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노무현 태통령님에게 이번이 직접 쓰는
두 번째의 편지이겠군요.
저는 참 뭐가 더딘지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말보다 “노짱”이라는 애칭이 더 입에 붙고 좋아 죽겠습니다.
노짱님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지만 제가 그럴 지위도 아니고
메일 보내도 직접 보실 거라고 생각도 들지 않아 이곳 저곳에 어느 한곳이라도 깔아 두면 혹여라도 보실까 해서 여기 올립니다.
노짱님. 많이 힘드시지요.
음... 그게 언제 였던가요. 개혁적 국민정당이 창당식을 가졌던 63빌딩앞에서 당신을 뵈었을때. 검정색 코드차림으로 체어맨에서 내리시던
노짱님 노사모의 풍물패가 길놀이를 하는 곳을 지나시다가
느닷없이 그 풍물패의 누군가에게 꽹가리를 받아 흥겨웁게 같이 어울리시던 때가 기억 납니다. 저도 봉산탈춤과 우리 음률을 전수 받았던 터이고 보면노짱님의 꽹가리 소리 어설픈 솜씨 아니셨지요.
아마 노짱님의 어린 시절 동네서 배웠던 가락일테지요.
정치 하면서 그걸 따로 연습하셨을리 만무고 소리하는 사람보다 무섭다는 “귀 명창” 소리까지 듣던 제 귀에도 그것은 제대로 익힌 솜씨였다는 기억 또렷합니다.
수줍은 얼굴에 곱게 다문 입술로 박자에 끄덕이며 미소 짓던 당신.
그런 당신을 보면서 내가 당신을 위해 수구의 개들과 맨 몸으로 싸운다는 사실이 하나도 겁나지 않던 그때가 있군요.
노짱님.
일제강점기를 지나 미군정 시절에 그 당시 국민학교 도덕 교과서에
인가요. 철수와 영희가 아버지를 따라 기차여행을 가서 식당차에서 식사 매너를 가르치는 장면이 있었답니다. 포크는 오른손 나이프는 왼손.
고무신만 한 켤레 있어도 부잣집 아들 듣던 그 시절에 소도 놀라 도망 간다는 기차를 타고 포크 나이프로 양식 먹기 가르치던 그 어리석은 관료들이 이승만과 박정희와 살인마 전두환과 노태우를 지나 김영삼 김대중을 거쳐 당신에게 오는 동안까지도 여전히 건재 한 것 보시면서 울분이 터지시지요?
이전의 대통령들이 자기가 자릴 차지하면 거의 자기
수족으로 다 갈아 치우던 그것도
당신은 또 바보처럼 30퍼센트도 못 갈아 치웠다고 하더군요.
월드컵 4강이면 세계의 국력의 순위도 4위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미국에게 할말은 하자고 하는군요. 파키스탄과 인도가 그렇게 골머리 처 싸매고 싸울때도 뭐라 말 못하는 미국이 한국에는 그럴 수 있느냐고요. 파키스탄과 인도가 가진 핵무기 우리도 갖고 있으면
그럴 수 있겠지요. 저도 미국에게 할말 하면서 개겨 보자고 하는 편이에요 사실은.
고백처럼 이야기 하자면요.
“노무현이 대통령 되문 느네는 다 주거써 ”라며 흥분하는 어리석음까지 저지르는걸 부끄러워 하지 않았어요. 그 오랜 시간을 독재자들에게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서 강력한 대통령제하에서의 합법적이고 파쇼적인 칼부림을 기대 했던 거지요.
그런데 당신은 다 놓아 버리대요. 참 졸라 허망 합디다...
“어떻게 잡은 권력을 저렇게 조각 내서 나눠주구 지랄이야..”라고 무려 30초간 생각했다니까요. (“다 잡아다 족치면 끝내 줄텐데... 마왕을 국정원 제2차장만 시켜주문 정형근도 일주일안에 간첩으로 만들어 줄 자신 있는데 씨바..”)
왜 그렇게 안하셨어요?
(저 국정원장 안 시켜 준거 말구요 -_-;)
노짱님. 당신.
당신의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이 나라 국민에게 진짜로
권력을 되돌려 주려고 하셨나요?
참 미치겠습니다. 당신.
국민들은 바보에요 바보. 줘도 못 먹어요. 노짱님 당신의 문제는요.
너무 국민을 믿어요.
어떤 못된 놈이 명계남형에게 안티조선 하는 것도
노무현 권력에 과잉 충성이니 헛소리 찍찍 해대대요.
이제는 시절이 달라져서 신변의 위협을 안느끼고 운동을 할수 있대나요?
그거 보면서 웃었어요. 그 바보 같은 녀석이 제법 알려진 논객처럼 대접 받는 것에 웃겼구요 눈물도 나서. 웃었어요.
노짱님.
명계남이란 인간이 노사모 하면서 진 빚이 대략 5억이
넘는다는 거 알고 계세요?
그런데 그 인간 명계남. 노사모 회비로는 어림도 없어서
늘 사비 털어대 가며 미친 듯이 자기를 던져 놓고도
생색 한번 내는 걸 본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그거 왜 그런 것 있잔아요 과잉 충성이라는게 뭔가
한자리 할까 하는 그런 탐심이 있는 넘들이 10원 어치
해놓고도 천원어치 했다고 떠드는 거 아닌가요?
참여정부 인수위 때 명계남형에게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
제의 하셨드랬었지요?
노사모를 발판으로 노무현을 등에 없고 뭔가 한자리
해보겠다고 까분다는 음해 받으면서 무럭 무럭 큰(?) 명계남형
“제가 그것을 맡게 되면 노사모 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노무현 당신에게 누가 됩니다. 차라리 내 친구 문성근이를 시키세요. 전 못합니다.”라고 대답했구요. 문성근형 또 당연하게 일언지하에 거절해서 그게 이창동 감독이 떠(?)맡게 되었구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 아니
정치에 관련된 모든 십새끼들이
자타가 공인해주는 킹메이커였던 두 인간이 그렇게 맨몸으로
돌아 올때 “어 느네 멋지다. 느네 정말 진정성 있는 놈들이었구나”
박수 처 준 인간들 못봤어요 저는.
과잉충성이라는 닭들은 많이 봤어도.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노짱님 탄핵한다고 한나라.민주당 띨빵들 국회 모이던 날
여의도에서 계남이형에게 제가 물었어요.
“영화 어떻게 됬어요. 펀드가 안들어와서 힘들다면서요”
계남이형 그 못생긴 뾰족한 이빨과 입술 모아서 45도로 비껴간 시선으로 내리 깔면서 힘없이 그러더군요
“야. 마왕아. 내가 영화를 만드는데 명계남이한테 투자를 하면 그 돈이 노무현한테 가는 거라고 투자를 안해. 인간들이.”
“엥? 아씨. 그럼 뒤로 빠져 있고 다른 사람 내세워요”
“그래도 소용이 없어 그렇게. 했잔어 지금. 대표를 다른 사람으로 했는데도 돈이 안 모여”
그리고 곧 동숭아트센타에 있던 영화사 이스트필름은 사무실 임대료를 못내고 정리 해버렸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열정적이었던 킹메이커가요.
그래요. 사실. 그렇게 열나 충성하며 노사모 하면서
"노짱님 사랑합니다" 외쳤던 명계남이
대선이 끝나도 국물도 없는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당연한
세상이기는 하지요만.
존나 슬퍼요. 노짱님.
그런 계남이형에게 과잉 충성이니 하면서 지 글빨
영향력 좀 펼쳐 보겠다는 닭들 보면요.
아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드라.
흥분하면 옆으로 말이 새는 이 버릇 진짜 고치기 힘드내요.
아. 생각 났다.
노짱님 저요.
김선일씨 참수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죄로 파병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해야 하는 댓가로 치러지는
저 죽음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초라했거든요.
분했어요.
통곡했구요.
제가 대신 죽어도 파병 반대 이거해야 한다고 굳게 믿어요.
그건 내가 당신을 믿는 것 만큼이요.
그러나 그러면서 또 당신을 생각하면 울어요.
어릴때 배웟을 꽹가리 장단도 안 잊어 먹는 머리 좋은 당신이.
서울대 애들도 펑펑 나가 떨어지는 사법고시를 겨우 상고만 나와서도
통과한 당신이 그깟 대통령이 되었다고
전두환에게 분노하고 정주영에게 호통치던 당신
자신을 잊어 먹었을리 없건만
그런 자존심 다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제일 높은 자리 공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에도 없는 파병. 한미 상호 신뢰니 입에 발린 소리
해가면서라도 그렇게 발발 기면서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을 지켜보겠다고
이 악물고 가는 당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피가 되고 그 피가 강이 되어요.
정말.
노짱님. 당신 얼마나 외로울까.
당신을 사랑한다던 사람들까지
“이럴려고 탄핵 구해준 줄 아느냐”고
생색 낼때마다 당신은 또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그러면서도 “국익”이라는 말로 뭉뚱거려 가면서
뚜벅 뚜벅 가야 하는 당신에게
도데체 난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요.
무엇을 해드려야 당신을 그렇게 악에 바쳐
물어뜯는. 그래도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나의 목숨이 필요한가요?
가져가세요. 차라리.
나를 평화의 도구가 아니라 이 나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똥으로 거름으로 쓸 수 있다면 날 가져다 뿌려 주세요. 제발.
좀더 솔직히 돌 맞을 소리 할까요. 노짱님.
나 만약에요. 한반도에 전쟁 나서 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판이 되면 이라크의 어린 친구들과 약한 여자들
너무 너무 가슴 아프게 죽어 가는거 알고 있고 차라리
날 죽여서라도 그런 평화가 오면 좋겠지만 그렇치 못할 때
당장 내 아들 한얼이가 내 사랑하는 극단 식구가
내 사랑하는 노사모가 내 사랑하는 국민이 죽어 나가는 그때는
힘이 없는 조국 이라크 만난 그 어린 아이들보다
더 먼저 지키러 나설 거에요.
이게 솔직한 내 본성이에요.
옆집에 부시같이 생긴 흉악한 강도가 들어도 일단 내 가족이
안전할 수 있는지 그것부터 챙겨 보고 우리 식구가 해가
된다면 난 주저 없이 강도와 싸우던가 싸워서 도저히 이기기는 커녕
내가 죽어 남은 식구까지 위험해질것만 같으면
그 강도에게 싹싹 빌고 발꼬락을 빨고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강도에게 목숨을 구걸해서 내 가족 내 아이를 살릴거에요.
이게 나의 부끄러운 본성이에요.
노짱님....
생각해 보니까 난 노짱님 당신을 지지 한 적이 없어요.
지지는 언제든 뜻이 다르면 바꿀 수 있는 거라
속이 편한것이긴 한대요.
난 당신을 사랑했더라구요.
누가 그러는대요.
사랑하는 동안 가장 위험한 것은 “억측”이라고 하더군요.
“너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걸 보니까 전에는 안 그럴 것 같았는데
너 아무래도 변했어.변한 것 같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맹서 했었지요.
그 맹세에 더불어 필요한 것 한가지를 더 알았어요.
나는. 어떠한 순간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당신을 “억측” 하려 하지 않겠어요.
세상의 모든 “억측”에 시달리시고 계시는 당신.
굳건하게 견뎌 주세요.
이를 악물고 참아 주세요. 그런 당신을 보는 저는 피눈물이 납니다. ㅜㅜ
그리고...
너무나 미안합니다.
노무현 당신을 대통령하게 만들어서요.
이 시대의 고통을 당신에게 다 떠넘겨
버리고 이제 니가 책임지라고
온 몸으로 윽박지르는
나 자신 한심해서 참으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