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수행 김현숙(47, 선법화)-하
20분이지만 매일 지속 노력
아내·엄마 끈기…가족과 공감
미타기도 등 자모들 신행 지속
돌발상황 주력으로 평온 찾아
47, 선법화
매일 아침 일어나 천수경과 함께 신묘장구대다라니 7독 기도를 시작할 즈음, 남편과 아이들은 절이 아닌 집에서 아내의 그리고 엄마의 기도 소리를 듣고는 오히려 무척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훗날 웃으며 듣게 된 바로는, 나에 대한 염려 이전에 ‘과연 저 기도가 며칠이나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돌이켜보면 가족들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고 점검하며 한편으로는 응원해 주었던 셈이다.
그러한 가족의 무관심한 듯한 관심이 나에게는 수행의 큰 자극이 됐다. 초반에는 어떻게 해서든 매일 아침 기도를 이어가고자 노력해야 했다. ‘천수경’과 함께 신묘장구대다라니 7독을 외우는 아침 기도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수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아침 수행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긴 기간이 필요했다. 졸음을 쫓아내며 이불을 조금이라도 더 부여잡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적어도 자신과 최소한으로 결심한 약속은 지키고 싶은 생각에 더 무게가 실렸다. 처음 나의 귀를 솔깃하게 했던 가피, 영험 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아예 관심 밖이었다. 오직 내가 스스로 세운 기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확신이 섰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아침 기도시간을 놓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 날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은 가족이 먼저 알아봤다.
가족은 내 모습을 보며 비로소 기도의 마음을 느꼈다고 한다. ‘아내, 엄마도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는 끝까지 하려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내와 엄마로 각인됐다. 덕분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 탄탄하게 여몄다.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 가족 모두의 목표를 향해 더 진중하고 내실 있게 성장해가는, 서로를 위한 본보기로 거듭난 것 같다.
홍법사에서는 얼마 전부터 아미타불 기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아미타불 기도는 저녁에 모여 명상하고 염불하며 수행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혼자라면 분명, 이 기도 역시 힘들어했을 것이다. 이제는 함께 할 수 있는 자모들이 있고 이 자모들을 항상 이끌어주시는 문화관 관장님이 계셔서 매회 감사히 수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즐겁게 동참하리라는 믿음이 든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두 아이는 성큼 자랐다. 자모들과는 여전한 도반의 정으로 세향 합창단, 우리 춤 등의 활동을 하면서 홍법사를 계속 찾고 있다. 한여름 백중 기도 때 세향 합창단과 매주 기도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이들로 시작된 우리 자모 도반들의 인연 씨앗이 싹으로 성장해 나무가 되고 이제 더 풍성한 숲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된다.
감사와 참회기도, 아미타불 기도, 그리고 문화관장님이 이끌어주시는 붓다볼 명상 등 다양한 수행법을 접하는 요즘 하루하루는 미소와 감사함으로 충만하다.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수행의 행복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음에 또 감사하다. 오랫동안 수행 정진에 임해오신 분들의 원력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보잘것없는 수행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면 할 수 있도록 이 인연으로 이끌어주신 모든 분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리게 된다.
워킹맘인 나의 직업은 사회복지사다. 외롭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리 주위의 이웃을 만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적의 복지서비스를 펼치고자 노력한다. 일하면서 힘들고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언젠가부터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마음속으로 반복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에서든 다라니를 외며 일체 존재의 행복을 염원하다 보면 편안함과 동시에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다시 집중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즈음인 11월 12일은 육군훈련소에서 큰아들의 수료식이 있다. 큰아들이 무탈하게 훈련을 잘 받아서 아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매일 아침 염원해 본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