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광주의 오월임을, 한국의 오월임을, 민중의 오월임을 5.18 기념식으로 알아 버린 나!
대문에 건 오월광주를 다시 봤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늘은 군대라는 상이 떠올랐다.
좋은 책은 여러번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한번, 두번, 세번... 읽을때마다 새로운 사실과 감동을 준다고 했다.
오월광주도 우리에게는 역사라는 점에서 좋은 책과 같은 듯....
이번에 앞 대문의 동영상을 읽을때는 군대라는 상이 떠올랐다.
광주 민중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군대
남의 나라의 석유를 빼앗는데 앞장서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인 미국의 군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전장이 아닌 산업현장에 뛰어든 군대
나는 삶이 아주 편했다. 밥 굶을 걱정을 해본 적도 없고, 입을 옷을 걱정해본적, 잠 잘데를 걱정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게다가 하고 싶었던 것들도 거의 다 해보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군대 시절밖에 없다. 물론 군대에서도 먹고, 자고, 입는데 걱정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뇌를 들어낸듯한 생활이 너무너무 치욕적이었다. 아무 생각없었다. 정말! 물론 작은 생활에서나마 잘해보려고 했던 행위들은 있었지만 그것이 내 삶의 장기적인 계획과 연관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군대생활의 목표는 제대였다. '제대' 군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사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간다.
나만의 계획이 있을 수는 없었다. 있다면 언제 매점에 갈까? 언제 전화할수 있을까? 면회는 언제쯤 오라고 해야 확실할까? 등등....
군대를 들어가면서 국가권력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거대한 것이었다. 어릴 때 경찰을 무서워하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는 없어지고 어느 부대의 몇번 탄약수만이 있었다. 그 탄약수는 굳이 나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없다면 누구라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거대한 국가권력을 느끼면서 자유인으로서의 나는 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목표는 '제대'였고, 목표를 '제대'로 삼은 나에 대한 쪽팔림. 목표를 '제대'에 두지 않았을때 상황은 한 사람을 충분히 굴욕적이게 만든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나약한 나같은 놈일 경우에는 더욱 더!
온갖 부조리에 '나의 목표는 제대'를 주절거리며 눈감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정말 더럽다. 하지만 익숙해갈 뿐이다. 나중에는 더럽지도 않다.
군대는 인간재생창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여자는 영원히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남자가 뭔가 모자란 종이 아닌 이상!
여자는 사람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중요치 않다. 왜냐면 남자가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여자도 사람을 만든다면 남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 내지 못할 테니 더욱 그렇다. 말은 여자도 군대 보내야돼! 라면 남녀평등의 문제가 나올때 흥분하는 남자들이 많지만, 기득권세력으로서의 남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도 여자들에게 군대를 개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조건들을 계속 만들어 내고 말이다.
군대는 힘의 논리가 좌우한다. 결국 조금의 폭력을 더 갖추고 있는 쪽이 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저질이다. 아무리 포장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힘이다. 힘센 자가 이기는 것! 그것이 진리다. 그것이 선이고. 이라크 전쟁이 그것을 보여 주지 않았는가?
샜다. ^ ^;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 사람이 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조리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조리를 보고 과감히 눈감을 수 있는 능력을 2년 남짓의 기간동안 훈련받는다. 거기다가 상급자(권력자)의 말에 복종하는 법과 민족의 반쪽을 물리쳐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와 폭력과 힘이 진리라는 것과 함께 말이다.
학교를 통해서 훈련받았던 교육의 완결편이고 이후 직장에서 벌어질 일들의 예비과정이다. 그래서 현역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말로만의 존경과 대우가 있다. 물론 현역을 다녀온 사람들의 선택받지 못한 데에 따른 자기 보상심리도 따른다. 방위도 군인이냐는 심리가 그것이다.
사회의 기존 체제에 훌륭하게 익숙해져가는 한국남성들이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군대에서 총을 쏘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다. 나는 큰총도 쐈어야 했다. 총부리를 인민군 표적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기분도 역시 더럽다. 내가 인민군 표적이라면, 내가 저 십자모양의 탱크 안에 들어있다면을 생각할 때는 정말 끔찍하다.
하지만 역시 총을 안쏠수는 없었다. 나의 목표는 제대였으니까. 하지만 최대한 쏘지 않으려고 했다. 중대장이 안보이면 옆 동료에게 내 총알 다 줘버렸다. 폭력에 익숙해지는 지름길은 폭력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고, 폭력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총싸움, 칼싸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는다.
남자가 싸움도 못해! 라는 말은 정말 과학적이다. 그렇게 군대에서 폭력에 대한 훈련을 받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여자하고 싸울때만 유효하다. 남자가 여자하고 싸움을 하지 않는 이상 남자하고 싸울텐데 어차피 한 쪽은 지는거 아닌가?
주절거리고 싶었는데 또 정리하려고 한다. 쩝. 쿨럭. 정리도 안되면서 말이다. ^ ^;
군대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온 모든 남성들이 그런 사람이 되었음에 틀림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군대가 갖는 속성을 말하고 싶었다. 그것은 군대가 갖는 속성만은 아닌 듯 싶다.
당연히 이러한 속성에 사람은 그대로 물들어 버리지 않는다. 사람의 자주성은 군대라는 강력한 속에서도 꿈틀거림을 만들어 냈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그 속성을 코웃음치며 물리쳐 내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도 변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 오겠지.
군대를 가기 전이라면 군대의 그 나쁜 속성에 젖지 말것을 군대를 다녀왔다면 자신에게 남아 있는 군대의 속성이 있는 지를 살펴봤으면 한다. 여자라면 주위 남성들에게 남아 있는 그 속성을 지적해줬으면 한다. 더불어 군대도 가지 않았으면서 그 속성이 자신에게 남아 있지는 않은지도 말이다.
모두에 말했듯이(모두가 어딘지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다. ^ ^;), 처음에 말했듯이 내 삶은 너무 편했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고작 군대다. 그러니 배부른 소리라고 너무 군대를 나쁘게만 본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더 어렵고 힘든 곳을 쳐다보도록 노력하겠다.
첫댓글 자기성찰은 세상어느곳에서든 중요하겠지만, 특히 지금의 한국사회에선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입니다.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