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플해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도, 오래 보면 볼수록 시크하고 세련된 맛에 결국엔 베이지로 손이 간다. 매 시즌 다양한 유행 컬러가 입에 오르내리지만 언제 어디에 매치해도 늘 옳은 베이지야말로 가장 트렌디한 컬러임에 틀림없다.
베이지 컬러를 생각하기에 앞서 일반적인 메이크업 프로세스를 떠올려보자. 스모키에는 강약 조절을 위해 입술에 베이지를 매치하고, 입술에 포인트를 주고자 할 때는 눈가에 여리여리한 베이지빛 윤기를 주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진다. 섀도 베이스, 립 컨실러만 떠올리더라도 웬만한 포인트 메이크업의 밑바탕에는 베이지가 있다. 이처럼 베이지는 다른 색을 도드라지도록 하기 위한 2인자 역할에 머물러 있었던 게 사실. 하지만 우리가 진가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 베이지는 늘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어왔다.
고준희, 박시연, 보아, 송혜교, 한예슬 등 인터넷을 달군 여자 연예인들의 ‘음영 메이크업’도 결국엔 베이지 계열의 기본 섀도만을 활용한 그러데이션 테크닉이었으니까. S/S 시즌 4대 컬렉션에서도 화려한 컬러들 사이에 묻혀 눈에 띄지만 않았을 뿐 베이지의 위엄은 여전했다. 알렉산더 왕, 살바토레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은 가장 기본적인 누드 컬러만으로 미니멀한 실루엣의 의상을 선보였고, 블루마린, 필로소피 디 알베르타 페레티, 빅토리아 베컴, 에트로, N°21, 빅터 앤 롤프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 레이블의 백스테이지에서 발견한 메인 컬러 역시 베이지였다.
파리에 본부를 둔 유행색 협의 기관 <인터 컬러>에서 선정한 2013년 유행 컬러마저 ‘힐링 뉴트럴(Healing Neutral)’이라는 점은 베이지의 열풍이 단지 패션, 뷰티 업계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종이, 나무, 돌, 피부를 떠올리는 담백한 색으로 ‘무언가의 자양분이 된다’는 <인터 컬러>의 색 묘사가 베이지의 리얼웨이적 사용법과 참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얼굴 윤곽도 아니고 포인트 컬러로 베이지를 쓴다는 게 쥐약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더구나 한국 여성들은 ‘눈가나 볼에 뭔가 바를 거면 색감이 확 살아야지. 하다못해 펄이라도 살아야 그게 메이크업’이라고 생각하니 화제에서 더 벗어나 있던 게 베이지의 한국 내 위상. 하지만 아이보리, 바닐라, 토프, 캐러멜 베이지, 허니 밀크, 모카 등 다양한 뉴트럴 컬러군 안에서 어떤 컬러를 택해 그러데이션할지, 2인자 베이지가 1인자로 돋보이려면 어떤 컬러를 매치해야 하는지 마스터한다면 그제야 베이지의 진짜 매력이 드러나리라. 다음 장에 펼쳐질 메이크업 룩이 당신의 가이드가 되어줄 테니 심플하고 시크한 베이지의 진면목을 깨닫는 일만 남았다.
가장 내추럴하면서, 가장 세련된 베이지 메이크업
EYE 부담 없이 또렷한 눈매, 베이지 그러데이션
동양인의 아몬드 셰입 눈매에 바닐라빛 누디한 컬러가 어울리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눈꼬리 쪽에 짙은 딥 베이지 컬러로 그러데이션하고 입술 역시 한 톤 어둡게 표현함으로써 색이 아예 없어 밋밋할 거라는 누드 아이 메이크업의 선입견을 타파할 것.
이너로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아이잗 컬렉션, 화이트 재킷은 잇미샤.
HOW-TO
1 은은한 골드빛이 감도는 베이지 섀도를 브러시에 묻혀 눈꺼풀에 넓게 쓱쓱 펼쳐 바른다. 언더라인까지 같이 연결되게 쓸어준다. 2 펄 없는 바닐라색 섀도를 눈썹뼈 바로 밑에 발라 하이라이트 효과를 준 뒤, 브라운에 가까운 짙은 샌드 베이지 컬러로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보이도록 사선으로 당기듯 그러데이션한다. 3 눈두덩 가운데 동공 주변에 밝은 골드 섀도를 톡톡 얹어 빛 반사 효과를 노린다. 눈매가 시원해 보이도록 앞머리에도 골드 펄을 얇게 얹듯이 쓸어 바른다.
1 아리따움 모노 아이즈 33 얼쓰 2.5g 5000원. 2 크리니크 처비 스틱 섀도우 틴트 포 아이즈 01 바운티풀 베이지 3g 2만7000원대. 3 베네피트 롱 웨어 파우더 섀도우 누드 스윙스 3g 3만원. 4 에스티 로더 퓨어 칼라 파이브 칼라 아이섀도우 팔레트 05 데저트 힛 7.6g 6만5000원. 5 디올 3 꿀뢰르 글로우 651 누드 글로우 5.5g 6만원.
CHEEK 세련된 원 터치 카푸치노 블러셔
한국 여성들이 늘 고수해왔던 핑크나 코럴 블러셔의 러블리한 느낌에서 탈피하자. 눈으로 보기엔 ‘이렇게 짙은 걸 어떻게 바를까’ 싶지만 의외로 피부에 널찍이, 여리여리하게 발랐을 때 가장 시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살리는 컬러가 바로 카푸치노 베이지.
슬리브리스 재킷은 잇미샤, 네크리스와 이어커프는 엠주.
HOW-TO
1 탄성 좋은 스펀지에 크림 블러셔를 묻혀 볼 중앙에서 광대뼈를 따라 사선으로 뒤쪽을 향해 널찍이 펼쳐 바른다. 2 카푸치노나 모카에 가까운 짙은 브라운톤 베이지 블러셔를 숱 많은 천연모 브러시에 묻혀 크림 블러셔를 바른 위에 덧입힌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쓸어준다. 3 펄이 거의 없는 파우더 느낌의 아이보리빛 섀도를 블러셔 바른 앞쪽 범위부터 얼굴 안쪽으로 당기는 듯한 방향으로 펼쳐 발라 경계를 풀고 은은함을 더한다.
1 바비 브라운 아이섀도우 51 아이보리 2.5g 3만4000원. 2 입생로랑 크렘 드 블러쉬 1호 5.5g 4만9000원대. 3 시슬리 휘또 블러쉬 에끌라 피치 7g 8만8000원. 4 코스메 데코르테 AQMW 블랜드 블러쉬 PK802 13g 8만1000원. 5 부르조아 핑거크림 크림 블러쉬 04 체리블러썸 2.5g 2만4000원.
ALL NUDE 아파 보일 걱정 제로! 올 어바웃 베이지
눈, 양볼, 입술까지 모두 뉴트럴 톤으로 발랐을 때 과연 메이크업이 될까 싶지만 색감의 강약 조절에만 성공한다면 전혀 칙칙해 보이지 않는, 모던한 베이지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확 튀지 않아 무난하면서도, 그래서 더 고난도의 계산이 필요한 메이크업 룩.
화이트 재킷은 아이잗 컬렉션, 네크리스와 뱅글, 링은 모두 엠주.
HOW-TO
1 얼굴 전체가 어두컴컴해 보이지 않도록 색감의 강약 조절이 관건. 양볼과 입술을 강조하기 위해 눈가에는 펄감이 은은한 밝은 바닐라 베이지로 가볍게 윤기만 준다. 2 아몬드 쿠키처럼 브라운톤이 감도는 블러셔를 섀이딩 부위까지 평소보다 넓게 바른다. 블러셔와 섀이딩을 하나의 제품으로 부드럽게 연결해 바른다고 생각하면 쉽다. 3 베이지 룩에서 입술에 포인트를 주고자 한다면 질감에 변형을 가할 것. 입술 본연의 불그죽죽한 색을 가리면서 글로시한 광택을 더하기 위해 밀키 누드 글로스를 얇게 브러시로 펴 바른다.
1 랑콤 옹브르 이프노즈 P102 2.5g 3만원. 2 맥 프레스드 피그먼트 블론드 스트리크 3g 2만8000원. 3 슈에무라 블로썸 드림 컬렉션 루즈 언리미티드 다크 베이지 3.7ml 3만5000원대. 4 에스티 로더 퓨어 칼라 아이섀도우 74 글리스닝 골드 2.1g 3만원. 5 조르지오 아르마니 플래쉬 라커 107 6.5ml 3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