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서
신경림
우리가 나서 자란 땅에 두 무릎을 꿇고
두 팔굽을 붙이고 이마를 맞추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것
하늘을 우러러
산과 바위와 나무와 풀을 우러러
내가 흙이 되고 땅이 되고
땅 속의 하찮은 미물이 되어서
천지에서 가장 낮은 것이 되어서
낮은 걸음으로 걸으며 다시
무릎과 팔굽과 이마를 땅에 깊이 붙이며
우리가 염원하는 것은
오로지 이 땅에서 대립과 갈등이 없어지는 것
손과 손이 서로 굳게 얽히는 것
숨결과 숨결이 따뜻하게 섞이는 것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이
오직 하나의 염원으로
서로를 모독하는 말도
서로를 상처내는 폭력도
사람을 죽이고 우리가 쌓은
문명을 파괴하는 온갖 무기도
무릎과 팔굽과 이마처럼 땅에 붙여
흙이 되게 하면서
이 땅을 평화의 땅으로
이 땅을 사랑의 땅으로
이 땅을 희망과 생명의 땅으로
부드럽고 포근한 땅에 다시
무릎을 꿇고 팔굽과 이마를 붙이고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서
높은 사람 낮은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서
남쪽 북쪽 모두 하나가 되어서
지리산에서 계룡산까지
계룡산에서 다시 묘향산까지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수련의 계절(24)ㅡ전북 정읍 태인 피향정
심 산
정읍시 태인면 태산로에 있는 호남제일정 피향정(披香亭)은 보물 제289호이다.
1963년 보물 제289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 호남 제일의 정자로 널리 알려진 피향정(披香亭)은 원래 이 정자 앞뒤로 상연지(上蓮池)와 하연지(下蓮池)라는 연못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었으나 상연지는 일제강점기 때 메워지고 현재는 하연지만 남아 있다. 연못에 연꽃이 피면 향기가 주위에 가득하다 하여 「피향정」이라 이름 했다.
신라 시대에 최치원 선생이 태산 군수로 재임중에 이곳 연지가를 소요하며 풍월을 읊었 다는 전설이 있으나, 정자의 창건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의 정자는 조선 시대 중기의 건물로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집이다.
4면이 모두 개방되어 있고 주위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인조(1623~1649)때 태인현감 유근(柳根)이 다시 고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