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불 붉은 불
이수명
검은 불위에 붉은 불이 있다. 검은 불이 서서히 붉은 불이 되었나 불은 지금을 향해 구부러지고 있다.
불은 숨을 쉬지 않는다. 나뭇잎을 들고 날아다니며 나뭇잎을 열어 보이지 않는다.
불의 어깨 위로 불이 내려앉는다. 출렁이는 형상에 불과해져서 불이 다시 쏟아지지 않을 때면 불은 어디서 오는가
불을 불의 모형 속으로 밀어 넣는 것으로 충분한 일이었다.
불은 불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전진하는 나뭇잎이 있어 나뭇잎의 부대들이 있어 오늘 오후는 움직이지 않고
오후는 타들어가고
나뭇잎은 자꾸만 넓어져 간다.
불이 숨을 쉬지 않는다. 검은 불이 붉은 말을 하고 붉은 불이 검은 말을 한다. 불은 평행한 것인가
불을 벗어놓는다.
불이 울고 있다.
-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P84~P85
◆ '시 읽기'와 '시 쓰기'
● ‘시 읽기’
- 독자는 시인이 발견하여 ‘새롭게 창조한 언어’를 상상적 유추로 가늠해 읽으면서, 이성적, 과학적 사고가 횡행하는 상투적인 세계의 관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인이 인도하는 직관적이고도 감성적인 진실의 세계에 편입되는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 강희안 시인
● ‘시 쓰기’
- 창조적 시를 쓰는 동안에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실현하고 있다는 황홀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한정된 이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기분, 현실 세계에서 넝마가 되고 빈털터리가 된 영혼이 고양되는 기분 같은 걸 느낀다.
- 김이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