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컬러풀대구페스티벌을 보고
김병우
다소 덥게 느껴진 5월 첫째 주말 양일간에 걸쳐 국채보상로 일대에서 2016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축제의 꽃이라는 퍼레이드를 보러 이른 저녁밥을 먹고 아내와 같이 행사장으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라 느긋한 마음이었다. 정년퇴직과 동시에 대전에서 대구 반월당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처음 맞는 집근처 축제라서 더욱 기대가 컸다. 대구시민이 되려면 이런 행사에 발 벗고 나서서 찾아 다녀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낮과 달리 밤공기가 차가울까 염려되어 잠바도 별도로 한 벌 준비했다.
동성로 일대는 평소에도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축제기간이고 주말에다가 임시공휴일, 어버이날까지 겹치다보니 한층 더 복잡한 것 같았다. 길거리에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고 나온 발 빠른 상인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중앙통이라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역시 젊음은 좋은 것 같다. 걸음걸이도 활기차 보이고 표정들이 하나같이 밝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청춘예찬이 떠오른다. 인생의 황금기이니 그 자체가 혈기방장일 수밖에.
인파가 모여 있는 백화점 앞, 삐애로 분장을 한 광대가 팬터마임을 하는 곳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막대풍선으로 온갖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기도 하고 불쇼도 했다. 앞쪽에 서있는 연인 한 커플을 즉석무대로 불러 이것저것 시키면서 웃음거리를 만들어가는 재치가 놀랍다. 기발한 하트모양의 풍선목걸이를 만들어 남자에게 건넨다. 우스광스러운 걸음걸이로 여자에게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사랑의 세레머니를 하면서 전달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여자들의 환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옆에 서있는 마누라 눈치를 슬쩍 봤다.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런 모습이 민망도 하거니와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만 보고 가자고 다그쳤다. 무드 없는 양반은 어쩔 수가 없다는 핀잔이 뒤통수에 꽂힌다. 저런 걸 한 번도 해주지 못한 젊을 날의 미안한 마음이 일순간 사라진다.
오후 7시부터 퍼레이드가 시작이 되었는데 6시도 안되어 행사장에 도착했다. 일정표에는 6시부터 하는 걸로 표기되었다. 국채보상로는 이미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어 차 없는 거리에 구경나온 인파들로 붐볐다. 젊은이들의 물결에 떠밀려서 걷고 있는 우리부부의 행색이 물에 기름처럼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퍼레이드 구간 도로에는 이동식파티션이 길 양편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되어있었다. 옛 한일극장 앞 큰 차도로의 가장자리에 신문지를 깔고 쭈그리고 앉았다.
퍼레이드 참가팀은 일반부에서 대학부… 초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130개 팀으로 생각보다 많았다. 각 팀들이 지나갈 때마다 다양한 볼거리들로 눈이 즐거웠다. 무려 4시간 반이나 아스팔트 위에 앉아 구경삼매에 빠졌다. 어렵게 잡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리에 쥐가 나는 것도 참아가면서 고향땅 대구에서 처음으로 맞는 대구시민으로서의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다행히 낮 동안 태양열로 달궈진 아스팔트 지열덕택에 선선한 밤 기온에도 엉덩이에 전달되는 따스한 기운이 좋았다.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에 대구시장과 그 수행원들이 도로양옆으로 앉거나 서있는 시민들에게 지나가면서 무슨 상품을 전하는 식전행사가 있었다. 군중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상품을 인파를 헤치고 극소수의 인원에게 전달하면서 또 일일이 악수까지 해야 하니 진행이 다소 지체되었다. “축제구경 왔지 대구시장 얼굴 보러왔나? 시장은 인사치레로 시민들에게 손만 흔들고 빨리 지나갈 것이지 뭔 놈의 뜸을…”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를 시민들을 세워놓고 1시간씩이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직까지도 우리 정치인들은 멀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로인해 예정표에 표시된 시간보다 30분이상 늦게 끝났다. 축제기간 중, 옥에 티라면 티였다.
퍼레이드 출전 팀들은 각 분야에서 준비를 나름대로 열심히 알차게들 한 것 같았다. 구경하는 시민들의 눈요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대구시민의 일원으로서 동참에 자긍심이 일었다. 개성 있는 번호판들을 달고 지나가는 팀의 분투하는 매 장면들을 보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대구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퍼레이드는 자국민의 진면목을 최대한 알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라 군중들의 환호성이 더했다.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랬다. 글로벌시대가 실감났다. 이들도 반가운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가끔 만나는 외국인들을 소 닭 보듯 했는데 앞으로는 눈인사라도 먼저 건네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해마다 페스티벌 축제가 있는 대구 동성로 주변의 중앙로역 도로를 경계로 노인층과 젊은층이 좌우로 구분이 되어서 서로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니면서 실제 부딪혀보니 실리적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신구세대가 질서정연하게 잘 나눠진 틀에서 서로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찻집이며 먹거리골목, 식당들도 대부분 그런 식이다. 그래서 대구의 따로국밥이 그렇게 유명세를 타나보다. 이것도 대구만의 별스런 독특한 문화라는 생각에 이르니 야릇한 정감이 간다.
퇴직 뒤 대구시민으로서의 2년차 생활에 좋은 활력소가 되어준 2016컬러풀대구페스티벌에 감사하며 내년에도 아내 손잡고 구경 나오리라 다짐을 한다. 만인이 보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하트막대풍선을 아내에게 전달하는 길거리공연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면서 2017년을 기약해본다. (2016.5.12.)
첫댓글 저는 TV를 통해 이번 행사의 개요만을 보았는데 현장에서 실제로 보는 느낌은 많이 다르겠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대구시만의 큰 축제로 매김이 되어 가는 행사인것 같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대구시민으로서 긍지를 갖게되어 다행입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시민들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꿈을 갖고 미래를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컬러풀대구패스티벌을 직접 구경한 것 같습니다. 패스티벌행사를 그저 뉴스로만 본 지 몇 십년은 된 듯 합니다. 오월을 아름답게 수 놓으셨네요.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축제인 것 같습니다. 국제바디페인팅 축제도 멋있고, 동성로 축제도 볼만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축제를 현장에서 보시고 좋은글 올려주시어 시에서 정년퇴임자로 감사를 드립니다.1982년부터 달구벌 축제를 해오다 2005년부터 현제의 축제로 바꿔 하고있습니다. 대구최고의 축제인데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지고있어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잘읽었습니다.
방송 으로만 보던 축제 현장에 직접 참여하시어 생생한 현장을 생동감 있게 중계해 주신글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참여해 보고싶읍니다.
직접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