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를위하여 2
며칠 전 탁족을 갔었다.
내 라이벌이자 평생의 숙제인 비형과 그외 두 친구와의 동행이었다. 느리고 중후하고..비형은 모든 면에서 나와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바둑부터가 상당한 고단자다. 그는 오로의 글도 빼놓지 않고 보는 모양이다. 지난 몇 년간의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대강은 꿰고 있으며 입단문호확장 건이나 조혜연건 같은 최근의 일도 잘 알고 있다.
역시 술자리가 벌어지자, 그는 여지없이 내 글이나 행태 주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 붓는다. 나도 나름의 반론을 토하지만 그의 말이 반 정도는 아니, 반 이상은 맞음을 안다.
“Y도 그래, 결코 가르치려 들거나 그런 뜻이 아닌데 그의 글을 읽어보기나 한 거야?”
“아니, 반에 반도 읽지 않았어. 아주 긴 글이나 좀 어려운 전문적인 글이나 종교비판 같은 진부한 글은 잘 안 봐, 잘 암시롱”
“내 이럴 줄 알았지, 대충 대강 보고 제멋대로 속단을 해버리고 엉뚱한데다 질러버리는 버릇 어디 갈까, 뭣도 모르면서 그를 그리 까도 되는 거야?”
“솔직히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조를 설득하려든 것은 사실이잖아..유식을 과시하는 것 같은 거부감도 조금은 있었고...그리고 양이 뭐야 양이...”
“글쎄 그게 아니었다니까 자꾸 그러네. 호칭도 그래. 군이나 양은 결코..”
“아아~ 벌써 들은 방송이니 그만. 적어도 내 판단엔 나이 어리다고 쉽게 본 것 같은 혐의가 많아. 그가 노장기사한테도 과연 그리할 수 있었을까? 온라인의 기본이 뭐야. 존중까진 바라지도 않아. 최소한 평등은 해야지....더구나 상대는 소위 공인신분이잖아”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사실 그렇게까지 심하게 할 건 아니었는데 조가 어디 기사에선가 댓글로 인신공격을 당하는 걸 보고는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아. 인정”
“넌 그래 조의 소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냐?”
“세상에 절대선 절대악이 어디 있어. 어쨌든 조는 약자잖아, 갑이 아닌 乙이잖아, 여자잖아, 나라도 도와줘야지..더우기 양심의 문제인데..”
사정을 알게 된 바둑을 모르는 친구가 흥분하여 가세한다.
“종교 때문에 일요일에 쉰다는 게 어떻게 말이 되냐? 일요일 날 전쟁터지면 어떡할래?”
나 “그것은 국가가 알아서 조치하고 있고...대국만 않는다는 것이지 말 그대로 쉬는 것은 아냐. 하여간 바둑이나 스포츠가 전쟁은 아니잖아”
“국가간 시합인데 왜 전쟁이 아냐, 그래 그런 중뿔난 왕싸가지를 그냥 놔둬? 그런 건 당장 잘라버려야지”
나 “그럼 일요일 날 쉬는 공무원은 모다 잘라버려야 되겠네?”
“걔들도 국가시합에 준하는 일이 있을 땐 일해!”
나는 예의 박지성 아버지 비유건을 꺼냈다. 신앙도 인륜과 마찬가지인 양심의 문제다.
“이런 답답한, 야 어떻게 일생에 한번 뿐인 아버지 장례와 주일마다 쉬는 걸 비유하냐!”
들어본 얘기다. 하지만 어찌 아버지만 생각하는가.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 혹은 그에 준하는 은사나 친구등 기타 여러 경우는 왜 생각지 못하는가?
나 “나도 기독교는 싫어, 하지만 이건 인간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거야,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거라고. 쉽게 말해보자. 네 딸이 아파서 돌보느라 스토릴 못 썼어. 그런 너를 두고 출판사장이 ‘부모가 죽었담 모를까, 딸이 아프다고 일을 않다니 네가 프로가 맞냐’고 비난하면 어떡할래? 보나마나 ‘내 사생활에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대들겠지?”
“나..난...나도 프로지만 국가대표 프로는 아닌데?”
나 “글쎄 국가대표부터 그런 식으로 하나둘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나중엔 道대표, 市대표, 洞대표, 일개시민에게 까지도 강요되고 관례가 되어버리고 법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단 말이다! 이제 알아 먹냐?”
“제기랄, 넌 어떻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 찾냐? 너도 나도 모두다 책임과 의무를 팽개치고 저 좋은대로 해버리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
나 “나라의 안위야 내 능력밖이고 영 급해지면 독수리오형제나 태권브이가 나설 거시고...난 시민의 위상에만 관심있어. 시민의식이 높아지면 책임과 의무도 자연 고양될 거라고.....모다 그러진 않아. 떠다밀어도 안 그래, 이백수십명중 그 처녀 혼자만 굳세게 지조인지 곤조인지를 부리는 거야. 기특하잖아...중세 때 마녀사냥이 뭐냐..”
“네미, 기특은 개똥이 기특하냐. 귀신 나락 까먹는 소리 집어치우고 술이나 처묵어라”
그래, 어쩌면 내 소신이 몽상에 가까울지 모른다.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론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러나 획일보다는 다양성이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란 그리 힘든 것일까.
프로는 팬서비스를 위해 요일에 관계없이 시합해야 한다는 것도 편협한 고정관념일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프로는 스스로 정한 조건이 충족치 않으면 시합을 않는다. 불쾌할 때도..슬럼프일 때도 승부를 피한다. 어떤 프로는 한 스테이지 치르면 반드시 쉰다. 한두 달 내쳐 쉬는 때도 있으며 일이년 쉬기도 한다.
헌데 스포츠 프로는 관중이 있는 한 밤에도, 새벽에도, 비가와도, 눈이 와도,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명절 때도, 심지어 어지간한 애경사가 있어도 뛰어야 한단다. 하긴 가장 중요한 가정도 소홀해야 되는 것을 보면...이건 로봇내지 노예 같기도 하다. 대개 몸으로 때우는 승부라 저급해서라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다.
좀 고상?한 승부인 바둑마저도 스포츠로 스스로를 격하해 저급화의 수렁에 빠져든 것인지 모른다. 야구같이 어느 대국장에서나 최고수와 최하수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는 것은...과연 축복인지....꼴불견인지....모르겠다.
좀 쉬며 충전하고 싶어도 바둑계의 파이를 위해 어떤 시합도 보이콧내지 불참을 못한단다. 일본 중국도 같은 실정인가?...실제 이세돌같은 최강자가 반년여 쉬었어도 하늘은 안 무너졌었건만....무엇이 그리도 무서운 것일까?...........돈이겠지..빌어먹을 돈!
https://youtu.be/3csayYsoiLY?si=VCHsb0i7qUNO72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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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2010년 8월 15일의 낙서였네요. 어디다 올린 적이 일체없으니 일기의 일종이겠지요. 너무 오래되어 정확힌 기억못해도 조혜연9단의 일요대국 거부로 많은 파란이 있었던 후 같습니다.
와이?라는 저명인이 조9단에게 한 충고가 거슬려 제가 나섰던 모양인데...그 직전이던가 직후던가 '백조를 위하여'란 글을 올려 조9단을 응원했었는데 글이 날아가버려 못찾겠네요..ㅜ
조9단의 당시 대명이 '미운오리'였기로. 미운오리새끼라는 동화를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때로 대명은 많은 것을 시사하지요. 저는 '허당이'였던듯. 허당이 벌써 등록되어 있어]
첫댓글 확실치는 않으나 여호와증인이었던 모양인데...시류와 타협하기가 일상인 믓 예수쟁이보다는 한결 낫다는 소신입니다.
증인들은 제사는 물론 가족들 생일도 안차린다는데..매년 돌아오는 생일..상투적인 축하....
저는 몇년전 아이들에게 '축하가 뭐냐, 고해에 떨어진 날이니 애도해줘야지^^' 실소하면서도 일리있다는 반응.
조9단은 바둑학원을 하는 모양인데...몇년전 스토커때문에 곤경뉴스..아직도 미혼이라던가..확실하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