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은 우주가 생기고 난 뒤 최초로 만들어진 태생적인 존재일 것이다. 태초에는 빛과 어둠이 혼재하는 혼돈의 상태 즉 카오스였다고 한다.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도 아닌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다 빛과 어둠이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로 종교에서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빛은 진리이요 어둠은 거짓이라는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빛은 선이요 어둠은 악이라고도 한다. 아주 예전 인간들은 날이 밝으면 일어나 생명을 부지할 일을 하고 어두워지면 동굴 등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밝음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둠속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는 불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아니 자연속에 있던 불을 인지하고 인공적으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했다고 한다. 그 이후 불과 관련된 진화가 이어지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전기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둠을 이기고 있을까. 선이라는 빛이 과연 악이라는 어둠을 누르고 있을까.
우리는 흔히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맞는 말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선은 악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된다. 정말 선은 악을 이길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한다. 천사와 악마가 함께 존재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지칠박사와 하이든씨라는 용어도 생겼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인간의 성품에 대해 성선설과 성악설이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태초에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고 혼조상태였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성이 생기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가급적 악을 멀리하고 선을 이루고자 한 것이 인간의 역사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은 원래 선한 부류와 악한 부류가 혼재했는데 경쟁에서 악한 부류가 승리를 거두면서 세상은 점차 더 악한 분위기로 흘러간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존하는 인간인 호모사피언스이전에 여러 부류의 초기인간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착하고 청결하고 욕심이 그다지 없는 부류와 악하고 지저분하고 욕심이 많은 부류로 나눠지게 되었다. 욕심이 많은 부류는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부류를 침략했고 그들을 제거했다. 한정된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 다른 부류를 없애는 방법을 동원했다. 그래서 최후에 살아남은 것이 호모사피언스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현대 인류는 욕심이 많고 사악하고 다른 부류를 침범하고 해치려는 DNA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DNA에는 선함보다 악함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을 통해 선함을 추구하려하지만 결국은 DNA속에 존재하는 악함때문에 인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흘러가고 결국은 인류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자연파괴와 그로인한 이상기후로 야기될 인간 종말론과 가공할 원자폭탄 등으로 인한 인간 공멸 등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빛은 어둠을 이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지구는 하루의 절반은 빛속에 또 다른 절반은 어둠속에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아무리 전기를 이용한 빛을 발한다고 하지만 자연적인 빛에 비길까.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빛속에서 살겠다고 어둠이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빛과 어둠이 교차되면서 찾아오는 것이 인간이 타고난 숙명이다. 다시 말하면 선과 악이 되풀이 되면서 벌어진다는 것과도 다르지 않는다. 선한 시대가 지나면 악한 시대가 오게 마련이다. 아무리 5현제가 로마를 발전시켰다고 하지만 결국은 포악한 황제들로인해 로마는 망하고 말았다. 빛이 지나면 어둠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천년이상 계속된 왕조와 국가가 없는 것도 빛과 어둠의 순환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시대는 어떤가. 과연 빛이 어둠을 이기고 있다고 보시는가. 세상의 리더라는 그룹은 더욱 악함이 강해지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웬만한 악함을 가지지 못하면 리더그룹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는 악한 영향력에 밀려 존재감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케아벨리적 권모술수에 능하고 그런 권모술수를 아는지 모르는지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종교화하는 그룹들이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세상은 진실보다 믿음을 더 우선시한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진실됨을 믿으면 그것보다 더 선한 행위는 없겠지만 지금 세상은 요상한 주장과 궤변들의 굉음속에 진실과 진리의 소리는 땅에 묻히고 마는 상황을 속출하고 있다. 밝음을 가장한 어둠이 제대로 된 빛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둠은 빛을 이기지못한다고 과연 강하게 말할 수 있는가. 빛을 이기는 어둠이 없다는 것은 그냥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빛을 가장한 어둠이 세상을 지배해도 꼿꼿하게 어둠을 향해 빛을 발하는 존재도 있다는 것이 아주 작은 위안을 준다. 추석과 정월 대보름때 떠오르는 대보름달이 그래서 찬사를 받으며 감동을 주는 것 아니겠는가.
2023년 9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