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의 시대와 잃어버린 혁명
‘아랍의 봄’부터 박근혜 퇴진 촛불까지, 2010년대 세계 사회운동을 성찰하다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주장하며 상파울루의 거리를 점거했던 브라질 시민들에게는 브라질 역사상 평등의 가치를 가장 비웃는 대통령이 탄생하는 일이 일어났고, 아랍의 봄을 요구했던 중동 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봄이 아니라 탄압의 혹은 복고의 거울이었다. 월가를 점령했던 미국 시민들은 월가의 대통령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한 번도 아니라 두 번이나 당선하는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2010년부터 1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규모 사회개혁 요구 시위에 동조하는가 반대하는가와 무관하게 시위와 그 결과의 괴리는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주제일 것이다.
이 책은 최근 10여 년간 지구상에 일어났던 굵직한 사회개혁 요구 시위를 모두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담고 있다. 2016년 박근혜 탄핵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국과 칠레가 브라질이나 이집트 혹은 우크라이나와 조금 다르다고 주장한다. 특히 칠레의 경우, 시위를 이끈 세력이 대통령을 선출하고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 중 다수가 내각에 참여했다. 한국의 사례도 비슷하게 그려졌다. 베빈스는 한국과 칠레에서 시위 주도세력이 정치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이 책은 수많은 사회운동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면서 사회운동의 내부 즉 사회운동 세력의 전략과 판단을 냉정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귀한 노력이다. 굳이 ‘귀하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사회운동의 실패 원인을 운동세력 내부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그야말로 ‘희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동이 실패한 이유를 구조에 돌리는 데 익숙하다. 정치적 환경, 경제적 조건이 운동을 약화했다는 분석은 안전하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베빈스가 세계 진보세력의 내부와 운동전략에 전하는 따가운 질책은 그런 의미에서 실패의 끝이 아니라 성공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펴낸곳: 진실의 힘. 2025. 6. 30 발행. 양천도서관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