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목요일 과제로 받은 고혈압 임상연구 결론을 검토하고
우물쭈물하다 세시간 후 9시 경 메일을 보낸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사무실과 얼마간의 보수를 받으니 당연지사.
그러나 좋은 점은 이게 모두 나의 공부란 것이다.
지금 공부가 교수를 정년으로 마친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서도.
출근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하였더니 '고맙습니다'하며 벌써 메일에 답신을 보내었다.
이 여직원은 지난 6월 결혼식때도 참석하고
나의 중앙의대 동료교수의 며느님이다.
한가롭지만 않았던 어제 하루를 벌충하느라 빈둥대다가
오후 늦게 또 나에게 회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일본 제약회사의 항암제 프로젝트에서 신제품 사용 환자의 적응에 대한.
몇번의 전화와 메일로 대충 결론을 내린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과제는 내가 목빼고 기다리던 일.
친구들과 한잔 마시는 즐거운 자리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에 내려 2번 출구로 유명한 삼계탕집을 지나
우리은행 골목으로 들어간다.
찾는 집은 '마라샹궤'란 이름도 요상한 식당이다.
간판 글자를 너무나 멋있게 알아보기 어렵게 써놓아
들어가며 한소리 한다. 친구 중 누구도 벌써 말한 모양.
간판은 찾아오는 손님이 찾기 쉽게 써야지.
테헤란로에 있는 어느 고기집도 이런식으로 써놓아 주인한테
야단친 적도 있었고 한번 가보고는 다시 가지 않는다.
벌써 4명이 모여서 시작을 하고 있다
나보고 하는 말, '2분 늦었네'.
냄비에는 두가지 육수가 벌써 끓고 있었고
양고기와 쇠고기 등을 포함한 여러 식재들이 늘어져 있었다.
칭따오 맥주 한잔으로 시작한다.
이어서는 금빛나고 부드러운 최고급 연태고량주가 등장.
주정도수는 53도이고 작은 잔으로 성이 차지 않아 큰잔으로.
여름철에는 더운음식, 특히 끓여 먹는 음식이 노인네들 몸에 좋다.
배탈도 나지 않고.
샤브샤브식으로 여러 가지를 건녀 먹는 동안 냐가 보기에는 깜봉기인데
나조기라고 우기는 매콤한 음식이 한 쟁반,
또 매운 가지요리가 추가.
전형적인 서울식 작은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식당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젊은이들 천지이다.
나보고 집에 있는 좋은 술을 가져와 한잔 사라 하여
이건 그냥 줄래, 한대 맞고 줄래, 와 같다.
두말않고 8월 말로 날자를 잡고 장소와 시간은 나에게 추후 통보하기로.
기사들은 모두 미리 보내었기 때문에(?),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뭘해?' 하고
바람을 잡아 통인시장안으로 들어간다.
환갑도 한참이나 넘은 친구들이 찾은 집은 '서른 즈음에'
LP 디스크를 보니 옛 생각이 난다.
나의 단골 '올리버'는 아들한테 내려왔다 문을 닫고.
앞자리의 최모씨가 일산의 아나운서 황인용씨가 하는 집이 단골이라며 자랑.
음악은 클리프 리챠드의 The young one과 비틀즈이 헤이 쥬드를 신청.
3호선 타고 교대역에 내리니 이변호사가 한잔 더.
그러나 참아야지.
오늘 점심을 같이 먹으며 '그날 좀 취한 같던데' 하고 확인을 하니
경로카드를 잃어 버려 수수료 3천원 내고 재발급 받았다 한다.
첫댓글 '위대'한 사람, 클 '대'자 밥통 '위'자의 합성어
밥통도 크지만 발바닥도 무쟈게 클 것으로 추정됨.
요즈음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은 이번 일본 여행에서 신었던 트래킹화.
처가 이 신을 신고 나가면 뭐라 하는 데.
내가 편하면 되지뭐.
좌장할 것도 아니고.
서른즈음에는 영업이 잘 될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