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의 이름 속에 '고기의 아버지'와 '고기를 잡는 사람'이라는 모순된 존재를 공존 시킨 이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퍽,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음악이 취향과 상관없이 귀를 통해 들려지면 그냥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어어부의 음악은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과 아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사람들로 양분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어부의 음악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왜 이들을 싫어하느냐고 물어보면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들의 음악이 낯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어어부'였던, '저자'였던, '마부'였던, 지금의 '없었을텐데 그러므로 나는'의 끽끽대는 음성이 불쾌함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음악의 형식이나 내용을 거침없이 넘어 서는 것이 바로 어어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추측하건대, 아름다운 멜로디도 많고 많은데, 아름다운 이야기도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척추가 두동강난 사내가 염산을 마시는 이야기를 <아름다운'세상에'어느가족줄거리>라고 들이미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복지 건강 희망'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들의 음악이 위험하고 불온한 것으로 여겼을 지도 모를 일이다.
보컬과 음악 대부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어어부와 뉴웨이브 밴드 도마뱀 출신인 장영규, 그리고 국내 국악의 차세대 주자로 촉망 받고 있던 원일로 구성된 이들은 자신들을 어떤 틀에 가두는 것이 음악 활동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프로젝트'형식으로 밴드를 꾸려 나가게 된다.
트위스트 김이 결박당한 채 아스팔트 위에 누워있는 그들의 데뷔 EP앨범인 [손익분기점]은 당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던 "인디" 밴드의 음악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스로 '자유의지 불능자를 위한 감상용 음악'으로 분류했던 이 앨범은 형식에서나 내용에서나 대단히 전복적이고 불온한 작품이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는 은유와 암시가 깔려 있었으며, 듣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괴로운 소리들을 내고 있었다. 또한 이 앨범은 어어부의 음악이 가진 강렬한 회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원일이 빠진 채 '저자'로 이름을 바꾼 백현진과 장영규의 듀오로 1998년 [개, 럭키 스타]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 진일보한 흔적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고, 70여분의 길이동안 하나의 흐름을 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음악 보다는 문학에서 더 큰 영감을 얻곤 한다는 어어부의 말처럼, 아닌 게 아니라 [개, 럭키 스타]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은 카프카나 기형도가 연상되는 의미심장한 언어들이었다. 특이한 것은 1집 때와는 달리 <하수구>나 <면도칼 게시록>과 같은 락적인 트랙들이 존재했다는 것이고, 문득 문득 눈물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멜로디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 접어들어 발표한 세 번째 앨범 [21 C New Hair]는 독특한 슬픔의 미학으로 일관된 앨범이었다. 이 앨범에는 성전환한 엄마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 <초현실 엄마>, 뻔한 듯하지만 처절한 <미지근한 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슬픈 보고서 <중국인 자매>, 구차하고 초라한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종점 보관소>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어어부의 음악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특한 회화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영화와 썩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장선우 감독의 화제작이었던 "나쁜 영화"의 행려자들 씬에서 나왔던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는 그 어떤 곳에서보다 더 큰 설득력과 현실성을 띠었으며, <사각의 진혼곡>이 들리지 않는 "반칙왕"이란 상상할 수 없다.
얼마 전에 나온 이무영의 영화 "휴머니스트"에서 사용된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주목할 만한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어어부 음악은 우리가 믿고 있던 것에 대한 의심의 싹을 피워 올리는 '불온하고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속하고 있다고, 견고한다고 믿어 마지 않았던 세상의 균열과 불안정함을 일깨워주는 그들의 음악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우리가 어어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고 있다. "껍 씹고 있기 만은 퍽 곤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