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을 항공및 위성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해 기존의 항공·위성 자료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붙이는 편집 기능인 '나노 바나나 2'(Nano Banana 2) 툴(도구)를 내놨다가 하루만에 철회했다. 구글 측은 1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일부 사용자들이 회사의 정책을 위반한 생성 이미지를 만들어 올린다"며 "더욱 강력한 보안 조치를 시행할 때까지 이 기능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구글/사진출처:픽사베이.com
구글 어스로 확인되는 경기 광명시 모습/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7월) 30일(현지시간) 자사의 AI 이미지 생성 도구인 '나노 바나나 2'를 구글 어스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사용자가 구글 어스의 위성·항공·3D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위치를 지정한 뒤, AI(나노 바나나2)를 돌리면 몇 초 안에 원하는 이미지를 그 위치에 만들어 붙일 수 있었다. 구글 측은 "역사적 사실의 시각화와 부동산 개발 계획 등 지리·공간 정보에 대한 창의적 접근 방식을 장려하기 위해 설계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은 '나노 바나나2' 기능을 하루만에 철회했다. "사용자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이나, 재난, 정치적 사건을 상상하며 만든 '가짜 이미지'를 SNS에 올리면서 구글 정책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뉴욕 고층 빌딩과 충돌하는 비행기, 공격받은 미국 항공모함, 운석 충돌, 핵폭탄 폭발 현장 이미지는 물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탄 폭발 분화구(큰 흔적)이나 암스테르담의 자동차 사고 장면 등 실제처럼 만든 가짜 이미지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구글 어스의 AI 생성기 '나노 바나나2'로 만들어낸 재난 가짜 이미지/사진출처:텔레그램, 스트라나.ua
AFP통신도 자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파리의 폭발 사건이나 러시아 폭탄의 폭발 흔적,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훈련장 등 민감한 국제 사안을 진짜처럼 믿게 만드는 가짜 위성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위험은 그동안 전쟁 피해나 군사시설, 재난 현장 등을 확인하는데 사용된 구글 어스의 항공·위성 자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구글 측은 "많은 사람들이 구글 어스를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지리·공간 전문가들이 '나노 바나나2'를 유용한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책을 위반해 생성한 가짜 이미지가 널리 퍼지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더 강력한 보안장치를 구현할 때까지 구글 어스에서 이 기능을 '롤백'(되돌림, 철회)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노 바나나2 AI 생성기를 이용하면 기존의 구글 어스 사진(위)를 순식간에 아래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나노 바나나2' 기능이 출시되자 전문가들은 이 도구가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에너지 시설을 공습한 뒤 구글 어스 자료를 이용해 불타는 정유 공장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반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 오데사를 공격한 뒤 파괴된 가짜 항만 시설 사진을 유포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검증 및 그 활용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샤얀 사르다리자데 BBC 기자는 엑스(X)에 "구글 어스는 그동안 언론과 과학자들이 전쟁 피해, 군사시설, 재난 현장 등을 확인할 때 기준 자료로 활용해 왔다"며 "그 기준 자료 안에 AI 툴(도구)을 넣는 것은 '가짜'를 밝혀내는 잣대를 오염시키고, 가짜 정보를 더 많이 퍼뜨리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6월 초, 러시아 대법원은 주택 사기 사건을 다루면서 구글 어스의 이미지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됐는데,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된 '구글 어스 프로' 사용 이미지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실제 사진을 확인했더니, 사기 사건의 대상이 된 건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사기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집행 유예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구글의 AI 툴(도구)가 비판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AI 도구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사용자들을 감시했다는 혐의로 지난해(2025년) 11월 소송을 당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구글의 Gmail, Chat, Meet 사용자들은 '제미나이'를 필요에 따라 활성화하고 사용할 수 있었는데, 구글이 10월부터 사용자 몰래 활성화해 사전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는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