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의 에인절스]
트라웃, 오타니 슈퍼스타 두 명에 주전급 두세명정도 데려다놓고 나머지는 AA~AAA급 선수들로 라인업과 벤치를 채우면서 뎁스 문제로 시즌을 조지던 에인절스가 이번 시즌은 페리 미나시안 단장을 필두로 뎁스 강화를 천명하며 지오 어셸라, 헌터 렌프로, 브랜든 드루리, 제이크 램 등 스타는 아니지만 MLB에서 주전/벤치급으로 검증된 선수들을 다수 영입했습니다.
거기에 지난 시즌을 조지면서 트레이드 데드라인때 필라델피아로부터 받아온 포수 유망주 로건 오하피, 망한 1번픽으로 필리가 포기했던 미키 모니액이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늘상 뻗어있는 렌돈, 시즌 전부터 다쳐있다가 개인사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주전 포수 맥스 스태시, 불면증(...)으로 경기조차 못뛰고있는 월시 등의 공백을 탄탄하게 메울 수 있었죠.
6월 18일 캔자스시티 로얄스 시리즈가 끝난 시점에서 에인절스는 41승 33패, AL 와일드카드 3위 자리까지 탈환하며 2014시즌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몰락]
지오 어셸라 부상(시즌아웃), 앤서니 렌돈 부상(2주), 잭 네토 부상(3-4주), 브랜든 드루리 부상(2,3주) 등이 단 3,4일 사이에 줄줄이 터지면서 시즌 초반에 부상당했던 로건 오하피, 불면증 치료 후 돌아왔다가 1할치고 마이너로 내려간 월시의 부재까지 겹쳐 내야진 주전+백업까지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작년과 마찬가지로 루이스 렌히포, 앤드류 벨라스케즈, 채드 왈락 등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있으면 안될 선수들이 주전으로 출전하는 상황이 다시 발생했고, 하다하다 외야수 헌터 렌프로를 1루로 돌리는 등 기껏 보강한 뎁스가 아무 소용 없는 부상병동이 되어버렸습니다.
텍사스 원정에서 3승 1패를 하면서 와카 자리를 탐내던 에인절스는 저 줄부상 이후 콜로라도, 시삭스, 샌디에이고 등 루징팀들만 줄줄이 만나고도 4승 10패를 기록하며 벌어놓은 승수를 다 까먹고 5할이 다시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입니다. (현재 45승 43패)
거기다 어제 마이크 트라웃이 손목 골절로 6-8주 아웃이 확정되었고, 오늘 앤서니 렌돈이 무릎 부상으로 (저 위에 언급한 부상에서 복귀하고 오늘 또 다친겁니다) 경기 중 교체, 설상가상으로 오타니까지 손톱이 깨지고 중지에 물집이 잡혀 강판되면서 말 그대로 로스터 꼬라지가 개판이 되었는데요.
오타니는 물집과 손톱정도의 문제니 등판 몇번 거르더라도 타자로는 출전한다고 치지만 지금 로스터 상태에서 트라웃까지 빠져버리면 이 팀 로스터에 경쟁력이라는건 없습니다. 이쯤되면 단장이 데드라인 앞두고 트레이드 몇건 터뜨린다고 구해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죠.
심지어 콜로라도, 시삭스, 샌디에이고 등 루징팀들과의 연전이 지나면 에인절스는 LA 다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중상위권 강팀들과의 시리즈를 줄줄이 치르게되고, 디트로이트 한번 만나고 또 토론토, 애틀란타 등의 강팀들을 만나게됩니다. 7월 스케쥴이 굉장이 터프한데, 테일러 와드, 조 아델(트라웃 부상 이후 콜업), 헌터 렌프로, 루이스 렌히포, 채드 왈락, 앤드류 벨라스케즈 이따위 라인업으로 성적 유지를 할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닙니다.
[에인절스의 오타니 재계약을 위한 노력]
올시즌 에인절스가 필사적으로 뎁스강화에 힘썼던 이유도, 비싼 불펜자원인 테페라를 가차없이 DFA하고 애런 루프를 패전처리로 돌리는 등 "비싸도 못하면 중용하지 않는다"는 운영 방침을 보인 이유도, 어셸라가 부상으로 시즌아웃 뜨자마자 에스코바와 무스타카스를 트레이드 해오면서 내야/유틸 자원을 보강했던 이유도 올시즌 포스트시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겁니다.
오타니의 재계약 때문이죠.
오타니 데뷔 후 포시를 한번도 못간 에인절스는 올시즌까지 조지면 오타니를 잡을 명분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리 거금을 퍼주려고해도 어차피 오타니는 부르는게 값인 선수라 사실상 선수 본인이 팀을 골라 갈 수 있는 선수죠. 일반적인 슈퍼스타 프랜차이즈와 달리 일본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오타니의 스타성과 시장성은 그에게 아무리 큰 돈을 퍼다줘도 그를 보유하고있는 구단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오타니 재계약에 목숨거는 이유]
작년에 구단 매각 선언을 했던 아테 모레노가 몇달 간보다가 철회했던 이유도 저는 오타니 재계약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년에 매각 선언하고 대충 얼마정도 오퍼가 들어오는지 간을 봤고, 올해 만약 오타니를 눌러앉혀서 장기계약 해놓을 수 있다면 "앞으로 장기간 오타니를 보유한 팀"이 된 에인절스를 작년보다 훨씬 거액에 매각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오타니가 슈퍼스타고 "유니콘"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영화같은 스토리를 만드는 선수라고 해도 지금 얘기 나오는게 총액 6억달러가 시작인데 제가 이렇게 "오타니는 얼마를 퍼다줘도 데리고만 있으면 구단은 손해를 볼 수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입니다.
위 차트는 Sportico에서 추정한 올시즌 메이저리거 수입 탑10입니다. Salary가 연봉이고 Endorsement가 스폰서십, 광고를 포함한 기타 수입이죠. 역대를 논하는 슈퍼스타 트라웃의 endorsement 수입이 500만 달러,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 애런 저지가 400만 달러인데 오타니의 추정 endorsement 수입이 4000만 달러입니다.
물론 이는 확정 수치가 아닌 이런저런 데이터를 통한 추정이지만, 스포츠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해봐도 대부분 오타니의 올시즌 수입은 $65M~$70M 사이로 나옵니다. 즉 최소로 놔도 3500만 달러, 최대 4000만 달러 이상을 부수입으로 쓸어담고있다는거죠.
오타니의 수익성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오타니 하나로 붙는 스폰서십과 미친듯한 광고러쉬, 일본에서의 중계권료와 기타 이득이 역대 최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시즌 에인절스 구장 한번 가보시면 한방에 이해가 가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사방에 도배되어있는 일본 기업들의 광고와 이닝 사이사이마다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일본 제품, 게임 광고들, 하다못해 경기장에서 나눠주는 기념품들도 대부분 일본 기업들 스폰서로 제작되고 있는걸 확인하실 수 있죠.
오타니가 떠나면 에인절스는 이 모든것을 잃게됩니다. "역대급 선수 트라웃의 전성기를 통째로 갖다버리고 이젠 또 다른 역대급 선수 오타니를 걸어나가게 만든 웃음거리"라는 조롱은 덤이구요.
앞서 언급했듯 구단 매각을 고려했던 아테 모레노 입장에서도 오타니를 눌러앉힐 수 있다면 훨씬 비싼 값에 팀을 팔 수 있고, 구단을 계속 갖고있는다고 쳐도 오타니를 데리고 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오타니에게 1년에 $50M이상을 줘도 아까울게 없는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쓰잘데기 없는 먹튀에다 돈 퍼붓고 제대로 된 로스터 구축은 등한시하면서 성적은 멸망하고 슈퍼스타들 몇명 내세워서 돈이나 땡기던 에인절스가 올해는 진지하게 중하위타선, 벤치, 불펜까지 신경써서 보완했던건데요.
6월 중순 이후로 터진 줄부상 러쉬로 이번 시즌도 GG를 쳐야할 상황이 되고 만거죠.
지금 라인업 상태와 7월 스케쥴 생각하면 올해도 시즌 포기 선언하고 데드라인때 셀러로 나서야되는게 맞는 상황인데, 시즌 포기를 선언한다는 것은 오타니(+그가 벌어들이는 모든 수입)와도 작별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을 뜻하죠.
에인절스는 이제 오타니를 시즌 끝까지 데리고있다가 어떻게든 남아달라고 사정사정 해보고 안되면 FA로 걸어나가게 둘지, 아니면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뭐라도 받고 트레이드할지 선택할 시간이 왔습니다.
한달도 남지 않은 데드라인, 에인절스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첫댓글 에인절스가
올해는 뭐 하나 보다 싶었는데.. 팬분들 정말 힘드실것 같아요.
앞으로 한달 궁금해집니다.
저라면 뭐라도 받고 팔지 싶은데..
구단주라면 그전에 구단을 팔듯싶어요
2018년 초에 13승 3패 할때도, 작년 초에 27승 12패 할때도 오버퍼폼하는 선수들이 많았고 팀 전력이 저 성적 유지할 수준이 아니라는걸 알았기 때문에 결국 꼬라박을거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늘 맞았습니다. 올시즌 41승 33패 할때는 솔직히 꼬라박더라도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한두명 삽질해도 메워줄 수 있는 뎁스가 있었고 투타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으며 (공격력도 상위권이었고 마운드도 중상위권이었죠. 세분화하면 선발은 중하위권, 불펜이 상위권이긴 했지만...) 오버퍼폼은 고사하고 트라웃, 와드는 엄청나게 언더퍼폼 중이었고, 렌돈은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있었는데도 저 성적이 나오고 있었죠. 이렇게 3,4일 사이에 주전 내야진 + 유틸까지 싸그리 한방에 사라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현실은 저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고 올시즌도 접어야될 시점이 왔습니다. 오타니 너무 좋아해서 원클럽맨 커리어 쌓는걸 보고싶은데 이따위 팀에 남아주길 기대하는게 잘못이겠죠. 좋은 팀 가서 가을야구도 하고 우승도 하길 ㅠ
랭히포는 mlb 더쇼에서는 능력치가 괜찮던데... 현실과 게임의 차이 인가요 ㅎㅎ
수준높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렌히포가 더쇼에서 능력치 괜찮은건 22시즌 중후반에 잘해서일겁니다. 작년 6월쯤부터 시즌 후반까지 갑자기 다른 선수가 된 것 처럼 잘했어요. 렌히포 커리어에서 딱 저 구간 제외하고 보면 지독할정도로 꾸준하게 5년 내내 타율 2할, OPS 0.6 언저리, 풀시즌 기준 홈런 5~10개 사이 치는 선수입니다. 올시즌도 딱 저 모양이구요.
랜던이 이렇게 망할줄이야..
천졸스가 기간이 더 길고 렌돈은 A~S급 타자였지만 카졸스는 역대급 타자였다보니 망한 낙폭이 훨씬 커서 그렇지 계약 자체는 렌돈이 천졸스 계약 뛰어 넘는 막장계약으로 갈 기세죠. 천졸스는 12~15년까지는 메이저리그 평균수준 타자 역할은 해줬습니다. 돈값을 터무니없이 못해서 그렇지 그 자체로는 그렇게 못한건 아니었죠. 16년부터 완전 폭망해서 17년 이후론 없는게 나은 수준이 되면서 먹튀의 대명사같이 됐지만 렌돈처럼 계약하자마자 멸망하진 않았습니다. 렌돈은 딱 계약 첫해였던 2020시즌만 잘하고 그 후로 폭망중인데 하필 잘했던 2020시즌이 단축시즌이라 잘한 경기 수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하죠 ㅡㅡ 21년부터 지금까지 뛴 경기 수가 150경기가 안됩니다. 2시즌 반을 합쳐서 뛴 경기 수가 1시즌 경기수보다 적은데 연봉이 30M대 중반이니...
@Kobe still hoopin 그러니까요..성적은 둘째치고 출장수가 너무 적어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떤 팀이든 최소 10년 6억 달러, 12년 7억 달러는 줘야 데려갈 것 같고 베이브루스 이후 전무후무한 역대급 캐릭터인데 돈은 둘째, 첫째는 무조건 우승권에 근접한 팀을 고를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를 팀들은 전부 6억 7억달러 깔고 오퍼할테니 주 세금차이 아닌이상 돈은 어차피 넘칠거고, 말씀하신대로 오타니 본인은 컨텐더 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겠죠.
오타니는 이제 가을야구를 보여 줄때가 됐죠
가을야구 해봐야죠. 정규시즌에 이도류해도 저렇게 엄청난 이슈인데 포시, 월시에서 이도류해서 승리투수되고 홈런치면 얼마나 난리가 날까요
누구나 오타니를 팔고 팜을 꽉 채우는게 맞는 행보라고 말하겠지만, 모레노는 드래프트픽 하나에 오타니를 놓치는 코메디를 선사할 것입니다. ㅎㅎㅎ
모레노라면 저도 여기에 한표를;;
흑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