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주 을지연습을 앞두고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신형 민방위복 구입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이 2005년부터 착용했던 기존 노란색(라임색) 대신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으라고 법제화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라는데 당장 시급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교체 필요성도 모호한 민방위복 구입에 수백억 원의 애꿎은 세금만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2023년 을지연습’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됩니다.
읍·면·동 이상의 모든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참여하는데 이 기간에 공무원들은 민방위복을 입고 근무합니다. 국회의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이 옷을 입는데 을지연습 기간만이 아니라 안보 관련 비상사태나 안전사고 및 홍수·태풍 등 안전관리 회의에서도 통상 민방위복을 착용합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형 민방위복 착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여서 실제로 총리나 장관이 주재하는 관련 회의에서도 새 청록색과 기존 노란색을 입고 있는 공무원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모든 공무원이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반드시 입어야한다는데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지난 6월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8월부터 시행하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을지연습을 앞두고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신형 민방위복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예산을 신규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고 가격도 부담입니다.
통상 공무원들은 춘추복과 하복 등 2벌의 민방위복을 구입해야 하는데 한 벌 당 가격은 5만원 안팎이니 산술적으로 지난해 국가·지방 공무원 수(117만3022명)에 5만원을 곱하면 6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국내는 ‘옷로비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나라의 위상을 높여보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도 정상외교는 신문 한쪽 구석에’ 실렸고(김대중 자서전), 기자들 관심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 아닌 장관 문책에 쏠렸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으로 처리하면 후환을 남길 것”이라고 답한 DJ의 독선과 오만은 결국 대통령 사과로, 국회 청문회와 최초의 특검 수사로,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법무비서관의 경질과 구속으로 이어졌다.
집권 2년 차 20세기의 마지막 해를 허비한 DJ는 “외국에 가면 (정치적) 감이 떨어진다. 그땐 내가 실수했다”며 후회했다는 전설 같은 교훈이 전해진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해 17일 방미하는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기복을 겪을지 모른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북핵 확장억제의 3자 협력, 공급망 강화 등 획기적 성과를 들고 돌아올 윤 대통령의 눈에 국내 정국은 야비하고 패륜적으로 보일 공산도 크다.
그러나 꼭 그렇다고 할 순 없다. 거대야당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도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이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국제 망신까지 현 정부 들어 벌어진 대형 사고가 벌써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 시장 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했다. 대통령은 혼자 숨 가쁠지 몰라도 장관들은, 공무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선 한가하고 안일하다.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국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주무 장관이 문책 받지 않아선지 공직 기강은 불과 열 달 만에 한없이 흐물흐물해졌다.
이 정부가 밝힌 국정목표 6개 중 첫 번째가 ‘상식이 회복된 나라’다. 그중 세 번째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 ‘소통하는 대통령, 일 잘하는 정부가 되겠다’였다. 잼버리 주무 부처 장관의 거짓 보고를 연상케 하는 당당하고 뻔뻔한 추진 전략이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태원 참사 발생 4일 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근본적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하나 마나 한 주문을 날렸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강조하는 ‘자유’는 공공귀족들의 무능할 자유, 무책임할 자유, 이해충돌 무시하고 지대(地代)나 좇는 자유가 된 것이다.
‘대통령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공정과 상식과 법치는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무법천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윤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이 사장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철근을 빼먹은 ‘순살 아파트’ 명단을 속여 발표하고도 또 설계·감리 용역 6건을 LH 전관업체에 몰아주는 ‘철면피 카르텔’을 드러냈다.
이런 공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 3월 지자체 정부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정부의 특기인 전임 정권 탓이나 하면서 태연하다.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정부 아래 한미일 3국이 암만 철통같은 맹약을 맺은들, 한반도 유사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의 마이클 마자르는 국가를 강하고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경제적 생산성, 기술적 혁신, 사회적 통합 그리고 국가적 의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특히 엘리트 계층의 공적 마인드가 중요한데 세금으로 꿀이나 빠는 부패하고 나태한 꼴이 대중 앞에 노출되면, 그 사회는 무너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바로 이 짝이다.
이렇게 내년 총선까지 지지부진 갈 순 없다. 이미 차관 개각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지만 결과는 힘 빠진 장관, 해이한 공직사회, 그리고 떠나는 민심뿐이다. 또 대통령 직할 공천으로 국민의힘이 설령 대승을 거둔다 한들, 가장 중요한 법사위는 야당 몫이다. 대통령 뜻대로 의회를 움직여 법을 뚝딱 통과시킬 순 없다는 얘기다.
DJ 때 김광웅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은 “화합은 정치부터, 특히 인사 편중을 극복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통의동 일기’에 썼다. 대통령비서실, 내각의 지역편중을 없애면 대통령 인기는 하루아침에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가 자랑이 될 순 없다. 대통령 부친도 국민만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 승리보다 국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귀국 후 “대통령인 저부터 달라지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출처 :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일을 알고도 시행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면 적어도 15년은 되었으니 바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걸 하루아침에 다 바꾸려 한다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일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을 다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떠넘길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모든 일을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해야 하고 억울한 일도 참아야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 중에서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고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고 공무원과 함께 한 대통령은 제 기억에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