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해피엔딩

[봉투(신지원)]

.......이렇게 다수의 무고한 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것을 독일에서는 흔히 ‘아목라우펜’(Amoklaufen)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러닝 아목’(running amok)이라고 한다. 아르라우펜(=러닝 아목)은 말레이어 ‘멩아목’(mengamok)을 글자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그 속의 ‘아목’(amok)이라는 말은 “통제할 수 없는 격노에서 나오는 광기”를 의미한다. 아무런 동기 없는 광적인 연쇄 살인은 유명한 탐험가 쿡 선장이 항해 중 서남아시아에서 처음 목격한 현상으로, 그의 보고서를 통해 그 존재가 서구에 알려졌다고 한다.

19세기 독일에서 발간된 마이어 회화사전 4판(1885∼92)은 아목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목라우펜(자바어 amoak ‘죽이다’에서 유래). 자바섬과 같은 곳에 사는 여러 말레이 부족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야만적 관습.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단검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을 해치거나 죽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타인들에게 제압당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한국의 ‘묻지마’ 살인, 혹은 일본의 ‘도리마’(通り魔) 살인은 아목라우펜의 이 말레이적 원형에 가장 근접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 문화에서 아목은 ‘한투 벨리안’(hantu belian)이라는 사악한 호랑이의 영(靈)에 의해 야기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악령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난폭해져 칼이나 총을 들고 타인을 해치는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목은 악령의 작용으로 여겨지기에, 말레이 문화에서 그 행위를 한 인간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브레이빅의 변호인은 종교적 개념(‘악령’)을 의학적 용어(‘광기’)로 바꾸어놓은 채 이 말레이의 전통을 변호의 전략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 노르웨이 연쇄 테러범과 러닝아목   글: 진중권 )

좀 놀라셨지요?

저도 좀 놀랠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펜을...아니 자판을 두드립니다.

지난 주에 큰아들이 다니는 학교(5학년 부터 13학년까지 다니는 인문계 고등학교)로부터 편지와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그 내용이 평소 가정통신문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주 화요일(9월 4일), 학교 남자화장실에서 경고성의 낙서가 학생들에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인즉슨 2012년 9월 10일 (월) 오전 10시를 기해 학교에 Amoklaufen이 있을거라는 내용 이었다는데요.

학교측은 즉각 경찰에 신고해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위험요소는 발견하지 못했고 10일에는 사복경찰이 학교에 배치되어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양해가 되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헐...ㄷ ㄷ ㄷ....

살다보니 이제 밸일이 다 생기는구나...

뉴스에서만 보는 일인 줄 알았었는데....

아...왜 이 세상은 날로 악해져만 가는 것인가....

일단, 월요일에 학교를 보낼것인가 말것인가?...

만약 보냈다가 혹, 혹,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생긴다면...

아....여생을 그 날 학교 보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살 수 도 있는데...

아니, 아니야...아이들 장난일꺼야....아니, 진짜일 수 도 있잖아...

딱히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데 남편의 의견은 이랬습니다.

그것이 진짜이든 가짜이든 사실 제일 안전한 날은 바로 10일 그 날이다.

이렇게 폭로가 되었으니 모두가 준비하고 경찰들이 깔리고 하니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무슨일이 있을라고 치면 아무리 조심해도 일은 있다...

음.....생각 해 보면 그렇기도 하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일단 아직 Amoklaufen 무슨의미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아들에게 설명을 해 준다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아마 장난일 수도 있고 또 그 날 화학시험을 본다고 했기 때문에 자기는 학교에 꼭 가고 싶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으.....고지식한 범생이....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화학시험이...뭔....ㅠ.ㅠ

...................

주말을 보내고 오늘 월요일이 밝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눈꼽떼고 아침먹고 간식도시락들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습니다.

아목라우프에관해선 쌔까맣게 잊었지요 저는....:::::

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이 그러는데 반전체 25명(여학생12, 남학생13)중에서

여자애들 3명, 남자애들은 우리집 애 까지 5명 꼴랑 와서 여덟명이 오붓하게 수업을 했답니다.

물론 오전 10시 학교에서는 아~무일도 없었구요.

더구나 평소 체육시간에는 잘하는 애들 때문에 축구공 한 번 못 차본 아들이...

덕분(?)에 볼을 만질 기회가 있었다며 사뭇 흡족해 하는 미소까지 보였으니...이거 해피엔딩 맞지요? ㅎㅎ

참, 화학시험도 애들이 없으니 당연 안 봤다지요..

[miho(구민정)]

보통 아이들이 시험 보면 학교 안 가고 싶어 하는데 말입니다.... 오호......
선견지명이 있는 아이군요!! ㅎ

[교무간사(김미수)]

아무일 없어 다행이네요...

[신나언니(신미원)]

흠...

[장용환]

애들 아버지의 합리적 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