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안타 16득점을 기록한 타자들이 승리를 이끌었지만, 어쨌든 오늘 승리투수는 클레이니까 이 선수 얘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클레이는 올해 한국에서 [7회]에 마운드를 밟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6이닝을 채워줬네요. 개막 후 처음 3경기는 그냥저냥 꾸역꾸역 던졌고, 이후 3경기는 이닝도 못 먹으며 볼질만 했는데, 지난 SK전과 오늘은 투구수 100개를 넘기며 어쨌든 버텨줬네요. 에이스급 투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타이밍에서 2승을 건졌습니다. [시즌 까방권]까지는 아니어도 몇번 더 기회를 줄만한 자격은 얻었네요. 5이닝을 2~3점 이내로 막아준다는 계산만 서도 교체보다는 구위 회복에 초점을 두고 좀 더 기다려보면 좋겠
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선수들이 많죠. 이용규나 김태균, 이태양과 윤규진의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팀을 안정시키고 있는 일등공신 중 한명이 바로 [유격수 한상훈]이라고 봅니다. 기가 막힌 호수비는 아니더라도 꼭 잡아야 할 아웃카운트를 확실히 잡아내며 투수들을 안정시키고 있죠. 오늘도 1회부터 9회까지 내야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팀에 공헌했습니다. 키스톤의 수비가 안정되면 투수들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고, 야수들도 빨리 공수교대 하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을 잘'해내야 강팀이 되는데 유격수 한상훈이 그런 분위기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넥센이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부터 무너졌음을 생각해보면 한상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KBO 최고의 수비키스톤은 김상수-나바로인데, 요즘 모습만 보면 한상훈-정근우가 거기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상훈은 현재 공격에서의 공헌도 역시 높습니다. 오늘도 안타 2개를 쳤죠. 강정호가 실책한 타구도 중심에 잘 맞췄고 병살타가 된 마지막 타석도 안타성 타구였습니다. 이 정도면 내일 비더레전드는 한상훈을 찍어도 될 것 같네요. 김응용 감독이 [유격수 한상훈-3루수 송광민] 조합의 효율성을 이제는 깨달았기 바랍니다. 어제도 썼지만, 한상훈은 나이 먹을수록 야구를 더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송광민 3루에서 실수 안 나오고 있습니다)
한상훈의 분전, 정범모의 이틀 연속 활약, 교체되어 들어온 이대수의 수비 집중력...이런 것들이 저는 두꺼워진 선수층의 힘 덕이라고 봅니다. 정범모가 왜 투수들의 변화구를 그토록 악착같이 블로킹하며 잡아내고 이틀 연속 홈런을 쳤을까요. 한상훈은 유격수 백업 취급을 받았지 주전급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왜 그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김민수의 도루저지 러시와 정근우의 활약, 그리고 송광민의 장타가 이들을 자극했을겁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경기에 뛸 수 있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겠죠. 좋은 현상입니다.
중심타선이 제몫을 하고 있습니다. 한때 주춤했던 정근우와 피에의 타격감이 다시 올라오고, 김태균도 장타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만루홈런도 좋았지만 오늘 2루타 2개를 만든 것이 더 고무적입니다. 홈런은 [힘]이고 3루타는 [발]인데, 2루타는 [타이밍]이죠. 타이밍이 좋다는 것은 뱃중심에 공을 잘 갖다 맞춘다는 얘기고, 그렇게 잘 맞추다 보면 홈런은 자연히 따라올 겁니다. 김태균이 '전문 홈런타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힘이 없는 선수는 아니거든요. 한번은 왼쪽, 한번은 오른쪽으로 2루타를 만드는 걸 보니 타격감은 거의 최상인 것 같습니다. 당분간 좋은 타격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최근 중심타선의 힘이 세진 것은 이용규의 타격감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타격감 좋은 한상훈이 2번 퍼즐을 맞춰 주면서 이용규-한상훈-정근우-김태균-피에-송광민이 확실한 라인이 갖춰졌습니다. 1-2번의 타격감이 안 좋을때는 정근우와 김태균의 출루를 조합해 점수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득점 공식이었는데 지금은 3-4-5-6번이 골고루 타점을 생간하고 있죠. 오늘도 위에 적힌 6명이 17번 출루하며 10타점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절반은 테이블세터의 공이라고 봅니다. FA와 외국인의 영입으로 기대했던 바로 그 효과인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 반전]이나 [집중력]이라는 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 실체가 흐릿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명징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크 오심으로 경기를 내준 다음 날 134개의 공을 던지며 9회 2사까지 상대 타자를 막아낸 2011년 양훈 케이스나, 어제 팽팽하게 맞선 순간에 시원한 만루홈런을 날린 김태균의 케이스처럼 말입니다. 오늘 2번의 빅이닝을 포함한 20안타 16득점도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걸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것이 한화의 숙제입니다.
문제는 니퍼트와 유희관을 만나서도 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야구는 어차피 투수에게 유리한 게임이고, 아무리 신들린 듯 잘 치는 타자라도 10번 중에 6번은 죽으니까요. 하지만 이용규와 한상훈 둘이 합쳐 3~4번 정도만 출루해 준다면 두산과도 점수 싸움을 벌일 수 있을것이니 그렇게 한번 기대를 가져봅니다. 이런 타이밍에서 반전을 이뤄낸다면 적어도 2011년 후반기 정도의 상승세는 보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팀을 이끌었던 것은 가르시아의 홈런 4개 였습니다. 작은 폭발이었지만 시너지 효과가 컸던 것이죠. 올 6월에도 그런 반전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점점 1번선발님의 오늘 경기 잡담에 희망적인 이야기가 늘어나는것 같아요. 오늘 글은 뭔가 좀 찡하네요.ㅠㅠ 왜일까요;; 어제, 오늘 경기는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아요. 내일도 희망찬(?) 오늘 경기 잡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팀의 경기력상승의 숨은 (?) 힘은 유격수 한상훈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격수 자리를 송광민이 채우는 일이 없길 바라고 있습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우리팀이 잘하면 중위권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네요. 두산전도 잘 싸워주길 바랍니다
역시 명쾌한 해석이군요 대부분 동감합니다 아무튼 우리팀의 투수진과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난만큼 두산과의 경기에서 최소 2승 1패 이상은 해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한상훈 수비는 보면서도 기가막히죠
한상훈 유격수 및 2루수 기용은 정말 좋네요. 오늘 유격수쪽으로 쉽지않은 타구가 많이 갔는데 한상훈 선수 다 잘 해결해주더군요. 더불어 송광민도 3루에서 괜찮은 수비와 타격을 보여주고 있고요. 확실히 수비안정이 우선인듯합니다.
유희관 선수 공은 타격 게이지의 앞쪽에서 치면 더 타이밍 맞추기 쉽다던데 내일도 오늘 타격감들 이어가시길
맛난 맥주먹으며... 한화가 이기고... 아들을 불러 하일라이트 같이 보며 승리의 기쁨을 곰씹으며... 1번선발님의 글로 마무리 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이글 보러 카페 옵니다
한상훈선수 노력의 결실이 드디어 보이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감독과 코칭스탭들도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적절한 선수기용과 타순배치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한상훈 한화 한상훈~~ 승리를 위해 날려버려라,,,, ㅋㅋ
내야의 중심인 유격수가 안정되니까 전반적으로 내야수비가 안정감을 찾네요
역시 경쟁을 하니..선수들이 달라지네요..선의의 경쟁이 이래서 멋지다는 겁니다..결국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그리고 어제의 김응룡 감독의 퇴장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된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앞으로도 쭉 이런 분위기 이어나가길..
오랜만에1선발님의 긍정적인글을 보게되네요 ㅋㅋ 제가 한마디 더보태자면 한상훈은 리그에서 가장과소평가받은 선수중하나였습니다 이유는 역시나 떨어지는 타격실력이였죠 거의 모든코치및 전문가들이 한상훈같은 선수가 잘되야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만큼 인품과성실성이 좋다는 얘기죠 제갠적으로 올시즌한화백업의 키플레이어로 한상훈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죠 유틸리티 플레이어이기도 하구요 이제는 타격도 슬슬올라오고 있구요 올시즌백업과주전을 왔다갔다 하리라 예상됩니다만 한화가 지금보다 더강해지기위해서 꼭필요한 인물이죠
1번선발님은 늘 강팀의 조건중에 선수층을 강조하셨었죠 그런부분에서 한화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최근 경기 수비에서 말이죠
한상훈선수 삼푼이라는 별명 없애줘도 될 것 같습니다 ^^
맞아요...어젠 클레이도 칭찬받아 마땅하고 한상훈선수는 정말 명품수비, 공격 또한 감탄이 나오는 선수죠...어제경기는 전부 칭찬해야합니다.감독님부터...모두다^^
오심에도 불구하고 좋은 플레이로 이긴 것도 좋지만 1번선발님 말씀처럼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서 흐뭇합니다.ㅎㅎ
1번선발님의 긍적적인 글 많이 올라오는거 보니 경기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나 봅니다...ㅎㅎ
그렇다고 1번선발님이 부정적이다 이런 표현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바랍니다/...ㅎㅎ
수비를 잘하는 이대수가 백업이라는 것...이게 한화의 힘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앨버스의 호투와 1번선발님의 칭찬이 담긴글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번선발님. 바쁘더라도 늘 정리 부탁합니다. 기사보다도 원하는 자료 정리 참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