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주님 마음에 남는 것 오늘 복음은 유명한 탈렌트 비유다. 비유에 나오는 세 종의 주인은 정말 부자다. 한 탈렌트는 약 6억 원쯤 되는 거 같다. 그러니까 다섯 탈렌트는 30억, 두 탈렌트는 12억인 셈이다. 그 많은 돈을 종들에게 턱하고 맡겼다. 그 주인은 또 그의 종을 신뢰했다. 그들을 믿고 그 많은 돈을 맡겼다. 그리고 오랜 뒤에 와서 그들과 셈을 했으니까(마태 25,19) 시간도 넉넉히 주었다.
탈렌트는 흔히 재능이나 인재(人才)로 번역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비유 말씀을 세속적인 자기계발에 대한 요구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비유는 예수님, 하늘나라를 선포하시고 우리 모두를 그리로 초대하신 분이 하신 말씀이다. 그러니까 자격증 취득이나 사업 성공이 아니라 하늘나라를 위한 노력이나 회개 또는 세례성사에 담긴 은총이 많은 열매를 맺는 거로 해석해야 옳다. 요즘 명문대생들이 관련된 마약 동아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성희롱 영상물을 제작하고, 청소년들까지 그런 영상물을 만들어 친구와 지인을 모욕하는 현실이 걱정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왜 연초부터 전 세계에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주의를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현실은 자기계발에서 인성이나 윤리에 대한 측면이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하면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알고 이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반복적으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몸에 지니고 사니 여건만 되면 누구나 언제든지 죄를 지을 수 있다. 독일이 유대인 학살 등 반인륜적인 죄를 저지른 것을 매년 반복적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청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 거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은 죄를 짓지 않으려고 주의하고 조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례성사로 받은 은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선한 것들이 가득 들어 있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 큰 나무가 돼서 새들이 그 안에서 쉬는 거처럼 하느님이 주신 은총을 계발한 사람은 세상을 이롭게 한다. 누구는 크게 누구는 작게. 큰일을 하든 작은 일을 하든 그들은 모두 하늘나라에 가까이 있을 뿐이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종이나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이나 주인에게 똑같은 칭찬을 받는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23).”
하늘나라에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요한 6,63).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서 노력했던 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된다. 휴일에 무료 진료 봉사하는 의사와 간호사, 미용 봉사하는 미용사, 어려운 이웃에게 한 끼 내주는 음식점 주인, 바쁜 중에 시간 내서 성당 일에 봉사하는 교우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이들, 그들의 봉사와 희생 그리고 자선 그런 것만 주님 마음에 남는다.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준 것이 바로 주님께 해드린 것이다. 그렇게 하늘나라 내 이름이 적힌 보물창고에 보물을 쌓는다. 이런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다 이런 마음을 가진 게 아니고, 누구나 다 하늘나라의 이런 비밀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예수님, 질그릇 같은 제 안에 신앙을 담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세례성사로 제게 주신 은총은 저를 하늘나라 시민으로 바꿀 힘이 있음을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죽음을 무릅쓰고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셨던 그 신뢰와 믿음을 제게 전해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