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멀어진
이제는 멀어진 친구여
잘 있는가?
나도 잘 있다네
서울 종로 경일교복에서 맞춘 교복을 중삼 졸업때까지 입으려면
처음에는 좀 헐겁게 그리고 점차 자라면서 대충 맞게 되지
그런 교복을 입고 교정을 거닐고
코스모스꽃밭에서 놀다가 수업종을 놓친 우리들
노트 가득 코스모스가 가득해서
선생님은 어이가 없으셨다
어떤 벌을 줄까 하다가 그냥 뒤에 가서 서 있으라고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셋이
동무들이 공부하는 뒤에 서있으면서
눈으로 말을 주고 받으며 소리 안나게 낄낄댔지
중학교 삼학년 이학기 쯤이 되면 슬슬 졸업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그때 덕수궁으로 갔었다
자주색 가방을 벤치에 모아 두고서
곳곳을 탐색하는 우리들
어이없게도 우리가 벤치로 돌아왔을 때
그 주변에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너희들 어디 갔었니?
저기, 돌아 다니다 왔어요
하필 그 벤치 주위에 남학생들이 있었단다
우리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으나
우리는벌을 받았다
그때 받은 벌이 뭐였는지 생각 나지는 않는다
반성문을 계속 써서 냈던 기억
써서 선생님 앞으로 가면 다시, 이 한 마디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반성문을 써내고 나서 끝났을까?
이제는 잊혀진 수많은 기억들 속에
교복을 입었던 단발머리 우리들의 모습
육십고개를 넘은지 오래라서 곧 칠십고개도 넘어야 하리라
안녕 그리운 내 친구야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씩씩하게 용감하게 살아가자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지아이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 중의 하나인 우리들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그동안 소풍 잘 끝냈느냐고 인사하게 될까
안녕 그리운 내 친구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만
내가 바라는 하늘나라는 언제나 그리움이란다
잘들 살자
우리들의 삶이 부끄럽지 않도록
안녕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