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4 -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변에서 야경을 보며 첼리스트 페레니를 생각하다!
2022년 5월 6일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라냐 Ljubljana 에서 9시 35분에 출발하는 IC 기차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을 달려 8시간후 17시 30분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델리역 Budapest-Déli 에 도착합니다.
역에는 환전소가 없는지라 가게에서 10유로를 3,000 헝가리 포린트 로 바꾸어 지하철을 타고 Kossuth-
Ter (국회의사당) 역에서 내려서는 올라와 웅장한 국회의사당을 구경하며 헝가리 역사를 생각해 봅니다.
일찍이 훈족 이 서진해와 정착해 로마제국을 위협했던 했던 헝가리 평원 에는
9세기 말 중앙아시아 지역을 누비던 마자르족 이 넘어와서 정착합니다.
100여년 세월이 지나고...... 세력을 잡은 이슈트반 1세 가 가톨릭을 국교 로 받아들이고
신성로마제국으로 부터 헝가리의 왕으로 추대받으면서 헝가리 왕국 을 건국했습니다.
이때 헝가리의 수도는 북쪽 다뉴브강변에 자리한 에스테레곰 Esztergom 이었는데
몽골의 습격 을 받아 에스테르곰이 함락당하자..... 남쪽 부다 페스트 로
피신한 벨라 4세는 13세기에 여기 부다 언덕에 고딕양식으로 새 왕궁 을 짓게 됩니다.
왕궁 내부에는 지하로 깊이 파내려가는등 방어에 유리하건만 300년후에 이번에는 오스만 투르크 에 패배해
속하에 들어갔다가 그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의 지배하에 바로크 양식 으로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첼리스트 페레니 미클로시 는 ‘첼로의 성자’ 로 불리는데, 동아일보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의 기사에 보면 저 페레니씨가 5년만에 한국팬 을 만난다고 하는데.... 그는
‘첼로의 성자’ 외에 ‘ 첼리스트의 첼리스트’ 로도 불리니 ‘파블로 카살스의 직계 제자’ 라 합니다.
2018년 서울 시립교향악단 과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을 협연하며 잊히지
않는 기억을 심어준 페레니는 5년 만에 다시 내한해서 리사이틀 을 갖는다고 합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주최로 콘서트홀에서 5월 11, 14일 두 차례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전곡을 비롯
베토벤의 첼로 작품들을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와 함께 들려 준다고 합니다.
페레니 는 1963년에 이 도시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파블로 카살스 국제 콩쿠르 에서 입상한
뒤 카살스가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계속해서 초청하며 그의 총애를 받았으니....
그는 “열일곱 살 때 부터 5년 동안 카살스 선생님의 모든 것 을 흡수했다” 라고 회상했습니다.
페레니 는 1974년에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음악원 교수로 임용된 후 국내외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수많은 제자를 육성했다. 바로크에서 현대 음악 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
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리사이틀을 펼치는 한편 2013년 사이먼 래틀 경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순회공연에 동행하는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과 협연해 왔습니다.
그의 연주를 특징짓는 큰 주제어들은 ‘순수함과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운 기교’ 이니 음색에서
부터 온화한 인간미가 흘러나오며, 가식이나 꾸밈없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극히 기교적인 부분에서 조차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한 천의무봉 (天衣無縫) 한 매력 이 그의 열혈팬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소식지 월간 SPO 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악보의 음표에서
시작한다. 음표를 들여다보 면 순수하고 아무것도 더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음표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길 을 찾는다. 나는 음표들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11일 베토벤 첼로소나타 1, 3, 4번과 ‘아가씨냐 귀여운 아내냐’
주제에 의한 변주곡, 14일 첼로소나타 2, 5번과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또 첼로로 연주하는 호른 소나타 F 장조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두 변주곡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에 나오는 노래를 주제로 베토벤이 작곡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콜린스 는 1999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일랜드 피아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물. 지난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페레니와 듀오 무대를 가진 후 호흡을 맞추고 있다네요.
페레니 가 두 차례 녹음한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도 이 레퍼토리의 대표 음반으로 주목받아 왔다.
1997년에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란키 데죄 와 훙가로톤 레이블로 전집을 내놓았고,
2004년 헝가리 출신 영국 피아니스트 시프 언드라시 와 ECM 레이블로 두번째 전집을 발매했습니다.
첫 전집은 디지털 시대 동유럽에서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 대표 앨범으로 인정받았고, 두번째 전집은
‘리드미컬한 정확함과 넓은 강약 대비, 거장적인 해석’ 을 인정받으며 칸 클래식상 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이국 땅의 낯선 강변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여기 도나우강변에는
60개 신발 조형물 이 있다는 기사를 생각하다가 문득 여행의 단계 가 떠오르는데....
여행의 1단계는 새로은 곳에 가서도 늘상 하듯이 거울을 보듯 나만 보고
불편한 잠자리를 탓하면서 음식 투정 을 부리는 단계 입니다.
2단계는 나를 떠나 있는 그대로 여행지 를 보는 것이며
3단계는 낯선 여행지 그곳에 있는 것들과 끈끈한 관계 를 맺는 것이고...
4단계는 내것을 나누어 그곳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
나야 다뉴브강에서도 현지인에게 길을 묻거나 아님 관광객과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 를 하는 정도이고 먼저 말을 걸어오면 함께 사진을 찍는
정도이니.... 여기 여행자나 현지인들과는 대화를 통해 친구가 되는 정도
로는 발전하지는 못했으니.... 그럼 나는 아마도 여행 2단계 쯤 되는 것일까요?
여행의 단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불현듯.....
아이헨도르프 시인의 “그리움” 이란 시가 떠오릅니다.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나는 홀로 창가에 기대어
고요한 마을
멀리서 들리는 역마차 피리소리를 들었다.
어쩐지 가슴이 타오르듯 뜨거운
이렇게 아름다운 여름밤
저렇게 함께 여행할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슬쩍 하기도 했다
젊은이 두사람이
산비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노래하는 소리가
고요한 산자락을 따라 멀어져간다.
살랑살랑 속삭이는 숲을 맴돌고
현기증 나는 바윗길을 맨돌아
낭떠러지를 뚝 떨어져서
숲의 어두움속에 사라지는 샘물을 맴돌고간다.
그들은 대리석 조각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게 우거진 갈퀴덩굴속의
바위 있고 잔디밭 있는 정원과
달 그림자에 떠오르는 궁전을 노래했다.
아름다운 여름밤
아가씨들이 그 창가에 기대어
아련한 샘물의 솟삭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칠혐금 소리 울리기를 기다린다고.
이제 뉴가티역에 있는 호텔 을 찾아가야 하는데 지하철을 타면 한정거장을 가서는
Deak -Ter 역 에 내려 3호선으로 횐승해서 2정거장 뉴가티역(서역) 에 내리면
되지만 환전을 못했으니, 지하철표를 사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합니다.
완전한 "일몰" 을 보고 싶지만 우린 낯선 거리에서 지도 한 장 에 의지해 그것도
무거은 배낭을 맨체 걸어야 하기로.... 좀더 기다리지 못하고 걷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