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일까요? 이것도 하느님의 계획입니까?”
진도 팽목항 기도 천막을 찾는 신자들이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묻는다. 300여 명이 바다에 갇혀 있는데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몸부림이며, 자신이 믿었던 하느님에 대한 배신감의 토로다.
진도 팽목항 기도 천막을 지키는 김관수 신부(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는 이 물음에 대해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부른 참사, 죄로 인한 희생”이라고 답한다.
“10년 동안, 먹고 살기 바쁜 와중에도 성당에서 정말 열심히 봉사했는데, 나에게 돌아온 것이 뭐냐,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셨느냐며 분노하고 절망하던 아이 어머니의 말이 잊히지 않아요. 몸 어디가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쳤더라도 하느님은 내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줬어야 한다는 절규가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 | | ▲ 진도 실내체육관 천막 성당에서 봉헌되는 미사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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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수 신부는 이곳을 찾은 신자들의 말을 전하며,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당분간 분노와 절망으로 성당에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리면서 헤아리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의미 있으려면, 이들에게 이 시련 안에 깃든 의미가 무엇인지 신앙 안에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김 신부는 절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부활 신앙’이라고 답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은 성삼일 하루 전날이었다. 4일 후 맞이한 예수 부활 대축일은 극심한 슬픔의 시간이 됐다. 김 신부는 “우리는 아주 특별한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부활 신앙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던진다”면서, “하느님 안에서 아이들과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한다면 오늘의 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세월호 탑승자들의 죽음, 특히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성사(聖死), 거룩한 죽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우리 어른들이 지은 죄의 값을 대신 갚기 위해 희생 제물로 바쳐진 어린양, 사람들의 죄를 대신한 예수의 죽음이며, 그렇기 때문에 김 신부는 이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부활 신앙에 대한 도전이 된다고 했다.
김관수 신부는 우리의 절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부활 신앙이라며, “자비롭고 정의로운 하느님은 우리 죄를 대신한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 | ▲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앞 천막 성당에는 같은 그림이 있다. 물에 빠진 베드로가 예수님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그림이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하느님이 저토록 굳게 손잡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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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부활 시기를 앞두고 일어난 이 사건, 죄 없는 아이들의 희생을 통해 교회는 ‘부활 신앙’을 다시 성찰하며 도전에 답하고, 피해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지난 5월 5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모든 이웃을 위한 참회의 거리 미사’에서 소희숙 수녀(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서울수녀원) 역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부활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알 속에 갇혀 두드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밖에서 꺼내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부활을 믿으십니까? 부활을 믿지 않으면 우리는 이 일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김관수 신부는 인터뷰 중에 도리어 기자에게 물었다. 간곡하고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부활 시기였다. 그러나 고통은 우리에게 부활 신앙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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