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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의 마을답사를 하기 위하여 진천군 광혜원면 구암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청주충북 환경운동연합 김학성 대표, 흥덕 문화의집 윤석위 관장, 김명기씨, 충청일보 이성아 기자,
저 이렇게 5명이 출발을 합니다.
지도에서 아래 부분에 있는 덕성산을 마을 뒷산으로 하고 동향으로 난 산골짜기 마을입니다.
덕성산은 금북정맥에 있는 산으로 북쪽으로 칠현산을 지나면 한남금북정맥의 북쪽 끝자락인 칠장산이
나옵니다.
지도를 잘 살펴보면 중심산줄기를 따라가고 있던 도경계선이 칠장산으로 가지 않고 덕성산에서 광혜원
저수지를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을 중심산줄기로 본다면 충북과 경기도의
경계선이 칠장산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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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 광혜원면 구암리에 들어서서 비들목과 무술 마을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덕성산을 바라보니
산줄기가 힘차게 골을 이루며 가고 있는 수려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좌측은 무술 마을로 가고
우측은 비들목 마을입니다.
구암리는 태권도 공원 후보지로 한동안 말이 많던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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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 마을에 들어서니 감나무가 마을을 감싸다 시피 하고 오후 햇빛에 빨간 홍시가 햇빛에 더욱 붉게 보이며
먹음직합니다.
농촌마다 마을마다 빈집이 많은데 이곳도 피하여 갈 수 없는 운명처럼 빈집이 꽤 보이고 마을분들 대부분이
80줄에 들어선 노인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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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산 아래 조용한 마을입니다.
활동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쓸쓸하지요.
개울 옆에 있는 감나무에 가린 스레트 집에 이 마을의 최고령자인 이한승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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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가 엄마 곁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시골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반갑고,
귀에 달린 꼬리표를 보니 08,08,28 이라고 태어난 날짜를 적어놓았으니 두 달도 안 된 숫송아지입니다.
한때 시골에서 재산목록 1호인 음메 소들이였는데 지금은 소고기 수입으로 소 값이 폭락을 하며 된서리를 맞고
산골짜기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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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아 기자가 왼손으로 꼬은 새끼줄에 고무신을 매달은 줄을 보며 신기한 듯 바라보니 김학성 대표가
송아지나 돼지 새끼가 태어나면 부정 타지 말고 잘 살아 라고 만들어 우리 앞에 걸어 놓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여 줍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물건인데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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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86세)씨 집에서 이런저런 살아온 옛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놓고 있습니다.
부인인 최언년(82세)씨는 방안에서 문을 열고 이야기를 거들고 있는데 뜨락에 시레기며 호박고지, 대추, 밤,
조선 벌까지 날아다니며 가을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남매를 두었지만 다들 나가 살고 있다보니 무수리 시골집에는 두 노인네만 남아 있습니다.
홍시도 따먹고 대추도 먹어봐 하는 인심 좋은 산골마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윤석위 선배가 이곳 회죽리 배나무골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살아 고향에 대한 유년기에 대한 진한 그리움에
고향사람들인 마을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엉덩이를 들어 올릴 생각을 안 합니다.
누구나 유년기 때의 추억은 가슴 시리도록 남아 있지요.
슬쩍 광혜원 초등학교 다닐 때 삼형제가 내리 1등만 하였다고 흘려 놓기도 합니다.
담장에 있는 감나무에서 홍시를 따 먹고 시골의 공통된 노령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개울 건너 작은 암자 옆에 살고 있는 정봉(84세)씨와 최창운(76세)씨 집에는 부인인 최창운씨만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며 가을을 맞이하고 있나 봅니다. 최창운씨는 용인에서 6.25때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가 아저씨를
만나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딸을 여섯 명을 낳고 아래로 아들을 두 명을 두었다는 딸딸이네 집입니다.
옆집의 뒷밭에 만들어 놓은 하우스 안에서 동부 콩이며 고추를 다듬고 있는 두 분이 모두 환갑을 넘겼을 것
같은 모녀의 모습에도 가을빛이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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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있는 조선 벌통에는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가을 벌들의 꿀 모으기가 한창입니다.
10여 년 전에 드라마 촬영장 유치로 이곳을 수차례 방문하던 때와 겉모습은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마을
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골짜기마다 헤집고 다니며 땀 많이 흘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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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마을이나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 속에 무수리에도 빈집이 많습니다.
빈집의 사랑채 부엌 벽막이가 싸리채로 만든 모습이라 오랜만에 보는 장면입니다.
아마 앞으로는 싸리채로 된 삽작이나 벽은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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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의 시간은 오후 5시 25분에 멈추어 있네요.
그을음이 가득한 천정은 오랜기간 살림을 한 흔적인것 같은데 오늘은 해거름의 밥짓는 연기가 오르지
않을것 같습니다. 아직도 문창호지는 지난추석에 바른것 처럼 깨끗하기도 하고 담장의 쓰러진 감나무에는
감이 익어가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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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1996년 달력을 끝으로 사람들의 냄새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속의 모델도 달력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 있지만 몸매만은 끝내줍니다. 지금도 그럴까
벽에 걸린 양복은 양복주머니에 포장되어 있어 지금이라도 입고 외출을 하여도 될 것 같은데,
다 무너져 가는 벽장에는 경주이씨 족보 몇권과 1970년 전후의 중학교 교과서가 남아 있던데,
한때 시골의 꽤 큰집으로 살만 하여 보이는 이집의 가족들은 모두 다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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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무너지고 천정이 뻥 뚫려 하늘이 올려다 보이며 가시덩굴이 지붕을 덮고 있는 모습과
주인을 잃고 할일 없이 마당만 차지하고 있는 농기구며 장독대가 빈집의 쓸쓸함을 더 하여 주고 있습니다.
첫댓글 청주삼백리 송태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쓸쓸하면서도 정겨운 모습이 묻어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