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세무서에서 일을 마치고 걸어서 방배역으로 가서 2호선 지하철을 탄다. 열차가 완전 피서열차다. 바깥 날씨는 팔팔 끓는데 차속은 이렇게 시원할 수가 ! 노인석이 하나 비었길래 앉으니 세상 살 만 하다.
잠실나루에 내리니 겨우 3시 30분이다. 친구와 4시반에 만나자고 했는데 1시간 이나 남았다. 쉴 만한 곳이 어디 없나 살펴보니 역사아래 벤치가 쭉 놓여있는데가 한 군데 있다. 어디 간단히 무얼 먹을까 하다 곧 장례식장에서 먹을건데 싶어 참 기로 한다. 벤치에 앉으니 바람이 좀 불고 해서 견딜만 하다. 지금 시간을 보니 3시40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피서열차를 좀 더 타고 갔다가 왔으면 될텐데 이 멍충이가 그 생각을 못하고. 지금이라도 갔다 오자싶어 다시 열차를 탔다. 상왕십리까지 가니 4시 15분이 된다. 내려서 다시 리턴해서 잠실나루에 내리니 4시반이 조금 지난다. 친구를 만나서 나는 그냥 천천히 걸어가자고 하니 이 더운 날씨에 셔틀버스가 있을테니 그걸 타고 가잔다. 밖으로 나오니 언젠가 셔틀버스를 탄 기억이 난다. 그쪽으로 가 보니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5시까지 운행한다 고 한다. 병원에 내리니 딱 5시다. 친구들과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로비에 보니 친구 한 사람이 보인다. 또 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조금 기다리니 온다. 네명이서 지하 11호실로 내려갔다. 망인인 친구사진이 보인다. 부인 딸 사위가 서 있다. 조문을 하고 옆 식당으로 옮긴다. 부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망인이 아픈지가 한 5년가까이 된다고 한다. 부의금을 일체 사절하는데 아마도 망인이 사전에 자식 들에게 그렇게 일러놓았던 모양이다.
인생이란 어디선지도 모르는 샘에서부터 흘러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이라고 하지 않나. 인생이 허허롭기도 허무하기도 하다. 보이던 얼굴이 한참동안 보이지 않으면 십중 팔구는 어느 날 사망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면 그 인생은 끝이다. 핸드폰에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워야 하는 순간이다. 언제 내 순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순간까지는 열심히 사는 것이다. 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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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혼술 혼밥이 유행하듯 혼병 혼사시대 같습니다. ㅠ
살아있을 때 봐야지, 장례식장 영정사진이나 봐서야...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