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성적표 받은 고3 교실 표준점수 하락 실망ㆍ교사들 “변별력 떨어져 진학지도 어떡하나”“원점수는 높았는데 표준점수는 모의고사 때보다도 낮다.” “차라리 어려운 게 나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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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점수는 수능 성적표를 배부한 8일 서울 배화여고(왼쪽)와 여의도여고(오른쪽)에서 두 여학생이 성적표를 보고 있다. 남호진기자 |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8일 수험생들에게 배부됐다. 고교 3학년 교실은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
특히 올해 수능이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된 탓에 가채점 결과 원점수가 높게 나왔던 수험생들은 실제 입시에 적용되는 표준점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벌써부터 재수를 생각하기도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외국어영역에서 평소 모의수능과 비슷한 원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은 올라간 표준점수에 기뻐했다.
서울 혜화여고 이홍은양은 “가채점 결과 원점수가 높게 나와서 기대를 했는데 모의고사 때보다 표준점수가 낮게 나와 재수를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배화여고 박종주양은 “수능이 쉬워서 다른 친구들은 원점수가 높다고 하는데 나는 원점수도 높지 않고 표준점수는 더 많이 떨어져 두 배로 속이 상하다”고 밝혔다.
쉬운 수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예상보다 표준점수가 떨어진 장현주양은 “수능이 너무 쉽게 나와서 변별력을 가질 수 없다”며 “수능은 쉬운 것보단 어렵게 나오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진학담당 교사들은 “수험생들은 평소에 자신있는 영역이 어렵게 나오면 이익을 받고, 쉽게 출제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등 평소와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출제 당국은 이 점을 생각해 난이도 조절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표준점수에 기뻐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계성여고 이진아양은 “가채점 후 외국어영역의 등급을 4등급으로 예상했는데 3등급이 나왔다”며 “어문계열에 진학할 생각인데, 외국어 성적이 잘 나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서울고 박모군도 “평소 자신 있던 외국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탓에 원점수가 낮아 낙심했는데 오히려 모의수능 때보다도 한 등급이 올라갔다”며 “외국어는 어렵게, 다른 영역은 쉽게 출제된 것이 내게는 일종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특히 수리영역의 난이도가 매년 달라 진학지도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혜화여고 민혜영 교사는 “수리영역의 원점수가 좋았던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며 “중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많이 반영하는데 어떻게 진학지도를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환보·심혜리·김지환기자 boto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