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다섯 필의 말을 먼저 내려 보내고
온종일 어수선한 마음으로 의창을 지키며 학수고대한 오후 세시가 넘자 차를 몰았다.
먼저 간 두 사람, 차에 세 사람, 저녁에 올 한사람 여섯 명의 동호인.
원래는 가족들까지 지금보다 배의 인원이어서 펜션 독채를 잡아놨는데......
늘 그렇듯이 복잡한 서해고속도로를 벗어나니 다섯 시.
해가 길어 예상대로 저녁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시간대다.
드디어 태안을 지나 신두리로 접어든다.
오후 여섯 시 반, 기우는 해는 구름에 가려있다.
드문드문 핀 해당화 저편 텅 빈 해변, 선들바람 맞아 잔파도가 포말로 하얗게 밀려든다.
백사장에는 끊임없이 솟는 수증기가 해안으로 밀린다.
먼저 해피를 몰아 파도 끝으로 향한다.
소금기 밴 넓은 백사장에서 코를 벌름대며 방향을 못 잡고 허둥대는 기색을 장딴지로 누른다.
밀려오는 파도에 움찔움찔 놀라는 해피, 급한 마음에 경속보 조금하다 구보를 놓는다.
해안가로 쏠리는 뿌연 운무를 뚫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
바다를 향해 무릎정도 들어서자 앞발로 바닷물을 첨벙첨벙 긁는다.
먼 바다 끝에는 낙조가 물들고 석양은 구름과 어우러져 있다.
울대가 아프게, 창자가 빠져라, 원수라도 진 것처럼 함성을 질러댄다.
딴딴한 백사장을 달린다.
세로로 쳐진 그물을 지나고 어쩌다 보이는 관광객을 피하며 네 굽을 놓는다.
해피 녀석, 달릴수록 흥분을 하여 씩씩대며 속도를 높인다.
“일번지” 앞을 지나 “하늘과 바다 사이”에 이르자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돌아오는 길, 벌써 땀이나 갈색 윤이 나는 해피의 속도를 줄이며, 환호에 손을 흔들며, 여유를 즐길 때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일행들.
장군, 챌린져, 로얄
말들은 서로 떨어져 있자 몹시 불안해하고 흥분한다.
와중에 저만치서 홍일점 동호인이 가벼운 낙마를 한다.
해변에 몇몇의 사진 동호인들이 보이고 그들은 열심히 우리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급기야 우리에게 특정한 액션도 부탁하고.....
우리는 넓은 백사장에서 낙조를 이고 파도 소리와 물안개를 안고 사람들의 환호성에 도취되어 가로 뛰고, 세로로 뛰고, 돌고,
말들도 흥분하여 원을 그리며 마주보고 뛰어도 머리를 틀지 않는다.
장군이와 스치며 강하게 고삐를 나꿔채자 로데오하는 바람에 낙마.
k의 환상적인 기승쇼와 습보가 동호인이나 관광객 모두의 감탄을 자아낸다.
저문 해와 더불어 광란의 승마를 접고 숙소 주변 공터에 줄을 매고 임시 마방을 만든다.
로얄이 무리에서 조금 떨어지자 발광을 한다.
낯선 환경, 낯선 곳에 온 녀석들의 불안과 흥분을 알 수 있다.
불꽃 속에 저녁식사와 이은 야외파티!
구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달이 좋았고,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밤바람이 좋았고, 비어 가는 술이 좋았고, 걸쭉한 입담들이 좋았고, 취기가 올라 횡설수설하는 것이 좋았고, 또 내일이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