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은 아픔이러니 ( 10편 )

[모네타]

사랑의 끝은 아픔이러니 10

아침에 일어난 써클 회원들은 잔영이형과 보람이 누나가
끓여 놓은 라면을 먹으려고 원을 그리며 앉아 있다.
한강물에 배 띠워 놓은 것인지 물 반 라면 반 더군다나
팅팅 부를대로 분 라면을 먹고 있다.
워낙 물이 많다 보니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야 몇가닥
겨우 걸리고 그것도 뚝뚝 잘라져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
지경이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아무런 불평도 못하고 먹는
폼들이 저작거리 상거지 팔자만도 못하다.

대충 아침을 먹은 일행들은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기차
시간에 늦지 않을려고 긴 대열을 형성하며 경춘선 마석역
으로 향한다. 
길게 늘어진 대열 중간에 있던 평강이는 무엇이 그리 좋은
지 연신 호호거리고 그 옆에 있는 영수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입이 하마처럼 찢어진다.
길따라 나풀거리며 쫒아오는 나비들, 오월의 아카시아 
향기들이 반가운 길손들인양 가지마다 하얀 꽃들을 뿌리고 
있고 짙어가는 태양빛의 열기가 길위에 작열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난 뒤 얼마있다가 진영이 형이 아침 식사가 미안
했던지 산 캔 맥주를 하나씩 돌리고 모두마시며 열차 복도에
모여 앉아 키타를 치며 손뼉을 맞추며 흥겹게 놀고 있다.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 놓고 노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오월이 풍경화이다.

M.T 갔다 온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빨라
어느덧 기말고사가 시작되었고 모두들 여기저기에 틀어 박혀
쌍권총 면해 보려고 공부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평강이와 영수도 졸린 눈을 비비며 학점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
고 있다. 그림으로 치룬 중간고사 점수를 의식한 것인지 도서관
또는 써클룸에서 책으로 보랴 작년도 시험 문제를 복사하느라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출제하는 교수님들이 낼 만한 문제들을 
귀동냥 눈동냥 구걸하며 자존심도 달나라로 보내 버리고 있다.
그럭저럭 어느 정도 점수를 만해 해서 기분 째지도록 좋은 오후
진영이의 호출로 써클룸으로 모든 회원들이 모인다.

“ 기말고사도 끝났고 보름 있으면 농활을 떠날 텐데. 총학
에서는 교통편만 제공하고 우리 나름대로 준비할 것이 있어 
모두 모이라고 했어. “
회장인 진영이형이 얘기를 하며 그동안 준비해 놓았던 종이를
모두 앞에 내 놓으며 각 자에게 할당을 한다.
평강이는 스케치북과 그림 물감, 크레파스를 준비하라 하고,
영수는 연필하고 노트를 맡기고, 보람이 누나한테는 초등학생들
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아코디언과 단소등을 준비 하라며 모든
회원들에게도 준비 물품을 지시하고 자기하고 진석이형, 세발이
형들은 거기에서 먹을 쌀과 부식 반찬거리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나중에 정산해서 돌려준다
며 차질없이 하라고 강조한다.
또한 농활에서 해야할 일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

“ 낮에는 농촌 일손 돕기를 계획하고 있다. 농수로를 정비하고
내가 전에 가보니 우물 주변의 시멘트가 깨져 흘린 하수가 그
대로 우물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요번에 우리 이장
의 지원을 받아 말끔하게 우물 주변을 다시 포장해 주기로 했고
마을 나이 많은 노인들이 경작하는 논에는 일손이 딸려 마을 
젊은 사람들조차 엄두를 못낸다고 해. 우리가 노인들 대신 피도
뽑고 농수로도 정비해 준다고 했어. 대충 낮에는 일손 돕기로
끝내고 밤에는 마을 아이들을 불러 음악이나 미술, 공부를 도와
주기로 했어. 보람이는 음악을 맡고 평강이는 미술지도를 하고 
영수는 아이들 공부를 우람이와 함께 지도하도록 해. “
“ 그리고 매일 매일 하루의 일을 저녁에 모여 결산할테니 조금도
마을 주민들한테 놀러왔다는 인상 안 남기도록 해야 해. 내가 
마을 몇몇분과 만나 얘기를 들었는데 전에 온 농활 봉사단원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자기 자랑 서울 자랑을 많이 해서 큰 상처를 
입힌 적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기들은 오는 농활팀들이 
달갑지가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어떤 분은 오지 말라고도 
했어. 이번 농활은 어떤 경우에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세지는 일은 절대 없을테니 그리 알고 각자 준비할 물건 
그리고 현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확실하게 준비하도록 해. “
라며 진영이형은 회원들에게 놀러간다는 인상 안 풍기게 
할려는 의도로 긴장감을 심어 준다.

“ 나도 한마디 하자. 농활도 운동의 연장이야. 우리가 하는 
운동의 기반은 농민이나 서민들의 애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 땅에 핍박받는 민중들을 위한 것이야. 그들의 도움없이는 
우리도 존재 기반이 확립될 수 없고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해. 
아마 요번 농활은 정부에서 끊임없이 동태를 파악할테니 
모두 명심하도록 해야 된다.
도중에 아마 읍내 파출소에서 나와 우리 회원들의 인적 
사항이나 활동하는 모습들을 감시할테니 하고픈 말이라도 
생각을 해 가면서 행동해. 볼쌍 사나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농민들에게 민주화니 민족이니 독재 정권이니 그런 말 
쓰지 말고 순수하게 일손만 도우러 왔다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
세발이형은 진지하게 모두가 납득될 수 있도록 말을 한다. 
회의는 2시간 가량 지나 끝나고 회원들은 헤어지기 아쉬운지 
평소대로 모여 신림동 ‘할매집’으로 우르르 몰려 간다. 


  
Ernesto Cortazar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 With You

[핑크공주]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보기좋네요~~행복하세요~~^^*

[참이낭자]

신림동 할매집에서 다음편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어도 되지요?ㅎㅎㅎ ^_^좋은 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