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부분 동원령과 점령지 합병 :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수령?
이태림 유럽러시아연구부 조교수
부분 동원령에 대한 공식 입장과 해석
점령지 합병에 대한 공식 입장과 해석
전쟁 및 러시아 국내 상황 등 전망
지난 9월 21일 러시아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예비군에 대한 부분 동원령을 발표했다. 푸틴은 돈바스에서의 충돌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군사 기계 전체’와 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필요한 조치라며 쇼이구(Sergei Shoigu) 국방부 장관이 제안한 예비군의 부분 동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은 동원령은 이미 서명되었으며 즉각 발효된다고 선언했다.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별도의 발표를 통해 러시아 내 전체 예비군 규모의 1%에 해당하는 30만 명을 징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일부 러시아 국민들의 탈러시아 행렬이 줄을 이었고, 대규모는 아니지만 6개월 여간 침묵했던 거리 시위가 부활하는 등 국내 정치적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먼 곳의 전쟁이 이제 각 가정의 집안으로 들어왔다’라고 평가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0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친러계 수장들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조속히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이들은 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이들 영토에 대한 러시아로의 합병 승인을 해줄 것을 푸틴에게 요청했다. 푸틴은 21일 동원령 발표 담화에서 ‘주민들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와 같은 방식의 합병 수순에 들어갔다.
9월 23~27일 5일에 걸쳐 러시아 군이 전체 또는 부분 점령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 공화국과 자포리자․헤르손주 4개 점령지에서 러시아로의 합병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9월 27일 자치 정부들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투표율은 85.4~97.51%, 찬성율은 87.05~99.23%으로 집계되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투표가 강압적 분위기 속에 치뤄졌다는 점, ▲동 지역들에 남아있는 주민들이 대부분 친러 성향의 주민들이기에 대표성이 약하다는 점을 비판하며, 총체적으로 국제법 위반으로 치뤄진 합병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8일 동 지역 친러 자치정부 수장들은 선거 결과를 근거로 푸틴에게 러시아와의 합병 승인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제 러시아 정부는 동 지역들과의 합병 조약을 체결하고 대통령이 새로운 연방 구성 주체 편입 법안을 상원에 승인 요청하는 순서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믈린은 30일 합병 서명식에 푸틴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합병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 간 전선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동안 여러 차례 연기되었다. 최근 알려진 투표 추진일은 러시아 국경일인 11월 4일 국민통합의 날이었는데 갑자기 앞당겨 추진된 것이다.
러시아는 왜 일정을 앞당겨 점령지 내 러시아 합병 찬반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전격적으로 동원령을 내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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