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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춘천, 김유정소설문학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권창순
제45차 김유정 소설문학여행기
-얼쑤, 김유정소설 마당잔치
글 : 권창순 (cafe daum : 춘천, 김유정소설문학여행) -2014. 6. 14
김유정 작가를 생각해도 건강이 제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왜 건강을 제대로 못 지켰는지 모르겠다. 보름이 훨씬 넘게 일터도 못가고 끙끙대다가 너무 답답하여 김유정전집을 배낭에 넣고 경춘선 전동차를 탔다. 오늘은 즐겁고 싶다.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얼쑤! 마당잔치를 하며 아픔을 잊고 싶다.
모든 건 마음에 두면 이루어지기도 하는 법.
6월이지만 금병산기슭엔 노란 동백꽃 향기가 알싸한 4월! 물결도 어지러운 봄날이다!
징, 장구, 꽹과리... 실레마을농악패가 들어온다.
얼쑤! 이곳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
김유정 작가님의 생가마당이라.
얼쑤! 1930년대 소설 속 복장으로 등장하는,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들!
김유정 작가님과 함께 어깨춤을 춘다.
마당 가장자리에 빙 둘러 선 전상국 촌장님을 비롯한 문학촌관계자들과 김유정기념사업회 관계자들. 그리고 실레마을 사람들, 봄내(춘천) 사람들, 전국에서 모인 김유정 소설의 독자들. 얼쑤! 모두 어울려 춤을 추니, 알싸하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 향기! 소설향기에 땅이 꺼질 듯 고만 아찔하구나!
얼쑤! 일부 등장인물들은 독자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얼쑤! 신명난 “김유정 소설 마당잔치” 시작되는구나!
징! 꽹과리!
키 작은 중년남자, 마이크를 들고 나오더니
“우리가 누구?” 하고 묻는다.
막걸리에 적당히 취한 등장인물들이 잠시 춤을 멈추고 큰 소리로 외친다.
“김유정 소설 캐릭터!”
얼쑤!
“우리가 누구?” 키 작은 중년남자가 다시 묻자, 등장인물들 다시 큰 소리로 외친다.
“강원도 문학 캐릭터!”
얼쑤!
“우리가 누구라고?” 중년남자가 다시 또 묻자, 등장인물들 더 큰 소리로 외친다.
“한국문학의 자랑스런 캐릭터!”
얼쑤!
“빌어먹을!”
[봄·봄]의 봉필(욕필)영감이 키 작은 중년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더니 마이크를 빼앗는다.
“이놈아, 왜 자꾸 소리 지르게 해! 힘들구먼! 술이나 처먹지!”
욕필영감은 땅에 가래침을 탁 뱉고, 키 작은 중년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누군가 했더니 그 놈이구먼! 김유정전집속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이 봉필영감의 심기를 건드리곤 했던. 어허험!”
헛기침을 하고 난 욕필영감은 [안해]의 뭉태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데릴사위를 손가락질하며,
“그래! 내가 뭐, 저 놈한테 바짓가랭이를 웅켜 잡혀가지고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지르는 게 고소하다고!”
“고소하지유!”
뭉태와 데릴사위가 소리치자, 모두 고소하다고 웃고 박수를 친다.
“이 잡아먹을 자식들!”
봉필(욕필)영감은 데릴사위와 뭉태에게 욕을 하고, 다시 한 번 땅에 가래침을 탁 뱉고는 키 작은 중년남자에게 바싹 다가가 따진다.
“본디 마름은 어떻다구? 그래, 저기 계시는 김유정 작가님께서 그렇게 쓰셨다구, 볼펜으로 밑줄을 쫙 그으면서 읍내 배참봉댁 마름인 이 욕필영감의 심기를 건드려, 이 자식아! 뭐? 마름이란 번이 욕 잘하고 사람 잘 치고 그리고 생김생기길 호박개같애야 쓰는 거지만 내 외양이 똑 됐다구! 너 오늘 잘 만났다!”
봉필영감이 키 작은 중년남자의 멱살을 움켜잡자, 예전에 원님이 쓰던 것이라나, 옆구리에 뽕뽕 좀벌레 먹은 걸레같은 감투를 달라고 할 때 주지 않아 땅이 떨어진 [봄·봄]의 뭉태가 뛰쳐나와 그 큰 궁뎅이로 봉필영감을 받아 버린다.
“어이쿠, 이 자식이 사람 죽이네, 점순아!”
쓰러진 봉필영감, 허리를 감싸며 점순이를 불렀으나 점순이도 데릴사위도 못들은 척 한다. 이때, [봄·봄]의 뭉태가 땅바닥에 떨어진 마이크를 주워들고
“서울양반이 진행해도 다 좋지유?” 하며 마이크를 키 작은 중년남자에게 건넨다.
“좋아유!”
모두 키 작은 중년남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마이크를 다시 잡은 키 작은 중년남자, 사방을 둘러보다가
“저기, 김유정 작가님 곁에 앉아 계신 전상국 촌장님은 미쳤습니다.”
“미치다니요? 멀쩡하신 것 같은데.”
독자들 중 한사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다.
“모두 오해하지 마세요. 전상국 촌장님께서 김유정 선생님과 선생님의 문학에 미쳤다 이 말씀입니다.”
“그럼 사회자는?”
이번엔 등장인물 중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이가 묻는다.
“저는 덜 미쳤습니다. 김유정전집에야 여러분들이 귀찮토록 들락거렸지만요.”
이때,
“저런 미친 놈!”
봉필영감이 곰방대에 성냥을 그으며 욕을 한다.
“호박개같은 욕필영감! 조용히 좀 하세유!”
모두 야유를 하자 봉필영감은 곰방대로 땅을 툭툭친다.
“김유정전집 속을 자주 들락거려야 또 능동순대국집에서 술 얻어 먹지유!”
[땡볕]의 덕순이가 키 작은 중년남자를 향해 응원을 보낸다.
키 작은 중년남자, 덕순이에게 고맙다 고개짓을 하고는
“제가 언젠가 김유정 작가님을 인터뷰하고 돌아오면서 노란 동백꽃 향기가 알싸한 봄날에 이곳 작가님의 생가 마당에서 등장인물들이 다 모여 마당잔치라도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집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고, 김유정 작가님도 좋다고 하시고 촌장님도 좋다고 하시고 여러분들도 좋다고 하셔서 오늘 이렇게 모인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나마 세상의 근심과 걱정일랑 잊어버리고 함께 춤도 추고 같이 막걸리도 마시며 모두 즐겁게 놀아 보십시다.”
징! 꽹과리!
“먼저 오늘의 마당잔치가 있을 수 있도록 좋은 소설을 써주신 김유정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작가님의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유정 작가님, 언젠가 조카 김영수가 회사에서 탄 상여금으로 맞춰 준 하얀 모시 두루마기와 고도방 구두에 한때 이석훈의 주선으로 방송국 출연을 위해 앞챙을 푹 눌러쓰고 집을 나서던 그 퇴색한 중절모를 쓰고 마당 한 가운데로 나온다.
김유정 작가님께서 중절모를 벗고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진다.
“저 때문에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곳 춘천에서 세도가 당당한 집안일 때 피해를 당한 분들과 후손들께 죄송스런 마음, 이 기회를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노란 동백꽃(생강나무) 향기가 알싸한 봄날, 내 고향 내 집 마당에서 전상국 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과 고향사람들과 전국에서 모인 독자들과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즐거운 마당잔치를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형과 아버지의 고롭지 못한 분쟁으로 그리고 형의 방탕한 생활로 몰락한 집안을 생각하면 여기에 서있는 제가 너무도 부끄럽지만 병고와 실연과 생활고 속에서도 형수와 두 조카의 보살핌을 받으며 목숨을 걸고 글을 쓴 덕택에 저는 여러분들로부터 과분한 칭송을 듣고 있고 이렇게 훌륭한 집을 다시 갖게 되었으니 영광입니다.
물론 이 집은 저의 집이 아니라 저의 문학과 푸른 산과 맑은 물의 도시 춘천과 강원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집입니다. 떡시루 같은 제 고향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이 여러분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오래토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 쫓겨 외롭고 누군가 그리울 때 이곳 실레마을에와 저의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실레이야기길을 산책하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질 것입니다. 그 가슴 가득 수어릿골 맑은 물소리도 담아가시고, 금병산도 마음속에 병풍으로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도 듬뿍 담아가세요. 분명 행복해질 것입니다.
저의 작품 때문에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징! 꽹과리! 박수!
“다음은 전상국 촌장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전상국 촌장님은 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직을 겸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소설 [동행], [우상의 눈물], [아베의 가족], [유정의 사랑], [남이섬]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십니다. 동향의 선배 소설가, 김유정 선생님과 그의 문학에 제대로 미친 분이시지요.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상국 촌장님이 김유정 작가님과 악수를 나누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온다.
“겉모양으로만 보면 제가 김유정 작가님 보다 한참이나 어른 같지요?”
“예!”
모두 김유정 작가님과 전상국 촌장님을 번갈아 보며 웃는다.
“김유정 작가님이 한참 작가로 이름을 날린 때인 그러니까 이십대 후반의 모습이시니 그럴 수밖에요. 오늘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김유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박수를 친다.
“여러분, 만무방의 뜻 아시지요?”
전상국 촌장님의 질문에 한 독자가 답한다.
“염치도 없고 보잘 것도 없는 사람을 만무방이라고 하지요. 따라지도 같은 뜻이지요.”
“맞습니다. 저 분께 모두 박수 좀 쳐주세요.”
모두 큰 박수를 보낸다.
이때 한 등장인물이 전상국 촌장님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인사를 하더니,
“나도 사랑하는 안해가 있었지유. 밤마다 안해와 살림을 늘려 보려고 마주 앉아 갖은 궁리를 다 해봤지유. 그러나 별 뾰쭉한 수가 있어야지유. 농사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알고보면 남의 빚뿐. 이러다가 결말에는 봉면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하고 하루는 밤이 깊어서 코를 골며 자는 안해를 깨워 세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라 했지유. 그리고 벽에 바른 누런 신문지 위에 물목대로 적었지유. 독이 세 개, 호미가 둘, 낫이 하나로부터 밥사발, 젓가락, 짚이 석단.
그리고 빚진 사람들과 금액을 적고 나의 소유는 이것뿐이라 적었지유. 그리고 돈 오십사원을 갚을 길이 없으매 죄진 몸이라 도망간다 적고 울타리 밑구멍으로 빠져 나왔지유. 그리고 안해와도 헤어져 어수룩한 강원도 산골을 유람겸 편답하고 있지유. 제가 어수룩하고 보잘 것도 없고 염치도 없는 만무방이지유.”
[만무방]의 응칠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들어가자,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이가 일어나 맹꽁이 울던 골창으로 돌멩이를 던지듯 소리친다.
“여기 등장인물들 가운데 만무방, 따라지 아닌 사람이 어디있어유? 다 만무방이구 따라지지유!”
[솥]의 근식이, 솥을 끌어안으며,
“따라지, 만무방이면 어떻대유! 목숨 부지하는 게 중하지유. 안 그래유, 촌장님?”
근식이의 말에 촌장님이 고갤 끄덕인다.
“일제 강점기, 피폐한 농촌에서 또는 유랑하여 도회지의 극빈자가 된 여러 등장인물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 잘 압니다. 그런 여러분들의 삶이 각 작품 마다 잘 그려져 있지요. 모두 나름대로 목숨 부지를 위해 노력했지요. 여러분들의 삶과 열린 언어! 만무방 따라지들의 열린 언어! 그 열린 언어가 작가님의 소설을 지금 읽어도 현대의 작품들처럼 생동감 있게 하기에 독자들로부터 계속 사랑 받고 있지요. 작가님의 탁월한 글쓰기의 결과인 것이지요.”
“옳아유!”
“우리 만무방들의 열린 언어가 김유정전집속에 가득차있지유.”
등장인물들이 응원을 보낸다.
“오늘 그 생생한 열린 언어로, 알싸한 동백꽃향기 속에서 이런 소중한 만남을 갖게 되어 누구보다도 고맙고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영원토록 김유정 작가님의 삶과 문학을 우리들의 소중한 유산으로 가슴깊이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징! 꽹과리! 박수!
“다음은 실레마을 이장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실레마을 이장, 김유정 작가님과 촌장님께 인사를 하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온다.
“고맙습니다! 김유정 작가님과 전상국 촌장님 그리고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전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김유정문학촌인 실레마을은 언제나 여러분들을 가족처럼 맞이할 것입니다. 자주 찾아와 주십시오. 언제나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등장인물들을 대표하여 [안해]의 똘똘이 엄마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징! 꽹과리! 박수!
똘똘이 엄마,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온다.
“피었네, 피었네, 연꽃이 피었네. 피었다구 하였더니 봄 올 동안에 옴쳤네.”
똘똘이 엄마, 언젠가 야학에 가서 배운 신식창가로 히짜를 뽑는다.
다시 가사를 바꿔,
“피었네, 피었네, 노란 동백꽃이 피었네. 알싸한 동백향기 땅 꺼질 듯 땅 꺼질 듯.”
똘똘이 엄마 노래에 박수가 터진다.
“내가 저기 움집 야학에서 좀 배웠지유. 우리 김유정 작가님께서 이곳 고향에 내려와 계실 때 조카 김영수와 마을청년 조명희 군과 한겨울 동안 농군들의 아이들에게 국문을 가르치셨는데, 창가를 할 때쯤 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찾아갔지유. 똘똘이를 등에 업고 문밖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엿듣다가 가만가만 흉내를 내보곤 했지유.”
“그런데 똘똘이 엄마, 다리는 왜 절뚝거리세요?”
사회자가 묻자,
“저 놈이 그랬지유. 글쎄, 들병이로 나갈려면 연습 좀 해야하는데유. 뭉태하고 술 좀 마셨다고 눈에다 틀어박고 아주 발악을 쳤지유. 그 바람에 이렇게 됐지유.”
“저놈이란 누구를 말하나요?”
사회자, 누군지 알면서도 묻자,
“글쎄, 내 뱃속에 일천오백원이 들었다고 믿는 놈이지유.”
모두 입을 모아 합창을 한다.
“뱃속에 일천오백원이 들었다구유?”
“굴대 같은 아들 놈 열다섯을 낳으면 한 놈이 일년에 벼 열섬씩만 번다치면 열다섯 섬이니 까 일백오십 섬, 한 섬에 더도 말고 십원 한 장씩만 받는다면 죄다 일천오백원이지유. 나도 몰랐지유. 내 뱃속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었는지유.”
저놈인 똘똘이 아버지, 지게를 진채 똘똘이 엄마 옆에 와 선다.
“동리에서 우릴 까다귀들이라고 불렀지유. 훅 하면 서로 대들려고 노리고만 있으니까유.” 똘똘이 아버지, 년(똘똘이 엄마)의 등줄기를 한바탕 후려치고 도망한다.
그러나 똘똘이 엄마 후련하다는 듯.
“이렇게 맞아서는 어림도 없지유. 더 맞아야 후련해유. 나도 저 놈 패주지유. 궁한 살림에 쪼들리다 악에 받칠 때 그렇게라도 해야 살지유. 그래도 내 뱃속에 일천오백원이 있으니 우린 부자지유.”
박수가 터진다.
“오늘 너무나 좋은 날! 김유정 작가님께서 우리네 삶을 글로 잘 표현해 주셔서 후대 사람들과 이렇게 만나니 너무 좋구먼유. 김유정 작가님과 촌장님과 문학촌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유. 고마워유!”
꽹과리! 박수!
똘똘이 엄마, 사회자에게 마이크를 주고 들어가려다 다시 마이크를 빼앗아 들고,
“나두 한번 해보려구유?”
모두, 합창한다.
“무얼유?”
“내가 누구유?”
똘똘이 엄마의 질문에 모두 합창한다.
“쥐었다 논 개떡!”
“내가 누구라구유?”
[땡볕]의 덕순이가 일어나
“쥐었다 논 개떡!”
그러자 똘똘이 엄마, 덕순이를 향해,
“우리 저놈, 똘똘이 아버지 말고도 뱃속에 돈 들었다고 믿는 놈이 또 있다고 그러더니 어떤 놈인지 모르겠어유!”
모두, 덕순이를 보고 웃자, [땡볕]의 덕순이 고갤 갸우뚱한다.
사회자, 똘똘이 엄마로부터 마이크를 받고,
“좋은 말씀을 해주신 작가님, 촌장님, 이장님, 쥐었다 논 개떡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자, 우리 신나게 노래 좀 부르고 다음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특별히 소양강가에 사는 소양강 처녀를 모셨습니다. 소양강 처녀와 함께,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로 김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신나게 불러 보십시다. 소양강 처녀 나와 주세요!”
꽹과리! 박수!
소양강가에서 온 소양강 처녀, 마당 한가운데로 나와 인사를 한다.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로 김유정 작가님의 소설과 수필 전체를 부를 수 있지유. 저 서울양반이 노랫말바꾸기를 했지유. 그걸 다 부를려면 며칠은 걸릴거예유. 그러니 오늘은 나눠드린 유인물 중에서 몇 절만 함께 불러 보도록 해유.”
행복하고 그리운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경음악이 흐르고, 모두 일어나 소양강 처녀와 함께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1)소설 [봄·봄]
돈한푼 안받고서 일하기삼년/ 하고도 꼬박칠달 점순이키 언제크나/ 물동이 자꾸여서 움추려드나/ 서낭당 돌놓고서 빌고빌고 빌었네/ 아-아- 빙모님은 참새만한대 어찌낳았대/
(2)소설 [동백꽃]
고추장 먹이면은 되나싶은게/ 속으로 쟁그러워 볼기짝을 두드렸네/ 그러나 큰수탉을 때려엎고서/ 점순이 홉뜬눈에 벌렁벌렁 자빠져/ 아-아- 동백꽃속 알싸한향기 땅이꺼질듯/
(3)소설 [소낙비]
빗방울 배춧잎에 부딪쳐울고/ 거푸진 천둥소리 방고래를 울리누나/ 그래물 흔한대도 때꼽좀 봐라/ 하지만 진땀진땀 흠뻑쏟고 나왔소/ 아-아- 낼된대유 이원된대유 서울가게유/
(4)소설 [만무방]
허리께 나려조겨 처참한비명/ 그후에 우두망절 그건정말 무선침묵/ 내것을 내먹는데 누가무어래/ 성님이 이렇게도 내못살게 굴기유/ 아-아- 살뚱맞은 산바람만이 북새를논다/
(5)소설 [산골 나그네]
퐁퐁퐁 쪼록록퐁 맑은물소리/ 밤깊고 술꾼없고 쥐들만이 찍찍이네/ 홀어미 화로끼고 쓸쓸한생각/ 침침한 반짝등불 바득이며 빛잃네/ 아-아- 누가밟아 덕돌이꿈을 산골나그네/
(6)소설 [솥]
헌옷을 들쓰고서 아들킹얼려/ 온종일 방아다리 시달린몸 감자굽네/ 덕이의 수저한개 남겨놓고서/ 모집어 꿰춤에꾹 이불놓고 빼낸솥/ 아-아- 글쎄말여 우리들솥이 아니라니깐/
(7)소설 [땡볕]
쌀두되 꿔먹은것 잊지말구요/ 임자옷 영근엄니 부탁해서 빨아입소/ 이렇게 이야기를 곧잘하다가 /안해는 일그리고 훌쩍훌쩍 울었네/ 아-아- 중복허리 녹아내리네 뜨거운땡볕/
(8)소설 [따라지]
납작한 처마밑에 묵은이엉이/ 무더기 흘려내려 자빠져도 정말좋냐/ 게다가 여름이면 부엌바닥에/ 구더기 슬금슬금 기어들어 영감아/ 아-아- 누런얼굴 얼이빠졌네 따라지신세/
(9)소설 [금따는 콩밭]
구구루 땅파먹지 무슨짓이냐/ 동리의 노인어른 찾아와서 거친소리/ 삽끝에 으스러진 허울멀쓱한/ 콩포기 애틋하여 흙을털어 줬는데/ 아-아- 금은없어 영식이한숨 콩이금이여/
(10)소설 [산골]
이쁜이 잣나무밑 정들어들어/ 울지마 데려가마 서울가신 내도련님/ 일년반 넘었는데 오시지않아/ 도련님 옷고름을 매만지면 서러워/ 아-아- 데려가오 산골이쁜이 산골이쁜이/
(11)소설 [총각과 맹꽁이]
그늘진 정자터엔 잎나기고작/ 덕만이 콩을탓해 올해에는 조를심어/ 장가좀 들여줘유
닭도낼게유/ 그런데 콩밭에서 저희끼리 그럴줄/ 아-아- 골창에서 맹꽁맹꽁꽁 덕만이설움/
(12)소설 [노다지]
만귀는 잠잠하고 모질은냉기/ 꽁보의 현재목숨 더펄이준 명줄인데/ 꽁보는 혼자살자 노다지 세쪽/ 날쌔게 손에잡자 얼른얼른 물러나/ 아-아- 된바람만 모래뿌리네 모래뿌리네/
(13)소설 [금]
올빼미 감독눈은 두둥글둥글/ 대거리 굿문께로 기어나와 알몸뚱이/ 덕순인 발을찍어 으깨어지고/ 피흥건 굿복속에 손뼉만한 저감석/ 아-아- 살기위해 먹기위하여, 몸을버리고/
(14)소설 [안해]
쥐었다 놓은개떡 똘똘이엄마/ 들병인 박색해도 수단좋음 그만이지/ 산뒤에 움집야학 창가배울 때/ 문밖에 귀울이고 흉내내어 배워도/ 아-아- 글렀구나 들병이의 꿈, 똘똘이엄마/
(15)소설 [가을]
죽도록 농사져야 내몫벼두말/ 털어서 빚못가린 덕만보다 좀나을지/ 금점을 해볼까나 투전해볼까/ 덕만인 오십원에 아내팔고 사라져/ 아-아- 가을가을 소장사거풍, 쓸쓸한가을/
(16)소설 [슬픈 이야기]
삯월세 셋방에서 홀로이둥글/ 지내는 나이찬놈 옆방두고 투닥투닥/ 십삼년 전차운전 감독되고서/ 여학생 신가정을 꿈꾸면서 저지랄/ 아-아- 신당리를 떠날수밖에, 슬픈이야기/
(17)소설 [정조]
시골서 쫓겨와서 방없다궁상/ 시골거 부려먹기 힘덜들어 두었는데/ 그까만 낯바대기 칠하고째긋/ 서방님 그랬구나 아씨만이 원통해/ 아-아- 행랑것도 이백원이면, 고뿌술집해/
(18)소설 [봄과 따라지]
턱살을 추켜들고 따르며안달/ 사과좀 뭐!자식아 사관땅에 주먹은딱!/ 이번엔 트레머리
뾰죽구두다/ 떡고물 쉰콩나물 머리올린 서방님/ 아-아- 구두보담 뒤졌다가는 귀떨어지네/
(19)소설 [연기]
이불을 들쓰면은 가끔씩횡재/ 변소서 일마치고 벽께로와 휘둥그레/ 엿처럼 쭌뜩쭌뜩 황금덩어리/ 난따로 나가겠수 누님밥은 맛없어/ 아-아- 내목이야 잡아채이니 코밑의연기/
(20)소설 [떡]
아버지 숟가락질 땔가락소리/ 죽그릇 눈속에서 왔다갔다 군침솔솔/ 그러나 일어났단 주먹또주먹/ 배고파 아씨준떡 먹고먹고 또먹고/ 아-아- 떡이떡이 옥이를먹은 먹은이야기/
(21)소설 [두꺼비]
거리서 한번흘깃 스쳐본기생/ 쭈그렁 밤송인데 나혼자만 몸이닳아/ 엽서를 석달동안 쓰고또 써도/ 두꺼빈 딴짓하고 관심없는 옥화야/ 아-아- 난기다려 어서늙어라 늙기만해라/
(22)소설 [이런 음악회]
저녁을 먹고나서 나온곳종로/ 우와기 주머니에 손찌르고 휘휘파람/ 불면서 올라오니 잡는황철이/ 음악회 응원하면 돼지고기 만두다/ 아-아- 만두만두 먹을려다가 터진내복장/
(23)소설 [형]
형유근 효자였죠 알뜰히가을/ 아버지 병환위해 배우개장 달려가고/ 그런데 부자지간 분쟁일어나/ 아버진 형이밉고 난봉난봉 형유근/ 아-아- 알았으면 잡고울었지 아버지죽음/
(24)소설 [야앵(夜櫻)]
눈으로 꽃을보냐 냄새가좋지/ 창경원 꽃구경에 경자영애 취했구나/ 아홉점 못간다고 누가뭐라나/ 우리는 카페여급 구경할건 한단다/ 아-아- 꽃구경에 딸을봤구나 우네정숙이/
(25)소설 [심청]
요때기 들쓰고서 누웠다불현/ 종로로 뛰어나와 아니꼽다 모든것이/ 문화의 장애물인 거지치워라/ 꺼불적 오고있는 고보시절 동무여/ 아-아- 고마우이 거지치워줘 베드로나리/
(26)소설 [애기]
숫색씨 상업학교 오십석땅줘/ 홀아비 오년만에 필수콧등 꿀떡꿀떡/ 빚내어 불야살야 혼인치루고/ 아무리 기다려도 버선한짝 없구나/ 아-아- 우리애기 개밥도토리 모두털털이/
(27)소설 [봄밤]
돈없어 연애않돼 슬프다옥녀/ 이제는 틀어줘야 옥녀머리 영애생각/ 다옥정 골목길에 주운네모 갑/ 아마도 금시겔까 뜯어보다 퉤퉤퉤/ 아-아- 하하하하 똥은왜금이 아닌가아녀/
(28)소설 [옥토끼]
어머니 치마폭에 작은옥토끼/ 숙이를 건네주며 잘기르우 부탁했지/ 그러한 옥토끼를 잡아먹다니/ 나에게 벌써맘이 변한것은 아닐까/ 아-아- 내옥토끼 먹었으니깐 너는내꺼다/
(29)소설 [정분] -[솥]의 초고
시내는 수어릿골 흐르다얼고/ 진흥회 텅빈동리 들병이는 내차지라/ 함지박 내밀고서 한잔또한잔/ 뭉태가 지랄해도 따라가자 빼낸솥/ 아-아- 정분이란 히얀한물건 웃음속울음/
(30)소설 [생의 반려]
마음껏 울고싶어 어머님품에/ 그러나 이땅에는 없소없소 울어머니/ 어머니 그리움을 찾고 찾다가/ 나명주 박녹주라 쓰고쓰고 편지써/ 아-아- 어머니로 연인동무로 명주가필요/
(31)소설 [두포전]
장수꼴 늙은양주 착하게살아/ 마나님 용꿈꾸고 노승에게 아들얻어/ 두포는 효성깊고 맹호같아서/ 칠태가 해하려도 당할수가 없구나/ 아-아- 두포두포 날개잃어도 덕갖춘태자/
노래가 끝나고 박수가 그치자 사회자, 한잔씩 하자고 제안을 한다.
“소양강 처녀와 함께 신나게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를 불렀으니 또 막걸리 한잔씩 하시고, 등장인물들이 나와 이런 저런 얘기로 독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유정 작가님의 작품을 꼼꼼하게 다 읽으신 독자들은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하지 못한 독자들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세요. 그리고 집에 돌아가 다시 김유정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시면 큰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까지도 말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나올 때 독자분들 중 궁금한 점 있으면 나와서 직접 물어보시구요. 자기가 좋아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면 나오셔서 함께 춤도 추세요. 김유정 작가님과 등장인물들의 싸인은 나중에 시간을 드릴 테니 그때 받으시기 바랍니다.”
떠들썩한 웃음 속에 술잔이 오간다.
얼마 후, 사회자가 [금따는 콩밭]의 영식이를 나오라고 한다.
“먼저 명언을 남기고 싶다는 [금따는 콩밭]의 영식이 나오세요.”
영식이, 친구 수재의 귓불을 당기며 마당 한가운데로 나온다.
“뭐, 흙속에 금이 있다구?”
아프다 소리치는 수재, 그러나 영식이는 수재의 귓불을 더 당긴다.
“뭐, 한 포대에 오십원씩 나온다구유?”
영식이 안해도 나와 수재의 반대쪽 귓불을 당긴다.
영식이 수재의 볼기짝을 걷어차며,
“금 캐겠다고 콩밭 다 망치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몰라유. 밭도지 벼 두 섬 반 내지 못해 땅도 떨어지고 게다가 콩밭을 원래대로 해 놓느라 죽을뻔 했지유. 난 첨 저 놈이 콩밭에 금이 묻혔다구 꾀송거려두 ‘금점이란 칼물고 뜀뛰기다’ 하는 생각에 귀담아 듣지 않았지유. 그런데, 섣부르게 농사만 짓고 있다간 결국 비렁뱅이밖에 더 못된다고 생각하구 칼물고 뜀을 뛰었지유. 여러분들은 아시지유? 누가 우리에게 칼물고 뜀뛰게 했는지유. 아시지유?”
조용하다.
“이제 누굴 탓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 욕심이 우리 욕심보다 훨씬 크지유.”
조용하다.
“이 좋은 날, 여러분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유!”
조용하다!
“밭에서 금을 딸 수 있어유!”
밭에서 금을 딸 수 있다는 말에 [금]의 덕순이가 목발을 짚고 급히 나온다.
“밭에서 정말 금을 딸 수 있단 말인가?”
“그럼, 딸 수 있지?”
“어떻게?”
영식이는 붕대감은 덕순이의 발목께를 툭 찬다.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터라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덕순이를 수재가 부축하여 일으킨다.
“금점이란 칼 물고 뜀뛰기란 걸 자네가 더 잘 알면서 그러는가. 딴엔 살아 보겠다구 제 발을 돌로 내려 찧어 발을 으깨서 숨겨 나온 노다지가 자넬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는가.”
덕순이, 고갤 숙이고 말한다.
“어쨌거나 몸도 버리고 친구도 버렸지.”
이때 [노다지]의 꽁보와 더펄이가 손잡고 나온다.
꽁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욕심 때문에 의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유.”
그러나 더펄이, 꽁보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모두를 향해 말한다.
“어쩜 그 상황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심이었는지도 모르지유. 정말 금점을 찾아 칼 물고 뜀을 뛰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었으니까유.”
영식이 더펄이와 꽁보를 들여보내고 모두에게 묻는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도 금을 찾고 싶으세유?”
모두 합창한다.
“찾고 싶어유!”
영식이 큰 소리로 묻는다.
“콩밭에서유?”
어느 독자가 일어나 소리친다.
“마음에서유!”
영식이 그 독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힘차게 말한다.
“그래유. 여러분들이 마음에서 딸 금은 사랑이지유. 그리구 제가 밭에서 딸 금은 바로 콩이구유! 그 콩은 바로 농심이지유. 이제 제가 여러분들께 선물로 드리고 싶은 명언은 다섯자여유. 콩은 금이여!”
꽹과리! 박수!
어느 봄밤 극장에서 사진을 보고 쓸쓸한 다옥정 골목을 걷다가 네모 반듯한 갑 하나를 발견한 후 금시곈 줄 알고 뜯어보았다가 뛔! 뛔! 똥 때문에 장난꾼의 놀림을 당한 [봄밤]의 영애와 옥녀가 누구보다도 더 큰 박수를 치고.
히스테리 누님에게 얼마나 구박을 당했으면 꿈속에서 나마 금을 얻어 그 누님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을까. [연기]의 나, 촌장님 옆에 앉아 있던 김유정 작가님께서 아무도 모르게 중절모를 푹 눌러쓴다.
“김유정 문학의 독자여러분! 마음 밭에서 사랑과 행복 많이 딸 수 있도록 콩 많이 심으세유!”
이 때 동명사인(同名四人)- ([봄․봄]의 뭉태, [솥]의 뭉태, [안해]의 뭉태, [총각과 맹꽁이]의 뭉태) 나온다.
[봄♪봄]의 뭉태, 다른 세 녀석과 막걸리를 마시다 밸이 꼬였는지,
“콩이 금이라구! 콩 안 좋아하는 놈이 없다니까유!”
[봄♪봄]의 뭉태가 투덜거린다.
“그런 콩을 얘기 한 게 아닌데.”
[봄♪봄]의 뭉태, 사회자의 말에 아랑곳도 없이,
“어쨌거나 콩 좋아하는 저 놈들과 난 다르다구유. 독자 여러분, 안 그래유?”
[봄♪봄]의 뭉태의 말에 독자들이 맞장구를 쳐준다.
“맞아유!”
이 말에 화가 난 세 명의 뭉태 차례로 마이크를 든다.
[총각과 맹꽁이]의 뭉태,
“그래두, 콩밭과 관련이 있는 내가 먼저 말해야겠구먼유. 우선 우리는 김유정 문학의 조미료 같은 뚝건달인데유. 사실 한 명이지만 네 명이지유. [봄♪봄]의 뭉태, 저 놈이 콩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유. 허지만유 어쩜 저 놈이 콩을 더 좋아할 지 몰라유. 그리고 솔찍히 고백하면 뭐 노총각 되고 싶어 되었나유. 그리구 노총각이 콩밭에서 들병이와 좀 놀았다구 그게 뭐 그리 욕이 되나유.”
이때 술 마시다 말고 큰 돌멩이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이. 순간 무서운 침묵이 흐른다.
“살재두 나는 인전 안 살터이유!”
덕만이가 산쪽으로 돌멩이를 던져 버리자, 음충맞게 울던 골창의 맹꽁이 대신 새들이 놀라 날아간다. 덕만이의 바보스런 행동에 웃음바다가 된다.
덕만이에게 들병이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놓고 저만 들병이와 논 [총각과 맹꽁이]의 뭉태. 덕만이에게 지은 죄가 있어 어휴! 하고 숨을 몰아쉰다.
[솥]의 뭉태,
“난 겨울에 그랬으니까 콩대로 솥에 불을 지폈을 뿐, 콩밭엔 안 들어갔으니깐 떳떳하지유 뭐!”
그러자, 술잔을 들고 [솥]의 근식이가 천천히 일어선다.
“이 자식아, 뭐! 떳떳해! 계숙이하고 평화롭던 잠자리에서 나타나선 온갖 흉을 다본 놈이. 누군 농창이 난 버선으로 뼈끝이 쑤시도록 눈을 밟으며 밖에 섰었는데.”
“그럼, ‘들병이란 더러운 물건이다. 남의 살림을 망쳐놓고 게다 가난한 농군들의 피를 빨아먹는 여우다’ 하고 매우 쾌쾌히 생각한 놈은 누군데 그래.”
“뭐, 이 자식이!”
사회자, 뭉태의 멱살을 잡으려던 근식이를 달래어 들여보낸다.
마이크를 든 [안해]의 뭉태, 똘똘이 아버지의 눈치를 본다.
“나야 뭐, 섣달 대목이니 술 얻어먹으러 가자고 한것 뿐인데, 그 죄로 술집 방바닥에 매다 꽂혔지유. 지금도 몸이 욱씬거려 죽겠구먼유.”
네 명의 뭉태, 한 목소리로 외치고 들어간다.
“그래두 우린, 김유정 소설의 조미료! ‘동명사인’ 잘 봐 주세유!”
꽹과리! 박수!
사회자, [봄·봄]의 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고 한다.
그러자 두 점순이 나온다.
[봄·봄]의 점순이, 수줍은 듯, 얼굴의 점을 보여주며 말한다.
“나의 이 복점이지유. 뭐!”
이에 질세라 [동백꽃]의 점순이, 소작인 아들에게 손짓하며 말한다.
“봄과 봄 사이에 점은 우리 사랑 점이지유.”
[봄·봄]의 점순이,
“이년아, 어째서 너희들 사랑 점이야. 소설 [봄·봄]의 주인공은 나와 우리 그이 인데.”
[동백꽃]의 점순이,
“나이도 한 살이나 어린 게 누굴보구 이년이래. 이년아, 봄과 봄 사이에 여름, 가을, 겨울이 있지만 금병산의 노란 동백꽃 향기가 봄과 봄 사이에 가득한 걸 몰라서 그래. 그 향기는 우리 둘의 사랑이고 그 사랑의 설렘을 찾아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셨잖아. 안 그래유?”
박수! 꽹과리!
[봄·봄]의 점순이, 약이 올랐다.
“참말이지, 독자 여러분께 실망 했구먼유. 사실 봄과 봄 사이에 찍힌 점이 사실 제 얼굴에 박힌 점이 아닐지라두 여러분들은 아시잖아유?”
독자들이 합창으로 묻는다.
“뭘유?”
[봄·봄]의 점순이,
“사실 제가 나오는 소설 [봄·봄]은 봄날의 신명난 마당놀이 아닌가유?.”
[동백꽃]의 점순이,
“신명난 마당놀이? 그래, 장인과 사위가 바짓가랭이를 단박 요렇게 움켜잡고 그러는게 뭐? 신명난 마당놀이라구! 내가 나오는 소설 [동백꽃], 그 애와 마지막 장면이 더 멋지지. 안 그러냐?”
[봄·봄]의 점순이,
“미친 년! 자기 맘 알아주지 않는다고 남의 수탉을 훔쳐다가 닭에게 싸움이나 시키고 아주 알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은 것이 무슨 사랑이라구.”
[동백꽃]의 점순이,
“그럼 넌 이년아, 욕필영감이 자꾸 미루기만하구 성례를 안 시켜주니까 데릴사위에게 자기 아버지의 쇰을 잡아채라고 하는 게 사람이냐?”
두 점순이, 곧 머리채를 잡을 것 같자 ‘소작인의 아들 나’와 ‘데릴사위 나’가 나와서 그들 사이에 낀다.
[봄·봄]의 데릴사위 나, 귀를 뒤로 잡아당기는 시늉을 한다.
“여기가 좀 아팠지만유. [봄·봄]은 우리 점순이의 말대루 신명난 마당놀이지유. 장인님과 내가 그랬을 때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점순이가 내 귀를 잡아당길 땐 바보처럼 서글펐지만유. 내 생각에 ‘봄·봄’ 사이의 점은 그 때의 얼떨떨함 같아요. 제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갈고 있을 때 점순이가 가지고온 밥을 다 먹고 물리자 그러대유. ‘밤낮 일만 하다 말텐가’ 하고 말여유. 점순이의 그 말을 듣고 난 정신이 얼떨떨 했지유. 봄이 되면 온갖 초목에 물이 오르고 싹이 트지유. 부쩍 자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였지유. 이런 걸 부쩍 어리다고만 하니까. 독자님들 안 그래유? 점순이 다 컸지유?”
박수! 꽹과리!
독자들 합창하듯 응답한다.
“맞아유!”
이 말에 일어 선 봉필영감, 야유에 다시 앉는다.
[동백꽃]의 소작인 아들 나,
“봄과 봄 사이의 점에 어떤 뜻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유. 그래두 봄은 농군들에게 희망이 있는 계절이지유. 그 점이 한 마리의 꾀꼬리든, 알싸한 생강나무 향기든, 옹달샘이든 무엇이면 어때유. 난 구운 봄감자만 아니면 좋겠어유.”
[동백꽃]의 점순이, 소작인 아들 ‘나’의 볼기짝께를 꼬집는다. 그러자 소작인의 아들 나, 아야! 하고 엄살을 부린다.
“그래두 우리 씨암탉 알 잘 나아유. 난 말이예유. 우리 점순이가 참 고마워유. 내가 지게막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 죽였을 때 난 엉, 하고 울음을 놓고 말았는데, 점순이가 울지 말라고 했지유. 안 이른다구 말이예유. 노란 동백꽃 속으로 함께 넘어지면서유. 그때 온 정신이 고만 아찔했지유. 독자님들 왜 그랬을까유?”
독자들 합창한다.
“좋아서유!”
“맞아유. 그런데유. 난 고민이 많아유. 사실 나두 점순이를 좋아하지만유. 내가 점순이를 좋아하면, 난 소작인의 아들이니까,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기 때문에 봄이 오면 고민이 많아유. 그래도 노란 동백꽃향기가 알싸한 이 봄날이 좋아유. 얼쑤!” [동백꽃]의 점순이, [봄·봄]의 점순이, 애인과 춤을 춘다.
이때 [산골]의 이쁜이, 그들이 부러운 듯 마당가운데로 나와 행주치마 속에 감춰온 편지를 꺼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주며 묻는다.
“산, 마을, 돌, 물, 길! 도련님이 너무 그리워유. 날 정말 잊었나봐유. 오늘같이 좋은 날에도 오지 않구. 서울서 오신 분들 혹시 우리 도련님 본 적 있나유?”
모두 합창한다.
“없어유!”
이때, 석숭이 나와 이쁜이에게 써준 그 편지를 읽는다.
“도련님전 상사리. 가신 지가 이미 오래 됐는디 왜 안 오구 일년 반이 됐는디 왜 안 오구 하니깐 이쁜이는 밤마다 눈물로 새오며 이쁜이는 그럼 죽을 테니까 날을 듯이 얼찐 와서․․” 이때, [따라지]의 아끼꼬, 톨스토이인 김유정 작가님을 슬쩍 훔쳐보고 이쁜이에게 와서 말한다.
“이쁜아, 이젠 잊어버려! 사내들이란 다 겉과 속이 다르니까. 그래두 넌 기다리는 설렘이라두 있지. 우리 톨스토이는 통 눈치도 못 채니 바보 중에 바보지.”
이쁜이, 도련님을 부른다.
“도련님! 못 오시는 도련님은 바보!”
석숭이,
“난 바보가 아니예유. 도련님께 보낼 편지를 또 써 줄게유.”
바보란 소리에 [봄·봄]의 데릴사위가 나온다.
[봄·봄]의 데릴사위,
“문제 하나 낼 게유. 못 풀면 여러분도 바보!”
독자들,
“무슨 문제?”
“데릴사위 몇 년 만에 내가 점순이와 혼례를 치룰까유?”
여기저기서 대답을 하나 정답은 없다. 그러자 [두포전]의 청년 두포, 칠태의 손을 잡고 나와서 말한다,
“6년 7개월, 아니면 7년 7개월이지요.”
“왜유?”
“봉필 영감님은 맏딸이 열 살 때 첫 데릴사위를 맞아들여 열아홉 시집을 갈 때까지 열 명의 데릴사위를 보았지요. 열여섯 점순이가 언니처럼 열아홉에 혼례를 치른다면 데릴사위는 데릴사위 노릇 6년 7개월 만에 점순이를 안해로 맞지요. 그러나 지금 여섯 살인 셋째 딸이 큰 언니처럼 열 살이 되어야 데릴사위를 본다면, 그래야 점순이를 혼례시킬 것이므로, 그러면 점순이는 스무 살이 되니, ‘데릴사위 나’는 데릴사위 노릇 7년 7개월 되어야 점순이를 안해로 맞을 수 있지요.”
풀죽은 [봄·봄]의 데릴사위,
“그럼, 점순이 키보다 그년 키가 빨리 자라야 겠구먼유.”
그러자, [봄·봄]의 데릴사위의 빙모님, 마당가운데로 나와 사위의 귓배기를 잡아당긴다.
“그년의 키라니?”
“빙모님 말구, 점순이 동생, 점옥이 키 말이예유.”
“누구 맘대루 점옥이야!”
“하여튼 점순이 키가 자라야 성례를 시켜준다면서유?”
“그래! 하지만 키 걱정 안해두 돼.”
“왜유?”
“좀 창피하지만, 독자들에게 물어 봐.”
“왜 키 걱정 안해두 돼유?”
독자들 합창한다.
“자기가 말해 놓고도 몰라유. 바보 아니예유?”
머리를 긁적이던 [봄·봄]의 데릴사위, 곰곰 생각하다가 자기 볼기짝께를 손으로 친다.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애를 낳지유. 이 말유?”
독자들 합창한다.
“그래유!”
그러자 빙모님. 다시 데릴사위 귓배기를 잡아끌고 들어간다.
실레마을 농악패 다시 나와서 한바탕 논다. 얼쑤! 모두 춤춘다.
사회자, 등장인물들의 변명 좀 들어 보자고 한다.
독자들 합창한다.
“무슨 변명?”
이때 [솥]의 근식이, 지게에 솥을 지고 나오고,
[소낙비]의 춘호, 이주사처럼 지우산을 받쳐 쓰고 응뎅이를 껍쩍거리며 나온다.
[만무방]의 응오는, 끽 말가웃이나 될런지 봇짐을 등에 짊어매고 나오고,
일금 오십원야라. 우금은 내 안해의 대금으로 정히 영수합니다. 갑술년 시월 이십일 조복만. 그 매매 계약서를 들고 재봉이 나오고,
[땡볕]의 덕순이는, 안해에게 죽이라도 얻어 먹이려 들고 나섰던 그 쭈그러진 그릇을 들고 나온다.
[솥]의 근식이, 변명을 한다.
“사회자가 우리들의 변명을 듣자고 했지만 독자 여러분들은 우리들 변명, 그 속뜻을 잘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어유. 이 솥으로 말하자면!”
이때 들병이 계숙이와 근식이 안해가 나와 서로 자기 솥이라고 우기다 들어간다.
“이 솥 사느라 얼마나 고생 했는지 몰라유. 사회자께서 [솥]의 속편에서도 썼지만 [안해]의 똘똘이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나무를 해다 팔아서 산 솥이지유. 똘똘이 아버지의 말대로 여름이면 품이나 판다하지만 눈이 척척 쌓였으니 얼음을 깨먹을 수도 없잖아유. 산골에서 어느 놈치고 별수 있겠어유. 그래서 똘똘이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하루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들이고 그 담날 읍에 가서 팔았지유. 근력 좋은 똘똘이 아버지는 쌍지게로 장찬 삼십리길을 번차례로 짊어지고 들어가지만 저는 한 지게 나뭇짐도 너무 힘들었지유. 잘 받는 날이면 40전을 받았지유. 그렇다고 생활도 해야 하니까 그 돈을 그대로 다 모을 수도 없고 밖에만 나가면 애들이고 어른이고 솥 언제 사냐고 놀려대니 참 힘들었지유. 근디 말이예유. 내 참 기가 막혀유.”
다시 나온 근식이 안해, 한숨을 내쉰다.
“미화같은 이라구. 누가 기가 막힌데 그래유!”
“내가 이 솥을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유. 내가 바보지유. 계숙이가 판 그 솥을 내가 또 사왔으니까유.”
“그 솥, 오늘 그년한테 또 주지 그래유!”
“안해가 뭐라해도 할말이 없어유. 그 겨울에 내가 안해의 속곳이며 맷돌짝, 함지박, 수저까지 다 들병장수 계숙이에게 갖다 줬으니까유. 변명 하자면 나 혼자라도 굶지 않고 배부르게 먹으며 살고 싶었지유. 가진 것 없고 땅도 없으니. 굶어봐요. 얼마나 서러운지. 난 안해가 미웠지유. 아리랑 타령 한마디라도 했으면 들병이가 되어 힘 안들이고 먹을 수 있는데 말이여유. 난 뭇 놈들을 후물이며 호강하는 들병이가 부러웠지유. 들병이가 번 돈으로 편하게 살고 싶었지유. 그래서 계숙이를 따라다니며 호강하고 싶어서 솥을 빼냈지유. 정말 미안해유.”
[소낙비]의 춘호가 변명한다.
“나두 그 양반이 싫어유! 동이배를 가진 그 양반이 지우산을 받쳐 쓰고 쇠돌네를 향햐여 응뎅이를 껍쭉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을 보기가 영 그래유!”
“뭐라고 이놈이!”
“우-우-!”
야유에, 응뎅이를 껍쭉거리며 나온 이주사와 쇠돌네가 들어간다.
“노름 할려구, 그래서 돈을 몽땅 끌어 모아 서울가서 안해와 잘 살아볼려구 그랬지유. 노름 밑천 2원이 필요해서 그랬어유. 단지 그뿐이예유.”
춘호 안해가 말한다.
가난, 진저리나유. 그 때문에 부부의 애틋한 정도 모르고 나날이 매질과 불평과 원한 중에 복댁여 봐유. 그런 몹쓸 지랄을 견디는 게 차라리 낫지유.“
춘호가 말한다.
“제가 안해의 손에서 얼레빗을 쑥 뽑아들고 시원스리 안해의 머리를 쭉쭉 내려 빗길 때도, 공들여 삼아 놓았던 짚신을 안해의 발에 신기고 주먹으로 자근자근 골을 내줄 때도 속마음은 아팠지유.”
춘호, 독자들의 야유에 정색하며,
“참말로 맘이 아팠어유. 고향 인제를 등지고 이곳 실레로 온지도 삼년이 되었지유. 해를 이어 흉작에 농작물은 말 못되고 따라 빚쟁이들의 위협과 악다구니는 날로 심하여졌지유. 마침내 하릴없이 집 세간살이를 그대로 내버리고 알몸으로 밤도주 했지유. 어린 안해의 손목을 끌고 이산 저산을 넘어 표랑하였지유. 어딜가나 정은 안 붙고 오직 쌀쌀한 불안과 굶주림이 품을 벌려 맞을 뿐이였지유. 터무니없다 하여 농토를 안 주고 일구멍이 없음매 품도 못 팔고 결국에는 피폐하여가는 농민 사이를 감도는 엉뚱한 투기심에 몸이 달떠 어린 안해에게 몹쓸 짓을 시켰구먼유.”
춘호 안해, 말한다.
“저는유. 매 맞지 않고 정다운 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어떤 짓도 괜찮아유. 우리도 살아야 하잖아유.”
이때 [만무방]의 응오, 등에 짊어맸던 봇짐을 손에 들고, 큰 소리로 외친다.
“맞아유! 우리도 살아야지유! 그리구유.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유!”
이때, 응오의 형, 응칠이 나와서,
“자기 벼를 훔치는 게 자랑이냐 이놈아. 그래 내 뭐라고 했냐. 안해고 뭐고 다 버리고 이 형을 따라나서라고 했지. 농군의 살림이란 제 목매기라고!”
“내가 어떻게 얻은 안해인데 버려유. 뇌점을 앓고 있지만 안해나 땅을 버린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어유.
“그래서 남은 게 뭐냐?”
“내 것을 내가 훔쳐 먹는 거지유.”
“내 것을 내가 훔쳐 먹어!”
“형을 보지 못했을 거유. 작년 지주의 문턱에서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두려고 꼭두새벽부터 캄캄하도록 괴로움도 모르고 털었는데,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나니 남은 것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 땀 뿐이더라구유. 같이 털어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빈 지게를 지고 덜렁거리며 집으로 오는 건 진정 열없기 짝이 없는 노릇이라 참다참다 못해 눈물을 흘렀지유.”
“그래두 농사를 지었으면 가을은 해야지. 이놈아!”
“하면 뭘해유. 내 먹을 것도 남지 않고 빚쟁이들만 우르르 몰려들 텐데유. 빌어먹을 거 자기들끼리 캐다 먹든 맘대로 하라지유.”
[가을]의 재봉이가 변명을 한다.
“응오와 덕순이는 안해가 병들었으니 빼놓고, 근식이와 춘호는 그래도 복만이처럼 내팔 안해라도 있으니 나보담은 낫지유!”
“뭐라구! 이놈이!”
근식이, 춘호, 응오, 덕순이, 재봉에게 달겨들어 알밤을 먹인다.
“그렇다는 게지 뭐. 그만 화들내라구. 내가 저기 복만이에게 매매 계약서를 써주고 저기 저 놈 황거풍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몰라유!”
이때,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나온 소장수 황거풍.
그러나 재봉이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그냥 들어간다.
“농군이란 가을이 오면 가을을 해야지유. 그런데 기껏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털어서 쪼기고 보니까 나의 몫으로 벼 두말가웃이 남았으니 어떻게 식구들과 겨울을 날수 있겠어유. 그래도 빚을 다 못 가린 영득이 애비 덕만이 보다야 좀 날른지 모르지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지유. 그래 금점이나 투전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밑천이 들 터인데 덕만이처럼 내팔 안해도 없고, 우리집의 여편네라곤 병들은 어머니밖에 없으나 우리 아버지가 있으니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하구유.”
독자들이 야유를 보낸다.
“죄송해유.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유. 인간의 윤리도 중하지유. 허지만 매매 계약서를 써서라도 덕만이처럼 살아야지유. 살아남는 게 더 중하니까유. 난 그 게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유.”
독자들이 다시 야유를 보낸다.
“하여튼 죄송해유. 짐승도 아닌데 사람을 매매하고 술 얻어먹고 계약서를 써주고, 그래도 덕만이가 안해와 영득이와 잘 지낼테니 다행이지유.”
재봉이의 이 말에 소장수 황거풍 일어났다 고개를 한번 갸우뚱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신다.
[땡볕]의 덕순이 변명을 한다.
“분위기가 무거운 것 같네유. 제 변명도 그렇지만 먼저 문제하나 내 볼께유.”
독자들이 묻는다.
“무슨 문제유?”
“땡볕이 누구 허리의 쇠뿔도 녹이려 했지유?”
여기 저기서, [동백꽃]의 점순이라느니, [안해]의 똘똘이 엄마라느니, [솥]의 계숙이라느니 답을 한다.
“다 알면서 그렇게 대답하는 거지유? 답은 중복이지유. 개들이 싫어하는 삼복, 그 삼복 중 가운데 있는 중복이지유.”
독자들,
“에이!”
“싱겁지유? 하지만 안해를 지게에 지고 대학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 땡볕은 너무 뜨거워 쇠뿔도 녹일지경 이었지유. 안해의 뱃속에 죽은 애기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 무슨 희귀한 병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어 월급도 받고 치료도 받고 싶었는데, 어린 간호부의 말을 듣고 낙심을 했지유. 다들 사람 목숨이 중하다는데, 참 부끄러워유. 허지만 나라고 안해의 목숨이 중하지 않겠어유. 우리가 그놈들에게, 일제와 지주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소작하다 빚만지고, 야반도주 유량하다 서울에 왔건만, 치떨리는 가난은 그곳도 마찬가지 였지유. 냉골에다 안해를 눕혀놓고 죽기전에 죽이라도 한 그릇 얻어 먹일려고 이 그릇을 들고 얼마나 헤맸는지 몰라유. 하여튼 안해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유.”
사회자가 덕순이의 말을 받는다.
“그래요. 그래도 모두 믿었지요. 눈물 속에 절망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한숨 속에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눈물 속에도 한숨 속에도 웃음도 있고 희망도 있고 사랑도 있고 춤도 있지요. 변명다운 변명 잘 들었으니 자, 실레마을 농악패 나오세요. 한바탕 놀고 또 하십시다.”
실레마을 농악패 나온다.
얼쑤! 춤과 술잔 오가고.
사회자, 김유정소설 등장인물들의 모임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한다.
“여러 모임이 있지만 우선 ‘3영모임’과 ‘6덕모임’을 안내해 드릴게요. 먼저 ‘3영모임’ 나오세요.”
3영모임 - [봄밤]의 영애, [따라지]의 영애, [야앵]의 영애. 나온다.
[따라지]의 영애가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서울 사직골 꼭대기에 올라붙은 깨웃한 초가집. 나와 아끼꼬의 방에서 없어진 내 연애편지. 그러니까 내가 전문학교 학생에게서 받은 그 귀한 연애편지. 그 편지를 집어간 남자, 아끼고와 함께하고 간 남자, 올 가을 3영모임에 그 편지 가지고 꼭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나의 소원이랍니다.”
[봄밤]의 영애가 마이크를 잡는다.
“그 장난꾼들의 말. ‘똥은 왜 금이 아닌가?’ 그 말을 가끔 생각해 봐요. 고약한 냄새나는 똥! 우리의 목숨을 키운 똥! 그때는 기겁을 하며 그 물건을 내던지고 퉤퉤! 침을 뱉었지만 그 덕분에 욕심을 버렸으니 그 장난꾼들의 웃음도 금이고 그 똥도 금이랍니다. 진짜 금을 사랑하는 분들은 올가을 ‘3영모임’이 있는 금병의숙 앞으로 꼭 오시길 바랍니다.”
[야앵]의 영애가 마이크를 잡는다.
“난 여러분이 보다시피 3영 중 제일 뚱뚱하지요. 호박이든 돼지든 이젠 상관 안해요. 그 때 창경원 벚꽃놀이 때, 경자가 내 코밑에다 벚꽃을 들여 대이고 꽃 좀 맡아 보라고 했지요. 눈만 있으면 꽃을 보냐구 코루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구요. 그런데 향문이란 말이 있대요. 꽃향기를 듣는다나요. 꽃을 보고 냄새를 맡고 또 꽃의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겉모양 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찾는 분들은 그날 ‘3영모임’에 꼭 오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6덕모임 - [금]의 덕희, 덕순 [떡]의 덕희, [땡볕] 덕순,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 [산골 나그네]의 덕돌이 나온다.
[금]의 덕희가 먼저 말한다.
“계집애들의 쑥덕 모임이 아니구유, 그렇다고 쥐었다 논 개떡 모임도 아니지유. 그냥 ‘6덕 모임’이지유. 가끔 동리에서 제일 가난하고 그리고 게으르기가 곰 같다는 바로 저놈 때문에 욕덕 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유.”
이때 [떡]의 덕희가 눈만 꿈벅이다가 [금]의 덕희를 보고 말한다.
“항문에 금을 박고 나오다 봉이나 쩔꺽 내떨린 놈이 누굴 흉봐. 그래도 최서방이란 노인은 감독 놈 방한화에 오줌방울이라도 떨어트렸지.”
[산골 나그네]의 덕돌이가 나선다.
“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 아닌가. 지키는 놈과 훔치는 놈, 제 발을 으깨는 놈, 금점에서 사람죽는 건 도수장의 소 죽음에 진배없지 않은가.”
[금]의 덕순이,
“비꼬지 말게. 그 난장판에 누가 끼어들고 싶어 끼어드는가. [금따는 콩밭]의 영식이 말대로 콩이 금이지. 땅이 금이지. 그런데 그 금, 땅이 없으니 칼 물고 뜀뛰는 거지. 그러다 나그네가 되고. 자네 그 산골 나그네에게 당하지 않았나?”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이가 나온다.
“그만들 하게. 실상 자네들은 속으로 나를 병신스럽다고 하겠지. 뭉태 그 놈한테 당한 것도 그렇고 고목 느티나무 그늘에 가리어 여름날 오고가는 농군들이 쉬던 정자터 밭. 콩 심으면 잎나기가 고작인데 오히려 콩만 탓한다고. 내 이제 말이지만 그 돌밭이라도 얻어 부쳐야 몇 되의 소출이라도 낼 게 아닌가?”
[땡볕]의 덕순이,
“조금씩 비꼬아 말할 때 우린 어쩜 위로를 받는 바보들인지도 모르겠네. 아픔이고 슬픔이고 한탄이고 다 거기 아닌가. 이런 저런 일, 가끔 말다툼도 하고 멱살도 잡고 다시 막걸리에 어깨춤도 춰보고 싶은 만무방 따라지들은 언제든지 ‘6덕모임’을 찾아 주세요. 경청해 주셔서 고마워유.”
박수! 꽹과리!
이때 조용하라며 뛰어 나오는 [봄·봄]의 데릴사위, [동백꽃]의 소작인 아들, [안해]의 똘똘이 아버지.
사회자가 그들에게 왜 나왔느냐고 묻는다.
“왜 나왔습니까?”
[봄·봄]의 데릴사위,
“우리 모임도 잠깐 소개해 드릴려구유.”
[동백꽃]의 소작인 아들,
“이름도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유.”
[안해]의 똘똘이 아버지,
“우리가 작품에서 ‘나’로 나온다고 좃도 모르고(조상도 모르고) 쥐뿔도 모르진 (자기의 뿌리도 모르고) 않아유.”
사회자,
“아, ‘나 모임’ 이지요. 그래요.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지요.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꽹과리! 박수!
독자들이 묻는다.
“[정조]의 서방님 좀 나와 보세요. 왜 아씨와 함께 오지 못했나요?”
정조의 서방님 얼굴을 감싸며.
“아! 내 뭘보구 그랬던가. 검붉은 그 얼굴, 푸르딩딩하고 꺼칠한 그 입술, 그건 그렇다 하고 찝찔한 짠지냄새가 홱 끼치는, 그리고 생후 목물 한번도 못해봤을 듯싶은 때꼽낀 그 몸뚱아리를! 에잇 추해! 추해, 내 뭘보구? 술이다. 술! 분명히 술의 작용이었다구요.”
독자들.
“에이! 무슨 술 탓!”
이때 정조값으로 받은 그 200원으로 고뿌술집을 하는 행랑어멈이 술병들고 나온다.
“술탓이라구유. 어림도 없는 소리지유. 흥, 나보다 좀 못하지만 집에 아씨도 있는데 수하동 기생첩에 청진동 여학생첩에 계집이면 덮어놓고 맥을 못 쓰는 주제에 그게 술탓이라구유?”
“술탓! 술탓이라구!”
“그날 밤만 해도 그래유. 아범 왔냐고 묻길래 고향서 며칠 묵고 온다고 했더니 안심하고 내 허리를 이렇게 부등켜 안고 행랑방으로 끌고 들어가 놓고 그래유?”
“내가 끌고 들어가?”
“그럼 누가 끌고 들어가유?”
“내가 속았지요. 돈 좀 우려낼려구 아범하고 짜고 그런 걸. 내가 저 낯판대기 뭘보구 그랬던가. 아아!”
서방님, 행랑어멈의 술병을 빼앗아 단숨에 들이키고 술탓이라며 들어간다.
행랑어멈.
“있는 사람들, 없는 사람들 업신여기지 말아요. 우리라고 뭐 늘 행랑방신세를 져야만 하나유. 서방님 애를 뱃다구 좀 연극을 했지만,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구만유. 정조도 중하지유. 그러나 사람꼴 하며 살구 싶구만유. 술탓이 아니라구유.”
행랑어멈이 들어가자, [총각과 맹꽁이]의 들병이. 술병을 들고 나온다.
“아랫말에 사는 김덕만씨 나와 보세유! 뭉태씨는 술이나 퍼마시구유.”
김덕만이 나온다.
“서른 넷인데 총각입니다.”
들병이.
“아까 이젠 살재두 안 살겠다고 했지유?”
덕만이.
“콩밭 이야기가 다시 없으면 뭐․…….”
들병이. 덕만에게 술 한잔 건네며.
“덕만씨 어떡허지유. 내가 남편 잃고 홧김에 들병으로 돌아다니는 판이라고 했지만유. 미안해유. 저두 [솥]의 계숙이처럼 돌쟁이 노름꾼 남편이 있지유. 남편이 있다면 누가 술먹으로 오겠어유.”
덕만이.
“그러니까 이젠 살재두 안 살아유.”
들병이
“덕만씨 맘 잘알아유. 가을은 농촌의 유일한 명절인데, 그와 동시에 여러 위협과 굴욕을 격고 나는 한 역경이지유. 말하자면 지주와 빗쟁이에게 수확물을 주고 다시 한겨울을 염려하기 위하여 한해 동안 땀을 흘렸는지 모르지유. 남은 건 빈손이지유.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잖아유. 분발해야지유. 그 분발한 것이 이 들병이 생활이지유. 이곳 저곳 유랑하며 들병에 술을 담아 팔기도 하고, 술집에 며칠씩 머무르며 술을 팔기도 하지유. 조선의 집시지유.”
덕만이
“나도 고백하지만유. [솥]의 근식이처럼 잘 먹고 살고 싶어유. 그래서 들병이를 안해로 맞아들여 술장사 두 해만 잘하면 소 한 마리 낙자없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유. 당장 아들도 필요하지만유. 그래두 그때 이 퍼드러진 시커먼 흙발에 그 신을 뀌고 짝없이 기뻤구먼유. 사랑이라는 걸…….”
이때 [산골 나그네]의 덕돌이 나와.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를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덕만이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덕돌이.
“덕만이, 사랑이라고 했는가. 그러나 그들과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아닌가. 산골 나그네와 혼례를 치루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네. 선채금이 없어 혼인도 빗나가고 깊은 시름에 빠져있던 내게 제발로 굴러들어온 복덩이 산골 나그네를 안해로 맞이했으니 꿈만 같았지. 그러나 나와 거짓 혼인을 한 건 다 병든 남편을 위해 그런 거지. 병든 거지 남편에게 새 옷을 얻어 입히고 그 들병이는 떠나버렸지. 첨엔 도둑년 죽일년이라고 분노했지만, 이젠 그 들병이가 베게 밑에 두고 간 은비녀를 보며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네. 살기위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안 그래유?”
독자들 박수, 꽹과리!
사회자.
“사랑은 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지요.”
“사랑도 사랑 나름이지요. 지겨운 사랑!”
[생의 반려]의 나명주가 나오고. 그러자 전상국 촌장님과 술잔을 주고받던 김유정 작가님이 흠칫하고 놀란다.
“우편으로 정성스레 속달을 보내오지요. 지겹도록요. ‘수취거절’ 부전이 붙어서 돌아가도 또 오고 또 오는 편지. 친구를 통해 가지고 오는 편지. 화류계의 인물이요, 나이가 넷이나 더 많은 내게 그리고 버젓이 사랑하는 이가 있는 내게 편지질이니. 헐없는 광인이지요. 아무리 어머니 대신으로 나를 끌어들여 연모를 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두꺼비]의 강옥화,
“맞아요. 광인이지유. 내가 그이와 실연 때문에 자살미수를 했을 때도 찾아와 어찌나 힘들게 했는지 몰라요. 당대의 명창인 내게 그까짓 편지질에 선물에 혈서까지. 그리구 뭐, 기생이 늙으면 갈데가 없을테니 늙으면 자기한테 갈수밖에 없다고 늙어라, 늙어라 악담이나 하구.”
이때 [생의 반려]의 유명렬군, [두꺼비]의 이경호, [따라지]의 톨스토이, [형]의 나가 작가님을 쳐다보고 나온다.
유명렬군, 가슴이 아픈 듯, 가슴에 손을 대고. 오랫동안 볕을 못 본 탓으로 얼굴은 누렇게 들떴고 손 안댄 입가에는 스물셋으론 곧이듣지 않을만치 제법 검은 수염이 난잡히 뻗히었다.
“1930년 가을이었지요. 집안일로 봉익동엘 다녀오다 수은동 근처 한 목욕탕에서 수심이 가득차서 나오는 한 여인을 운명처럼 보고 말았지요. 그 모양새가 세상고락에 몇벌 씻겨나온 따라서 삶의 흥미를 잃은 사람 같았지유. 그래서 제 생각입니다만 동병상련이랄까 저도 모르게 그 집까지 따라갔었지요. 그리구 그 밤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따로이 여성을 갖고 있었는데, 제가 일곱 살 때 죽은 어머니지요. 그 지극히 존경하는 여성, 내 어머니. 나명주는 우연히 내가 지극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형이 된 것이지요. 난 [형]의 난봉꾼 형님이나 [따라지]의 히스테리 누님의 눈칫밥으로 자랐지요. 그리고 말더듬이에 염인증에 치질과 늑막염과 결핵에 시달려야 했지요. 하여 그녀에게 동무로서 어머니 같은 연인을 요구했던 것이지요.”
[두꺼비]의 이경호.
“비싼 반지 등 선물도 주고 그랬지만 옥화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유. 참 짝사랑이란 부질 없지요. 내가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모성의 부재라고만 단정하기엔 부잣집 도련님 출신의 내겐 설움이 너무 많아요. 집의 몰락으로 가난과 병고와 실연 참 힘들었지요. 그러나 살 구멍은 있는 법. 그 절망과 고난 속에서 길을 찾았지요. 글쓰기 말입니다.”
[따라지]의 톨스토이.
“소설을 썼지요. 가난한 과부인 누나 살림에 얹혀 지내며. 그 악다구니를 묵묵히 참아내며 글을 썼지요. 나중엔 신당리 형수네 집에 얹혀 지내며 단 칸 방에 검은 휘장을 치고, 그 치질과 결핵의 고통을 참으며 글을 썼지요. 여러분들은 지금 누렇게 찌든 내 얼굴을 보고 있지만, 자세히 저 톨스토이나 이경호나 유명렬을 보면, 저기 촌장님과 술을 마시고 계신 저 늠름한 작가님의 얼굴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의 반려]의 유명렬.
“내 삶은 힘들고 고달팠지만, 여러분들은 내 소설에서 진저리나는 가난과 절망과 아픔만 보고 계신가요? 내 삶이 고통뿐이었다면 내 소설은 하나같이 검정색이겠지요.”
[두꺼비]의 이경호.
“그러나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생명은 소중하고 또한 그 생명이 엮어가는 삶 얼마나 소중한가요. 사랑이 있는 삶 말이예요. 눈물 속에 웃음이 있고 웃음 속에 눈물이 있다는 걸 아는 삶 말이예요. 흙속의 뿌리 같은 삶 말이예요.”
[따라지]의 톨스토이.
“여러분들은 그리워서 이곳에 오셨다구 생각해요. 저와 등장인물들도 모두 그리워요. 사람이 그리워 이렇게 모여 가슴 아픈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다 아리랑 같지요.”
이때 [옥토끼]의 나와 숙이, [이런 음악회]의 황철이와 그 친구들이 나와 아리랑을 부른다. 김유정 작가님이 나오고 이경호, 톨스토이, 유명렬. 넷이 손잡는다.
김유정 작가님.
“이 아리랑. 삶을 뒤돌아보며 천천히 불러 보세요. 눈물이 나지요.”
모두. 천천히 부른다. 눈물이 곧 솟을 것 같은 사람들.
“자, 이젠 빠르게 불러 보세요!”
모두. 빠르게 부른다. 흥겨워, 어깨춤이 저절로. 농악패 등장. 흥겨운 마당.
“자, 이제 조용하게 천천히 불러 봅시다. 또 눈물이 날 것 같지요.”
조용해진다.
김유정 작가님.
“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아리랑 같은 인물들이지요. 거센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버덩의 풀잎같은 인물들이지요. 진정한 눈물을 알고 있는, 진정한 바보 인물들이지요. 거칠고 못나고 보잘 것 없는 따라지요 만무방이요 매팔자인 인물들이지요. 그러나 이 땅을 일구고 가꾸어 여러분들에게 전한 사람냄새 가득한 사람들이지요.”
모두.
“맞아요!”
박수! 꽹과리!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봄과 따라지]의 어린 거지들, [애기]의 미운 애기를 안고 할머니 할아버지 필수와 그 안해, [떡]의 옥이와 아버지 덕희와 엄마. [따라지]의 노랑통이와 딸인 버스걸, 집주인 마누라인 구렁이, [심청]의 심술꾼 그. 마당가운데로 나온다.
[심청]의 심술꾼 그. 김유정 작가님을 보고 빙긋 웃고는.
“열벙거지가 나서 종로로 뛰쳐나오면 구역질이 나지. 저 놈의 거지들 때문이지!”
[봄과 따라지]의 어린 거지들. 떡과 전을 입에 쳐 넣으며.
“그 거리에 우리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아요. 여러분, 안 그래요?”
독자들.
“맞아요!”
[떡]의 옥이 떡만 먹으며 고갤 끄덕이고, [애기]의 가족도 떡만 먹으며 고갤 끄덕이고, [따라지]의 노랑통이와 딸인 버스걸, 집주인 마누라인 구렁이 어깨에도 신바람 실리고, [심청]의 심술꾼 그.
“그래, 내 그날그날 번민으로 지내곤 하니깐 배짱이 돌아앉고 심청이 곱지 못해 심술을 부린 거지. 정말 그 거리에 너희들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나. 자, 배불리 먹고 신나게 춤춰보자.”
실레마을 농악패! 얼쑤!
사회자.
“자, 다음에는 [따라지]의 아끼꼬가 조금 전에 쓴 편지 -내 사랑, 톨스토이님께 -를 낭송하겠답니다.”
박수!
[따라지]의 아끼꼬 마당 가운데로 나온다.
“여러분은 내 사랑 톨스토이가 누구신지 잘 알거예요. 잘생기고 늠름한 남자지요. 소설 속에서야 생활과 변덕쟁이에 시달려 얼굴이 누렇게 찌들었지만 오늘 여러분들이 보고 계신 저 분! 잘 생기고 늠름한 남자, 바로 내 사랑, 톨스토이랍니다. 연애편지 한 장 써 달라고 조르면 ‘저 그런 거 못 씁니다.’ 하시고 내가 기가 막혀 ‘선생님 연애해 보셨어요?’ 하면 무안당한 계집애처럼 그만 얼굴이 벌개지셨지요. 이렇게 산수 좋은 곳에 고향을 두셨으니 참 행복하신 나의 사랑, 톨스토이이십니다.
그럼 몇 줄 안 되지만 나의 사랑, 톨스토이님께 아끼꼬의 이 마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전 원래 연애편지 같은 건 못 쓰지만 소설을 하시는 선생님과 깨웃한 그 초가집에서 살아선지 조금씩 써 지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나의 사랑, 톨스토이님께!
톨스토이님! 나와 영애의 방문 아랫도리에 손가락 하나 드나들만한 구멍 있는 거 아시지요? 난 그 구멍을 통해 건넌방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지요. 그 방엔 제가 별명을 지은 톨스토이님이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있겠지요. 눈감고 무얼 생각하실까? 어렵고 소란스런 세상사의 이야기 말고 무엇 근사한 생각을 하실까?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답니다. 아마 짝사랑이겠지요. 그래도 좋습니다. 가슴에 짝사랑이 있다는 건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까닭에서입니다.
오늘 이렇게 노란 동백꽃향기 알싸한 봄날에 저만치에 내님을 두고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하답니다.
내 사랑, 톨스토이님! 아니 우리들의 톨스토이님! 저는 이렇게 성황을 이루신 여러분들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톨스토이님이 쓰신 작품들이 여러분들 마음에 이미 샘구멍이 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살다보면 그립고 외롭고 눈물도 나겠지요. 그럴 때 여러분들의 마음에 있는 톨스토이님의 소설 샘구멍을 통해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제 마음에 난 작은 짝사랑의 구멍은 저를 늘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그 작은 구멍 안에 금병산도 있고 문학의 향기 넘치는 실레마을도 있고 내 사랑, 톨스토이님도 계시고 여러분들도 계십니다.
내 사랑, 톨스토이님께 편지를 쓰다가 좀 다른 길로 들어섰지만, 우리 모두는 그 작은 마음의 구멍으로 무진장 행복해질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지요? 내 사랑, 톨스토이님?”
아끼꼬가 톨스토이 김유정 작가님을 향해 묻자 김유정 작가님 일어나 고갤 끄덕인다.
그러자 아끼꼬 행복한 목소리로
“내 사랑, 톨스토이님! 사랑합니다!” 하고는 들어간다.
아끼꼬가 들어가자 [슬픈 이야기]의 나가 나온다.
“서울 신당리라는 곳이 본시 푼푼치 못한 잡동사니만이 옹기종기 몰킨 곳으로 점잔한 짓이라고는 전에 한번도 해본일 없이 오직 저 잘난놈이 태반일 것입니다.”
저 잘난 놈이란 여학생 장가를 들려고 안해를 내쫓으려는, 13년 전차운전수로 있다가 겨우 감독이 된 불밤송이 같은 저 놈을 말한다.
불밤송이 같은 저 놈 막걸리를 마시다가 눈만 멀뚱거린다.
[슬픈 이야기]의 나,
“아끼꼬가 톨스토이님께 쓴 편지에 저도 참 행복합니다. 저도 장가를 들었어도 얼마든지 좋을 수 있을만치 나이가 그토록 지났는데도 어쩌는 수 없이 삸월셋방에서 뒹굽니다만 옆방 감독내외의 싸움은 지겹습니다. 방을 구분하기 위하여 떡 막아논 것이 벽이라기 보다는 울섶같은데 안해를 패대는 그 싸움질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당리의 내 삶은 슬픈 이야긴가 봅니다. 그러나 소설을 떠나 실제로는 두 조카와 형수의 극진한 보살핌에 힘입어 소설을 썼지요. 그 길만이 내 길이라 생각하구요. 지금 이렇게 즐거운 마당잔치를 하게 되니 그땐 슬프고 서럽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그 길을 내가 참 잘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꽹과리! 박수!
사회자.
“그렇습니다. 김유정 작가님이 쓰신 소설들은 우리들 마음의 샘구멍입니다. 언제나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샘구멍입니다. 오늘 신바람나는 ‘김유정 작가님과 함께하는 얼쑤! 소설마당잔치’는 그리움으로 떠나온 문학여행이기도 합니다. 슬픈 이야기도 즐겁게 말할 수 있고 즐거운 이야기도 슬프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우리들은 진정한 형제요, 자매요, 이웃이며 사랑입니다. 오늘 소설마당잔치가 벌어지는 이곳, 김유정 작가님의 생가가 있는 실레마을은 곧 김유정문학촌입니다. 모락모락 맛있는 문학의 떡이 가득한 곳, 떡시루 실레마을! 우리 한국소설의 고향역(김유정역)이 있는 곳! 노란 동백꽃향기처럼 알싸한 사랑과 인정이 꽃피는 곳입니다. 오늘 만난 모든 분들 모두모두 반갑고 그립고 사랑합니다. 모두 잔을 들어 실레마을과 김유정 문학을 위해 소리쳐 봅시다.”
모두,
“영원하리! 실레마을과 김유정 문학이여!”
사회자.
“모두 고맙습니다. 이제 마지막 순서로 김유정 작가님께서 친구 안회남에게 쓴 편지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1937년 3월 18일에 쓴 ‘필승前’ 이란 편지와 같이, 글자의 수를 맞춰 쓰셨답니다. 싸인회는 이 편지 낭송 후에 곧바로 하겠습니다.
김유정 작가님 마당 가운데로 나와 친구 안회남에게 쓴 편지를 읽는다.
[병마와 싸우면서 (필승前)]
[마당잔 치에 와서 (필승앞)]
형아!
회남!
나는 날로 몸이 꺼져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 밤이면 불면
이곳 춘천 나의고향 실레. 금병산 기슭에는 정신아찔하게 노란동백꽃 피었네. 알싸한 그향
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있다. 그리고 맹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기처럼 나의 소설속 인물들 모두모여 춤을췄네. 촌장님 실레마을 사람들 전국의독자 얼쑤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
좋구나. 문학의향기 나누었네. 하늘 푸르니 우리맘 푸르고 다시또 땅재주 넘고싶네 넘고
겠다.
싶어.
형아!
회남!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지난 날들이 아름답지 않나. 고통 속에 향기가 있다는 그말처럼. 실연과 그 병고의 고통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속에서 길을 찾았지. 내가바로 찾는 문학이 향기였지. 내 삶의 향기 였다네.
형아!
회남!
내가 돈 백원을 만들어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주기 바란
지금 좀 어렵고 힘들어도 웃어야지, 억지로 웃다보면 그웃음이 내게 큰 행복의선물을 준다
다. 또다시 탐정소설은 번역해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
네. 내소설 등장인물들 바보되어서 살지. 그 바보들 참고 견뎌 내며 웃으니. 지금 여러 독
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걸로 두어권 보내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자 들 정말 즐겁게되고, 함께 행복한시 간들을 나누는게 아닐까 . 눈물을 흘려보지 않고서
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주마. 허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어떻게, 행복 해질수 있다 하겠는가. 근심과 걱정 슬픔 절망이란 행복의 이웃들 아니던가.
형아!
회남!
물론,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병을 위하여 무리를
막힌, 핏줄이 꿈틀대고 있 으니. 부분적 으로 오고 가지만. 핏줄이 완전히 뚫려서 누구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가고 오면서 한 반도 하나 되리니.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
용 서와 사랑 으로 문학 도하나되어 꽃피 우리니. 그때는 내고향 실레 마을에, 자주자주 찾
여 뭇 먹어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쏘구리 돈을 잡아
아 와 술을나누세. 알싸한 노란 동백 향긋한 내고향. 실레이 야기길을 걸으면서 맘껏 웃어
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보세나. 우, 정, 아름 답다네.
형아!
회남!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나의 조카 영수가 건네준 나의유품들. 이곳 내 고향 실레에서 독자들과 볼 수 있도록 힘써
다오.
주게.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모두 고향 찾아 행복 하였으면. 얼마나 즐겁고 기쁘겠나.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기다리마.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기다리마.
1937년 3월 18일 김유정으로부터
2014년 6월 14일 김유정으로부터
꽹과리! 박수!
사회자.
“김유정 작가님 고맙습니다. 김유정 작가님과 김유정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처럼 작가님의 조카 김영수로부터 안회남 친구가 가져간 원고를 비롯한 모든 유품이 모두 김유정문학촌으로 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들을 고대하며 등장인물들과 김유정 작가님의 싸인을 받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독자들, 등장인물들과 김유정 작가님께 싸인을 받는다.
이때 술에 취한 욕필영감, 한 독자에게 싸인을 하다말고 사회를 본 키 작은 중년남자의 바짓가랭이를 움켜 잡는다.
“아이쿠!”
어둠이 내리는 수어릿골 방죽 둑.
“서울양반! 왜 그러우. 개미가 물었수? 꿈을 꾼 모양이군. 날도 어두워졌으니 서둘러 서울로 돌아가야지유. 봄날이라지만 밤날씨가 쌀쌀해유.”
“고맙습니다. 봄볕이 좋아 잠깐 졸았는데, 벌써 어두워졌군요.”
“근데, 무슨 꿈이라도 꾸었수?”
“왜요?”
“저기서 듣자니까 ‘얼쑤! 얼쑤!’ 소릴 지르기도 하고 ‘아이쿠!’ 하고 비명도 지르던데.”
“아, 예. 신명난 마당잔치였지요.”
“마당잔치유?”
“예!”
김유정전집을 배낭에 담으며 유쾌하게 웃는 키 작은 중년의 서울남자. 실레마을 농군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김유정역’에서 서울가는 전동차를 타기위해 중얼중얼 노랠 부르며 수어릿골 방죽 둑을 떠난다.
키 작은 중년의 서울남자가 부르는 노래는 원래 그가 쓴 ‘어린 왕자에게 쓴 편지’란 편지집에 있는 노래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작사가 이자 시인이셨던 박건호 선생님께서 후배이신 이대헌 작곡가님께 부탁하여 만들어진 노래이다. 노래제목은 ‘어린 왕자에게 쓰는 편지’로 가사는 키 작은 중년의 서울남자가 삼십대 때 썼다.
김유정 작가님과 관련된 노래를 만들고 싶어도 음악엔 맹이라, 이 곡에 가사를 바꿔 즐겨 부른다. 콩나물을 제대로 세며 부르진 못해도 그래도 이 노래를 부르면 즐겁고 알싸한 노란 동백향기가 온 몸에 퍼지면서 땅이 꺼질 듯이 아찔한 게 좋다.
외로울땐 난정말- 그곳가고싶어 경춘열차 타고서- 훌쩍떠-나-요
북한강의 색-동 신연강-의 노래 함께 한들 달리면 김유정역
노란 동백- 향기- 알싸한 춘천-실레- 김유정작-가 고향 명작 무대야-
금병산기-슭- 실레이야기길-을- 걸어가본사람들-은 알지요
외로운 마음가-득- 따뜻한 사랑을 담-아줘- 향긋한-김유-정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