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기업 유치 총력전
매일 한국기업인 만나며 투자설명회
다롄·칭다오·옌타이 등 2800개사 유치
중국 다롄(大連)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 루강(路剛)부주임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리다.
1976년 북한의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94년부터 2년간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한반도 외교 관록을 쌓기 시작했고 97년부터 지난 2월까지 5년 동안 서울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정치참사관을 지냈다.
그런 그가 지금 다롄에서 한국기업인들을 상대로 투자유치에 정신이 없다. 지난 5월 중앙정부로부터 연해경제개발구의 외자유치 특명을 받고 난 후 단 하루도 한국기업인들을 만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다.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깝고 중국의 동북지방 거대시장을 배후에 둔 다롄에 투자한다면 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성공을 보장하겠습니다."
지난 11일 20명의 한국기업인들이 투자상담차 다롄기술개발구를 방문했을 때 路부주임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국내 기업인들을 사로잡았다.
3백30㎢에 달하는 광대한 개발구와 월 평균 60달러(약 7만8천원)에 불과한 근로자임금, 중국 3대 항구 중 하나로 선진국 못지않은 항만시설, 15%의 기업소득세 등 그의 투자유치 설명은 끝이 없다.
그의 이같은 활동으로 부임 이래 30여개 한국기업이 이곳에 투자를 결정했고 연말까진 추가로 5개 기업이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배나 많은 실적이고 이미 이곳에 투자한 1백80개 한국기업의 19%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마친 路부주임은 다음날인 12일 서울과 부산을 돌며 투자유치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중국은 지금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2천8백여 업체가 중국에 진출했고 연말에는 3천개를 넘을 전망이다. 중국은 한푼이라도 더 한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까운 연안지역 시내의 투자유치 담당 공무원 대부분을 30대로 바꿨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투자유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젊은 여성이 많다.
칭다오(靑島)와 함께 중국연안 최고 미항으로 꼽히는 옌타이(煙臺)시 라이산(萊山)구에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대외무역경제합작국 직원은 22명. 이들의 평균나이는 30대 초반에 절반 정도가 여성이다.
올해 41세인 한핑(韓萍.여) 국장의 나이가 가장 많다. 여기에다 절대다수가 다롄시 아닌 외지 출신이다. 외자유치과정에서 혹여 있을지 모를 현지기업과의 부정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 초 이들에게 한 가지 특명이 내려졌다. 그동안 외자유치를 위해 대만과 한국.홍콩.싱가포르 등의 기업인들을 주로 만났는데 앞으로는 한국기업으로 초점을 맞추라는 것.
韓국장은 "옌타이는 지리적으로 한국에 가깝고 한국기업인들의 관심도 많아 힘을 한곳으로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곧바로 드러나 10월 말 현재 20개 한국업체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미 입주한 70여개 기업의 30%에 가까운 수확이다. 이같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라이산구는 아예 대규모 한국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위창칭(于常靑)구청장은 2년 전부터 아예 당서기를 겸하고 있다. 행정과 당이 엄격히 구분된 중국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투자유치에 따른 중복협의를 줄여 서류심사 기간을 1주일 내로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于청장의 요청을 중앙정부가 받아들였다.
1천5백여 한국업체가 입주해 중국 내 최대 한국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칭다오 역시 한국기업을 잡지 못해 안달이다. 두스청(杜世成)칭다오시장과 핑두(平度) 등 5개 위성도시 시장, 투자유치 관련 공무원 등 1백20여명은 지난달 22일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활동을 벌였다.
칭다오시 사상 최대 투자유치단을 굳이 한국으로 파견한 이유는 칭다오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한국기업의 비중도 비중이지만 향후 투자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무역촉진위원회 한슈전(韓秀珍.여) 핑두지회장도 한달에 한번 정도 한국출장을 간다.
지난주에도 서울을 방문해 한국기업인들에게 중국의 법률과 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하고 돌아왔다. 칭다오시 핑두(平度)공업구 투자유치국 마오융창(毛永强)국장은 "향후 수년 동안 칭다오시의 경제는 한국기업 투자 유치에 달려있다는 게 유치국 공무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중국 연안도시 중 수송 등 비즈니스 환경이 가장 좋은 칭다오에 한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