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범수
어머니는 날 빚으셨다. 어머니는 진실하였고 나를 항상 믿어 주셨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면 내가 실망시켜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은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내게 늘 축복이다. 그러나 자식이 아무리 잘나도 어머니는 늘 걱정 중이다. 자식이 성인이 되어 엄마 아빠가 되어도 어머니는 그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신다. 늘 어머니의 걱정은 곧 하늘에 대한 신앙과 같다. 간절한 희망이란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빚었다’다는 말이다. 어떠한 형상을 만들거나 어느 화학적인 반응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것을 창출했다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는 평생 동안 자식에 대한 온전한 믿음의 총체다. 바로 자식들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하여 온 세상은 사랑의 총합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광주광역시에서 엘지전자 부장을 맡고 있는 권범수 씨는 완도 약산면 어두리 출신이다. 지금은 이 섬이 다리가 나 있지만 그가 어린 날에는 배를 타고 다녔다. 권범수 씨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밑에 남동생과 어머니를 남겨 두고 일찍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머니는 바다에서 나온 해산물로 생계를 꾸려왔단다. 엘지전자 권범수 부장은 어릴 때 곧잘 공부를 잘했다. 어찌하든 어머니는 잘 가르쳐 보려고 갖은 일을 감수했었다고 했다. 더욱이 감사한 것은 한 마을에 작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양식업을 하고 계신 작은 아버지의 덕택에 약산중학교를 걸쳐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됐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친구들 사이에 우애도 좋았다. 특히나 많은 친구들 사이에 돋보인 점은 온화한 성격이다. 옆 친구들은 학업 성적에 따라 얼굴색이 달라지지만 그는 항시 변함이 없다. 웃는 데에도 그리 크게 웃지 않는다. 다소 웃는 듯 하지만 그를 바라본 상대 친구들에게는 크게 웃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권범수 부장은 이게 장점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웃음도 고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단다. 마음속에 형상과 똑같은 웃음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천성에서 비롯된 웃음인 것 같단다. 어머님이 그렇게 빚어주셨다. 지금은 수능이지만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땐 학력고사다. 학력고사 시험 성적은 우수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이 그의 성적을 보고 아쉬워하는 것은 연, 고대를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다. 문제는 가정 형편이다. 광주로 고등학교 유학한 것도 작은 아버지의 힘 때문에 왔는데 도저히 서울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슬펐다고 어머님은 말씀 하셨다. 전남대 경영학과 장학생으로 들어가 출발은 작지만 장차 미래는 크고 영광스러운 날을 위하여 노력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단다. 90학번으로 그때 시국이 힘들었다. 특히 전남대는 데모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도 이런 분위기에서 저녁이면 매일 술과 보냈다. 대학교 3학년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 공부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영어를 잘해 그때 토익점수가 900백점 이상 나왔다. 졸업과 동시에 엘지전자에 당당히 입사하게 됐다. 지금 완도 약산면 어두리에 계시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는다. 또한 누구보다 더 고향을 사랑한다. 마을 바로 앞이 바다다. 그 바다에서 만난 친구들도 해년마다 두 번씩은 만난다. 아니, 이 모임 때문에 평생 인연이 됐다. 지금 옆에 있는 아내란다. 고향에서 함께 모여 술 한잔 했고 너무 과해 토하게 됐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등을 두들겨주었다. 밤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못했지만 아마 그 여자 친구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어 결혼까지 했단다.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 알고 보니 등을 두들겨 주는 친구는 다른 여자 친구였다고 했다. 모른다는 것은 오히려 약이 된단 말이 그를 두고 하는 말 같단다.
권범수 부장은 “사람을 믿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성실하지 않더라고 자기만은 홀로 성실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속이는 것은 아닌데도 자기가 먼저 속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직원들 모두 믿는다. 설령 직원들이 단장 믿지 않더라도 시간을 두고 보면 믿게 된단다. 그의 웃음은 마음의 솔직성을 토해 낸지도 모르겠다. 한 배의 선장으로서 진실함을 잊어버리면 통솔하기 힘들다. 망망대해를 향할수록 그의 눈빛에는 한결같이 진실함이다. 이것이 그의 삶에서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