뵈는 건 코로나 탓인가?
길가의 나리꽃.
해안가 바위들이 온통 누렇다. 이래서 누릉령·누릉능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엊그제 다녀온 '갈맷길 5-2구간'의 강서구 신호와 명지지구가 보인다. 건너는 사하구.
온통 누런 빛깔의 바위들이...
해안에 흩어져 있다.
다대포 방향.
아무렇게나 포개져 있는 기암.
그런데 우리를 보고 도망도 가지 않는 어린 고양이.
땡볕에서 홀쭉한 배를 깔고 힘없이 누워있어 꼭 죽을 것만 같다. 길고양이는 아닌 듯하고, 누군가가 버린 듯하다.
이곳은 민가가 없어 아무데도 먹을 꺼리가 없을 텐데.
나는 데리고 가자고 하였으나 아내는 알러지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배낭에 먹을 거라곤 하나도 없으니, 내내 마음만 짠하다.
정면엔 눌차도.
뽕긋 솟은 바위에 어렵사리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나리꽃을 보았다.
당겨본 나리꽃.
눌차도 건너 신호 명지지구.
이정표가 있는 입구로 나와...
'갈맷길 노선안내도'와...
'동선새바지' 가덕대구 안내판이 있다.
'새바지'는 샛바람(東風)을 많이 받는다고 불리는 이름으로 '대항'엔 '대항새바지'도 있다.
가덕대구는 임금님 진상품일 만큼 맛이 뛰어났다고.
눌차도와 가덕도 사이의 제방을 '터질목'이라 하는 건 태풍이 불면 둑이 터져서, 또는 배가 잘 터진다고 불리는 이름이란다.
좌측 산불초소가 있는 곳으로...
강금봉과 응봉산 오르는 길이다.
해풍에 이상한 모양으로 커버린 소나무.
바닷가에 동그란 모양의 섬은...
죽도(竹島). 그 뒤로 갈미봉과 구곡산이 병풍을 치고 있다.
차를 대 놓은 곳에 닿았다.
삼거리 앞의 생교경로당(강서구 동선동 119-2)'은 네이버에 검색되지 않아 주소를 입력해야만 한다.
귀가하는 길목 '의창수협본점' 옆에 용원어시장이 있다.
횟감을 사러 왔더니 수족관에 철이른 전어가 보여...
1kg(2만원)을 샀다.
샤워후 두 다리 뻗고 퍼질러 앉았더니 휴일은 그만 그렇게 끝이나고 만다.
혜민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내가 나를 사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합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