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 단상 6/언어공해]‘시니어 클럽’ ‘아파트 이름’ 작명作名 유감
귀향하여 농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사업 이름이 ‘시니어클럽senior club’이라는 말을 듣고 경악驚愕을 했다. 마을 주변의 농로農路나 동네 고샅,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이다. 하루 3시간(1시간 9000원), 한 달 10일 27만원, 1년에 10개월. 농촌에서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마당에 어르신들의 쏠쏠한 수입도 될뿐더러 마을의 환경미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도시로 말하면, 서민들을 위한 ‘공공취로사업’이 그것일 듯.
그런데, 하필이면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생소한 외국어로 사업 이름을 정할 게 무엇인가. 어느 공무원이 맨처음 그 이름을 생각했을까.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일 터. 평생을 농촌에서만 사신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포클레인을 하나같이 ‘코크린’이라고 발음하시는 판에, 시니어클럽을 제대로 발음하실까도 궁금하다. 차라리 ‘어르신 봉사대’이나 ‘어르신 동아리’라 했으면 좋았을 것을.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더 좋은 우리말이 있을 듯하다. 시니어클럽이라고 하면 뭔가 세련되게 보이는 걸까. 어르신들이 시니어, 주니어가 무슨 뜻인지 얼마나 아실까. 클럽도 어느 시대 때의 클럽인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대도시의 아파트 이름들을 보라. 뜻도 거의 모르는 외국어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 영어가 태반이지만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전세계 언어들이 한국에서 ‘막춤’을 추고 있다. 용인의 우리집 빌라 이름 ‘디베뉴스타’도 그렇다. 그 뜻을 아는 주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우스개말이지만, 고향의 시부모들이 자식집을 잘 찾아오지 못하도록 발음조차 어려운 외국어로 아파트나 빌라의 이름을 지었다는 말도 있었다. 어쩌다 마주치는 우리말 이름(진달래아파트, 아침햇살아파트, 양지빌라 등)은 반갑고 친근감부터 먼저 들지 않던가. 우리말로 지으면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외국어로 정하면 값이 올라가는가. 건설업자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미쳐 날뛰는 꼴들이 가관이지 않은가.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긴 것은 긴 것이다.
글을 쓰는 김에, 이런 말투는 어떤가 생각해 보자. ‘(무슨 일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등의 말투 말이다. 왜 이렇게 말을 질질질 늘어뜨리는 걸까. 유명 방송인들조차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느 미모의 여자정치인은 숫제 말끝마다 이 말투가 ‘십팔번’이어서 채널을 돌려버리곤 한다. 이것 또한 ‘나라 망할 노릇’이 아닐까. 시작하다, 노력하다, 살펴보다는 단어가 버젓이 있지 않은가. 그냥 ‘시작하겠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안되는 걸까. 그게 훨씬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일 터인데 말이다. ‘00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듯한 이 말투, 우리말과 글에 당장이라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첫댓글 진안이 고항인 우리 친구
주공아파트 살때엔 집모양 그려진 아파트라
집그려진 아파트 찾아 시골어머니 다니시기
좋았는데 삼천동 리젠시빌아파트에 입주를 하니 어머니가 아들집에 오실때 아파트 이름이 호반리젠시빌이라 혀가 잘 안돌아가 니미시벌아파트라 말해도 택시기사 웃으며 잘 데려다 주셨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휴먼시아로 옮겼으니 우리엄마 살아계셨으면 더욱 발음하기 힘들었을것이라고 웃었던 기억이있는데
오늘 마침 친구가 우스운 얘기를 꺼내주시네ㆍ
한글을 사랑하자고 간판도 이름도 한글로 짓다보니 우리 작은아들 호돌이라 지었다가 초등학교 때 창피하다고 개명한 기억이 납니다 ㆍ
(현대인들이 유난히 더) 본질보다 형식에 마음을 빼았기고 남에게 보여지는 것으로 허전함을 달래고, 그래서 wag the dog, 자꾸 본말이 전도되어 가고....
나도 다른 분야에서 그러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