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시샘하다
이강은
봄겨운 벚꽃이 간들바람에
소리 없는 웃음 웃던 날
잎샘추위 거느린 봄비가 미동 일으키자
꽃눈이 내린다
증발이 두려운 뻔뻔스런 빗물이
콘크리트에 질펀하게 자리 펴다
사람들이 뱉어내는 질타 외면하고
무른 흙 속에 숨어든다
지문을 남기고 사라진 빙하처럼
벚꽃을 시새우던 봄비에 내몰린 겨울이
숨을 허용한 대지에 얼굴 묻고 납작이 엎드린다
일러스트 보드 위를 뛰며 나대는
사고하지 않는 고양이처럼
끝없는 절벽인 줄 모르고 질주했던
철들지 않은 날들에 가호가 없었던들
지금 나는 뼈 시린 봄을 운운하기나 했을까
산을 내려와 낡은 벤치에 걸터앉은 초로의 남자가
물기 담은 하늘 응시하며 눈을 꿈뻑거리자
봄비에 젖은 애상의 벚꽃이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첫댓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