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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과 나비의 꿈〉을 읽고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 촛불행동 상임대표
윤미향을 ‘기피인물’ 만드는데 일조한 비겁한 민주당
기가 찰 노릇이나, 윤미향은 아직도 대중의 기억 속에서는‘기피인물’이다. 위안부 문제를 묵살하고 싶은 세력들이 만들어낸 마녀사냥과 조작의 결과다. 조중동은 계속 이걸 써먹고 있다. 그가 한때 속했던 민주당은 정치공작의 유탄이 자신에게 튈까 봐 윤미향을 출당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비리정치인과 하나로 묶어 제명까지 하려 들었다. 매우 치졸하고 야비한 행태였다. 분노스럽다.
일본 극우세력까지 포함해 윤미향을 옭아맨 자들은 함께 싸워 퇴치해야 할 세력들인데, 민주당은 이들과 덩달아 춤을 추면서 윤미향을 마녀로 만들려 했다. 그리고 추방하려 했다. 진짜 마녀와 기피인물들은 따로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결국 이들과 손발을 맞춘 거다. 이 비겁한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최대 의석수를 가진 야당은 이 땅에서 천대받고 억울하게 지내는 이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윤미향 출당, 제명이라는 억지를 밀어붙인 당시 민주당 대표 송영길은 여전히 사과의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자신도 지금 정치검찰의 농락질을 겪어보면서 알게 되었을 텐데 가만히 있는 것은 당대표를 지낸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비판받아야 한다. 이재명 현 당 대표가 개인적으로 미안함을 표현하고 추천사를 단 것은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부족하다.
민주당은 <윤미향과 나비의 꿈>을 반드시 읽어라
<윤미향과 나비의 꿈>을 읽고 나면 우리가 민주당의 이런 비겁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을 하마터면 잃을 뻔 했는지 알게 된다. 윤미향이 이 파란을 이겨내고 살아 있는 것만도 고맙다. 30년의 세월을 아무 대가 없이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온갖 고초를 겪은 윤미향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관, 인격, 세계관이 드러나게 된다. 윤미향은 이 시대 양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민주당은 당의 결정으로 윤미향에게 공식사과를 하고 명예회복을 이루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윤미향과 나비의 꿈>을 필독서로 삼아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리고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 정치에 들어섰으면 무엇을 위해 자신을 바쳐 살아가야 하는지, 더는 억울하게 난도질 당하는 이들이 없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깨우쳐야 한다.
이 책은 크게 나누어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졸지에 횡령사기범이 되어 수사와 재판을 치른 이야기와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 그리고 할머니들과의 삶, 자신의 지난 생애에 대한 기록이다. 그 모두가 다 귀한 서사다.
재판 이야기, 그리고 공작 전문가의 ‘집 다섯 채’ 새빨간 거짓말
재판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읽고 확실하게 알았으면 한다. 대신, 중요한 대목 몇 군데만 옮긴다.
“나는 같은 기간 동안 각종 강연료, 상금, 책 인세 등을 대부분 정대협과 정의연, ‘김복동의 희망’에 기부해왔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확인해보니까 그 액수가 1억 원이 넘었다. 검찰이 횡령했다고 하는 액수보다 기부금액이 더 컸다.”
돈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기부하며 살아온 윤미향에게 횡령이라는 올가미를 씌운 자들이야말로 횡령에다 부패와 민족반역에 온갖 범죄를 마음껏 저질러 온 자들이다. 이 자들은 기부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들에게 윤미향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자기들의 정체가 폭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따위의 공작을 저지른 것이다. 그 공작의 시효는 이제 끝났다.
“길원옥 할머니가 2017년 여성 인권상과 함께 받은 1억 원 중 5천만 원을 길원옥 여성평화상으로 기부한 것은 치매 상태에서 한 것이고, 1천만 원을 (양아들) 황 목사에게 준 것은 정상적인 행위로 보았다. 양자 입양 당시는 2020년 3월 경이다.”
길 할머니의 치매를 주장하면서 시기의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한 자들이 있다. 나이가 더 들어 치매가 멀쩡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텐데, 이렇게 사기극을 벌이는 자들과 한통속이 된 정치검찰과 극우세력, 그리고 국제적인 음모가 윤미향을 질식시키려 들었다. 그러나 정작 진실 앞에서 질식하게 될 자들은 과연 누가 될까?
“검찰의 수사와 기소, 언론 보도는 지난 30년의 우리 노력을 공격하는 것이었고, 유엔인권이사회의 숱한 보고서에 수록된 피해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인권운동을 무력화하고 피해자들의 주체성과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다. 위안부 할머니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피해 당사자의 주체성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윤미향은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쳤다. 저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주체성, 존엄을 망가뜨려 윤미향은 물론이고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의 범죄사를 지우려드는 것이다. 그게 될 법이나 한가? 윤미향은 다시 일어섰고 역사는 엄중하게 진실을 증언해주고 있다.
“곽상도는 윤미향이 총 다섯 채의 집을 현금으로 구입했다고 의혹을 제기…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까지의 역사를 ‘다섯 채의 집’으로 둔갑시킨 곽상도…”
역시 유서 대필 공작 당사자가 할 법한 말이었다. 이제 곽상도는 50억 뇌물로 더 유명해졌다. 추악한 자다. 곽상도의 이 한마디로도 윤미향의 진실은 분명해진다, 누가 옳은지. 결국 윤미향을 공격하고 왜곡하고 비틀고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자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윤미향의 무죄를 도리어 입증해주고 있다. 시간이 좀 걸려도 세상은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버린 돌이 머릿돌 된 ‘특수 목회’ 목사 윤미향
목사가 되고 싶었던 윤미향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보면서 사실 목사가 된 거나 다름없다. 청년 때 꾸었던 꿈을 이룬 셈이다. 그건 ‘특수 목회’다. 젊은 처자가 남들이 볼 때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할머니들의 삶과 어떻게 비벼대며 살아갈 생각을 하겠는가. 그건 청춘의 낭비요, 어리석은 선택이다, 라고 여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예수의 말씀대로,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되는 법이다. 제 힘을 과시하는 역사가 무시하고 내치며 버린 존재들의 비통한 울음소리를 들은 이가 바로 윤미향이다. 세상에 가장 작은 이들을 환대한 존재가 윤미향이다. 그래서 윤미향은 사랑이다. 그것이 그의 용기의 원천이다.
윤미향은 나비가 되어 천상에 날아오른 할머니들과의 기억을 기록하고 그 이름을 부른다. “강덕경 할머니, 박두리 할머니, 이용녀 할머니, 이영숙 할머니, 윤두리 할머니, 최갑순 할머니, 문필기 할머니, 김은례 할머니, 이순덕 할머니, 김학순 할머니, 강순애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안점순 할머니, 황순희 할머니, 김상희 할머니, 그리고 살아계신 분들…”
한 분 한 분의 삶과 죽음에는 우리의 역사가 핏빛으로 배어있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우리의 이성과 감성의 각성을 요청한다. 아니나 다를까, 윤미향은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를 이렇게 기억한다.
“김복동 할머니는 내 뇌를 늘 날카롭게 세우도록 해주는 분이었던 반면에, 길원옥 할머니는 내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만드는 분이었다. 나는 두 분과 함께 참 행복했다.”
죽은 이들을 위해 교회 종을 치는 시골 소녀
1988년 윤미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고, 1992년에 정대협 간사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 윤미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윤미향과 나비의 꿈>에는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당항리 우형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시골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꼴을 베어 소를 먹이고 지키는 아이. 그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시골 교회에서 아버지 대신 종을 울리기도 하는 소녀로 커간다. 조종(弔鐘)을 친 것이다.
“잘 아는 분이건 아니건 간에, 종탑 위에 거의 매달린 채 종을 치던 어린 내 마음은 슬프고 아프고 참 안 됐다는 감정이 가득찼다.”
아이에게는 한참 높았을 그 종탑 위로 올라가, 조종의 경우는 줄도 아니고 종의 방울을 울리도록 되어 있어 그 일은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걸 믿고 맡긴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그런 종소리를 들으며 자란 윤미향은 마음에 무엇이 자랐을까. 용감한데다가 마음이 깊은 아이다. 이 종을 울린 경험은 윤미향에게 원체험이 되어 평생을 그 가슴에 새긴다. 세상의 아픔을 온 몸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삶이 이미 그때 예정되어 있던 셈이다. 하나님의 들어쓰심은 그렇게 준비된다.
걸인을 손님으로 맞이했던 엄마가 쓴 탄원서
어디 그뿐인가. 아버지의 겸손한 삶과 함께 어머니가 걸인들을 손님으로 대접해온 시절의 모습은 윤미향에게 큰 가르침이 된다. 아이 때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여섯 식구가 먹기도 부족한데 왜 저 사람들한테까지 밥을 줘야 돼?”
그렇게 불평을 하는 딸에게 엄마는 “하나님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그러셨잖아, 하면서” 달랬단다. 그래서 윤미향에게 부모님은 성경보다 큰 성경이 된다.
그 어머니가 탄원서에 쓴 딸에 대한 글은 이렇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미향이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우리 미향이는 길거리에서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저는 우리 미향이가 할머니들께 너무 잘 한다고 시샘 낸 적이 없습니다… 우리 미향이는 진심으로 그 할머니들을 섬기며 살았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좀 도와주세요…”
맞다. 윤미향은 착하다. 그리고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건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가 윤미향을 그리 키워냈다. 이 탄원을 외면할 판사는 없어야 한다.
남매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삼석이 다름 아닌 윤미향의 남편이다. 그 연애 이야기도 여기에 담겨 있다. 이 부부의 삶은, 이 땅의 불의한 세력들과 싸우며 고통과 상처를 견디고 이겨온 세월이다. 그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품어야 할 역사다.
이제 모든 낙인을 떼어낸다. 오염된 세상에서 진실을 길어 올린다. 윤미향은 우리에게 자랑이며 감사다. 그가 있어 누군가의 비통했던 세월에 빛이 들었고 누군가의 억울한 삶이 권리를 얻었다. 윤미향은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것이다. 많은 것을 잃었으나 많은 것을 새로 얻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윤미향 그가 더욱 소중해진다.
출처 : 사랑을 용기의 원천으로 삼은 윤미향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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