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까지 거리는 239야드.
선두 이정은(25·교촌 F&G)에 1타 차 2위 김세영(20·미래에셋)은 3번 우드를 잡고 힘껏 스윙했다. 잘 맞은 샷은 핀 오른쪽 2m에 붙었다.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샷을 다시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반면 이븐파 단독 선두를 달렸던 이정은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해저드에 빠뜨렸다. 1벌타를 받은 뒤 4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4m 정도 되는 파 퍼팅마저 홀을 외면했다. 최종 합계 1오버파. 이정은의 플레이를 본 김세영은 과감한 스트로크로 2m 짜리 이글 퍼팅을 홀에 떨어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환호했다.
프로 3년차 김세영이 마지막 홀의 극적인 이글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14일 제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파72)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언더파로 우승했다.
김세영은 전반만 해도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1타를 줄이긴 했지만 장하나(21·KT), 이정은의 치열한 우승 경쟁에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한 때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장하나는 바람이 강해진 후반 9홀에서 흔들렸다. 12번홀부터 15번홀까지 무려 4타를 잃고 1오버파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장하나를 이어 선두 자리를 꿰찬 이정은도 바람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15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적어낸 이정은은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어프로치 샷을 그대로 집어넣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또 해저드에 빠뜨리며 무너졌다.
김세영은 이정은과 장하나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는 사이 자신만의 플레이로 기회를 엿봤다. 17번홀에서 3m 정도 되는 버디를 잡아내며 기회를 잡았고 18번홀에서 극적인 이글로 데뷔 3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그동안 몇 차례나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아 울었던 선수다. 국가대표였던 2009년 출전한 김영주여자골프대회에서 12번홀까지 2위에 2타차 선두를 달리다가 13번홀(파4)에서 잘 맞은 티샷이 페어웨이 카트도로를 맞고 아웃오브바운스(OB)가 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프로 데뷔 후에는 지난 해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갔다가 3오버파를 치고 6위까지 미끄러졌다. 지난 해 드라이브 샷 평균 255야드로 5위에 오른 장타자로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되지만 우승없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과소평가되는 설움도 겪었다. 김세영은 “그동안 우승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너무 좋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우승자 김효주(18·롯데)는 마지막 날 4타를 잃고 최종 합계 6오버파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