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벌
유헌
벌들이 사라진다 벌로 죽어간다
벌들이 왜 벌을 대신 받아야 하나
주범은 따로 있는데, 꿀만 빠는...
인간들!
동목포역에서
유헌
왁자한 사투리를 칸 칸마다 싣고 와
어둠 속에 풀어놓고 줄행랑치는 통일호
막차는 가고 없어도 사람은 거기 있다.
엎어진 고무신처럼 서럽게 엎드린 역
퐁당동 퐁당동 용당동 그곳에 가면
지금도 물소리가 들린다, 잊혀진 역사(驛舍)에서
노을치마
유헌
봉창에 달그림자 열브스레 차오르고
여유당 시린 눈빛 버선발로 서성일 때
상사련 구듭 치는 강 구강포로 흐르네
마재 너머 강진 땅 짭조름한 눈물 걸음
촉초근한 눈시울은 한 쌍의 학이 되어
만덕산 된비알 넘고 두물머리 둥지 트네.
깁고 엮은 애틋한 정 신혼의 단꿈 어린
병든 아내 낡은 치마 초당에 전해지니
천 리 길 적시는 울음 하피첩 되었다네.
세월은 가량없어 붉은 천 바랬으나
귤동 마을 대숲마다 고샅 고샅 어귀마다
노을빛 치맛자락에 얼룩져 타는 속울음.
ㅡ유헌 시조에세이 『낙엽은 져서 지는 게 아니다』 (시산맥 2025)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벌과 벌/ 동목포역에서/ 노을치마// 유헌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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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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