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술을 참 좋아한다. 소주와 같은 증류주의 경우는 1인당 소비율 세계 1위로 러시아보다도 높다. 그런데 우리가 즐기는 술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장 쉬운 질문으로 술은 왜 술이라고 부를까?
‘술술’ 넘어가서 술이라고 부를까? 실은 이 어원도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남도의 각설이 타령에서 ‘술만 수울술 넘어간다’라는 언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내용은 아니다.
국어학자 육당 최남선 선생은 술의 어원을 문화인류학적으로 해석했다. 고대 인도어인 범어에서는 술을 ‘수라’(Sura)라고 불렀고, 헝가리 계열의 웅가르어에서는 ‘스라’(Sra), 일본에서는 ‘시루’(汁)라고 불렀고 한국은 ‘술’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언어학적 매개체가 술이라는 의미다.
술의 어원에는 또 하나의 주장이 있다. 가장 유력한 어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수불’이다. 맥주, 샴페인, 막걸리 등 세상의 모든 발효주는 알코올을 생성할 때 이산화탄소(CO2)가 나온다. 이 모습을 보고 옛사람들이 물속에 불이 있다고 하여 ‘수불’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곧 ‘술’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에서도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술을 빚는 효모는 영어로 ‘이스트’(Yeast)라고 발음한다. 이것의 어원은 라틴어로 ‘기스트’(gyst)인데 이것이 ‘끓는다’라는 뜻이다.
발효라는 뜻의 ‘퍼먼테이션’(Fermentation) 역시 어원이 ‘피버’(Fever)로 ‘열’이라는 의미가 있다. 동서양 모두 뜨겁고 끓고 열이 있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동양과 서양이 달라도 결국 인류는 하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와인, 증류주, 탁주, 청주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술들.
우리 기록으로는 110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손목(孫穆)이 편찬한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당시 고려의 술을 ‘수’(? su∂)로 발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명나라의 조선어 교재였던 ‘조선관역어’에는 술을 ‘수본’(數本, su-pun)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유사한 발음을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시를 한글로 번역한 시집(詩集) 두시언해(杜詩諺解)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등에는 ‘수을’로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수불’은 구조가 한자와 한글로 되어 있어서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유사한 어원이 여러 개 있다.
바로 ‘수박’과 ‘장마’다. 수박은 물 ‘수’(水)에 순 한글인 ‘박’이 하나가 된 단어로, 수불과 비슷한 어원 체계를 가지고 있다.
장마 역시 마찬가지다. 길 ‘장’(長)에 비를 뜻하는 ‘마’를 씀으로써, 한자와 한글이 합쳐진 단어다.
결국 ‘수불’이란 많이 마시고 취하라는 뜻이 아닌 ‘물과 불이란 상극의 물질이 만나 술을 이룬다’는 ‘소통과 화합의 의미’로 이어진다. 과음으로 물들인 현대의 음주문화에 진정한 술의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어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첫댓글 술에 대한 글 잘 읽어습니다 나는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 술 안먹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모임 행사 가서 주류파끼리 앉어야 재밌지 비주류 함께 앉으면 서로 불편 함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 4명에 주류파3명 비주류파1명 재밌나요 후후껄껄
이번주 일요일 풍류방에서 여름 보양식 민어 번개 모임 있는데 술 드시는 분들은 참석 바람니다 인생 뭐 있나요 좋은 안주 있으면 마시는거지요 후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