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탈출한' 예술...대자연을 캠버스로 삼다
대지미술(大地美術, Land Art)의 대가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아내 장 클로드 부부
대지미술은 1960~ 1970년대 개념미술 혹은 설치미술의 한 흐름으로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영국과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 특히 성행을 한 예술 장르로 비디오아트처럼 건축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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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와 장 클로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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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아트(Land Art)” 혹은 “어쓰아트(Earth art)”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원시 자연 상태인 우주의 미와 힘을 칭송하는 일종의 낭만주의적 산물로 빚어진 장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반상업적이며 일정기간 작품이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들 대지미술가들은 작업 현장이 곧 전시장이 되며 수집가나 화상들을 위해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미술을 화랑과 문명사회로부터 떼어내어 자연 한 가운데 설치하려는” 미술운동을 일컬어 “대지미술”이라 일컫는다.
대지미술가들은 미술을 화랑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떼어놓으려 했다. 대지미술은 전통미술의 값비싼 미술시장의 구도를 깨기는 했으나 어느 누구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작품을 “소유” 할 수 없게 되었다. 대지미술의 작업적 특성상 작가들은 엔지니어, 건축 시공자, 흙 따위를 옮기는 장비, 수송항공기 등에 의존해야 했고 이에 필요한 상당한 자금이 요구되었다. 작품 보존이 어려운 까닭에 모든 자료와 역사를 수록한 사진, 준비 데생, 텍스트, 필름 등도 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해서 이러한 기록물들은 화랑에서 별도로 전시되기도 한다.
대지에 관한 관심은 대지미술에 관여한 미술가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미술에 자연을 직접 매재(媒材)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자연속의 풍경이 신의 영역, 혹은 국가에 속하는 것이든 개의치 않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들(예술가들)의 것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작업 가운데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풍경 이미지는 그들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대지 미술가들은 예술창작의 본래 의도가 경쾌하고 손쉬운 장식이나 시시한 오락 따위, 지위나 상품의 획득에 뿌리를 둔 것은 아니며 예술가와 관객 모두를 특별한 방법으로 세계와 만나게 하는 의미 있는 창작 활동에 근거를 두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예술개념을 거부했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갈망에서 그들은 자연 속으로 뛰어 들었다. 자연과의 상호 관련이나 의존 가운데서 지위를 획득 하려고 하였다.
대자연을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인식하고 미술관을 벗어나서 사막·산악·해변·초원·설원(雪原) 같이 넓은 자연을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펴는 공간으로 활용하여 표현하는 대규모 설치미술인 대지미술을 최초로 작업한 작가는 월터 디 마리아(Walter De Maria 미국/1935~)이다. 그녀는 뮌헨의 한 화랑 내에 176입방피트의 흙을 퍼부었고 3년 후에 뉴멕시코에 피뢰침의 場을 만들어 땅과 하늘을 이용하여 24시간 동안 번개를 유도하는 “행위” 작품을 만들었다.
그 밖에 널리 알려진 대지미술 작가로는 로버트 스미드슨(Robert Smithson 미국/1938~1973).으로 그의 대표작인 <나선형의 둑>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해 졌다. 이 작품은 미국 유타 주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Great Salt Lake)에 있는 로젤 포인트에 현무암, 석회암, 흙, 그리고 결정염(結晶鹽)등으로 쌓은 거대한 방파제 작업이었다. 그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작가의 제작의도에 적합하기 때문이며 비행기를 타고 보아야 할 만큼 규모가 큰 점도 랜드 아트의 기본적인 특징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의 물이 포도주 빛을 띠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정열과 생명, 그리고 원초적인 호수의 메타포(metaphor)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대지미술의 거장은 포장미술가로 알려진 크리스토(Christo, Javacheff)와 그의 부인 장-클로드(Jeanne-Claude)를 일컬을 수 있다.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토와 프랑스 출신인 장-클로드는 출생일이 똑같이 1935년 6월 13일이라는 기묘한 인연을 갖고 있는 부부로, 캔버스에 풍경을 그리는 대신 자연이나 공공장소 등 풍경 속에 들어가 작업을 벌이는 대지미술을 개척해왔다.
이들 부부는 대체로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빌딩 전체뿐 아니라 탁 트인 자연의 중요한 부분들에서 둘러싸는 것까지를 포함해 거대한 규모의 작품을 구상하고 시도했던 작가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 부부는 지난 4월 2일에서 22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있는 박여숙 화랑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한국 전시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타바 프로젝트와 미국 콜로라도주 아칸소강 프로젝트를 둘러싼 드로잉과 콜라주 등 28여 점이 전시되었다.

이들 부부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작품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내 총연장 약 37㎞의 산책로를 따라 축구 골대 형태인 높이 4.8m의 기둥 7천500개를 세운 뒤 기둥 상부에 황색 천을 설치한 <더 게이츠, 2005년> 와 플로리다 비스케인만의 11개섬을 분홍빛 천으로 둘러싼 <둘러싸인 섬들, 1983> 등이다.
<더 게이츠>같은 경우 크리스토 부부가 뉴욕센트럴파크에 1979년부터 추진하여 거의 26년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뉴욕시민들은 완전히 달라진 도시모습에 놀랐고 단번에 그들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기뻐하며 그 즐거움에 행복해 했다는 일화도 있다.
1991년에는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연 속에 우산 3천100개를 설치하고 1995년에는 독일 베를린의 제국의회 의사당을 은색 천으로 감싸기도 했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해당 국가의 정부 승인 등 복잡한 절차로 한 작업이 10~20년이 걸리고 엄청난 인원과 자금이 동원되며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철거되기 마련이지만 이들 부부는 이를 통해 자연 속에 담긴 예술과 예술 속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예술은 소유할 수 있고 영원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려왔다.
지금 계획 중인 마스타바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피라미드 이전의 이집트 무덤 형태였던 마스타바를 40여만 개의 스테인리스 오일 드럼통을 높이 150m, 폭 300m 규모로 쌓아 빛에 따라 변화하는 시각 효과를 내는 작업이다. 한편 아칸소강 프로젝트는 약 60㎞ 길이의 아칸소강에 천을 덮어 빛의 흐름을 만들려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한국 방문을 맞아 이루어진 이들 부부의 인터뷰 가운데, 작품에 담겨진 메시지를 물었더니 그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는 없으며 다만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것과 빛과 대기와 반응하는 미술, 사람들이 그것을 만져보게 하고 싶다”는 대답이 있었다. 작품크기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엔 “사람들이 만든 건축물 즉 공항, 다리 등을 보면 얼마나 큰가!” 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돈과 인력과 시간이 들여 만든 작품을 왜 2주 만에 철거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아무리 소중한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서”라고 하였다. 이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역으로 과도하게 포장된 예술품에 영향을 받는 소비사회를 비판하고 있고, 현대문명에 위협받고 있는 자연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드러내고자 했음에 틀림없다.
대지미술은 일종의 개념미술이기에 작품의 결과보다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과보다는 미술행위 그 자체를 더 중시한다. 곧 그리는 그림이라기보다는 보여주는 미술인 것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감독)
대구신문 입력시간 : 2008-05-19 09: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