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2019 서울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컨셉트카 XM3 인스파이어는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과 르노 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이 여전히 제품 개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르노삼성의 XM3인스파이터가 의미하는 것과 르노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의 입지 등을 짚어 본다.
연간 생산용량 30만대 규모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르노삼성 브랜드의 모델을 비롯해 르노 브랜드로 수출되는 모델과 닛산 로그의 OEM 생산으로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그룹 내 여건 변화에 따라 위탁생산되는 OEM 모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르노삼성은 자체 라인업 확대를 통해 가동률도 높이고 내수시장 확대는 물론이고 수출까지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우선은 그동안 부산공장 생산의 중심축을 맡아왔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연 10만대에 6만대로 축소하는 선에서 결정이 나 그나마 숨통은 트인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OEM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2019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디자인 스터디 모델 XM3 인스파이어는 르노삼성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을 때도 QM3라는 소형 크로스오버를 출시해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재기의 길을 마련한 전력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에서 먹히는 매력적인 뉴 모델이 위기탈출은 물론이고 세 확대의 핵심인 것은 변함이 없다.
QM3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좋은 것’보다는 ‘다른 것’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SM6와 QM6도 예외가 아니다. 르노삼성만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과 상품성에 있다는 것이다.
XM3 인스파이어는 그런 점에서 르노 삼성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다. XM3는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쿠페라이크한 스타일링의 크로스오버다. SUV라는 시대적인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점을 강조하는 장르에 속한다. 목표는 물론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상품성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르노 브랜드로의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은 제대로 다듬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디자인이 되어 버린다. 이를 혁신적으로 그려내는 데 최대한 집중하면서 매력 포인트를 모두 담기 위해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아직 실내 디자인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디자인 품질 측면에 있어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마도 SM6와 QM6를 넘는 또 다른 차원의 높은 질감의 실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르노삼성은 XM3를 기존 라인업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해 지고 있는 소비자의 취향을 한 가지 성격의 모델로 만족시키기 힘들기에 크로스오버 SUV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개념의 신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르노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그런 한편으로 최근 부산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으로 인해 르노삼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부산공장 가동을 최장 6일간 중단하는 방안마저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공장 파업이 품질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품질 문제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10년, 20년전에는 자동차 브랜드의 파업기간 중 생산된 차량에 대한 구매를 꺼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실제로 판매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자동차 생산 공장이 로봇을 도입하며 자동화된 지금은 이러한 문제는 거의 없다.
자동화 공정이 확대되기 전에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공정 상 파업 기간에 자주 라인이 서면서 불량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각 기업에서는 파업 기간에 더욱 집중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핵심 거점이다. 한국의 시장으로 보나 생산거점으로 보나 중요하다. 한국GM은 군산과 부평공장 2곳의 생산시설을 운영, 한 곳을 폐쇄해도 대안이 있지만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 한 곳이다. 부상공장 폐쇄는 전면철수를 의미하기에 이러한 상황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판매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상위 2%에 속하는 최 우량 기업이다.
르노 그룹은 한국에 연구와 생산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 디자인 센터, 기술연구소, 생산공장 등 완성차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속도와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단순히 생산과 판매만을 위한 기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르노 그룹 프랑스 본사 연구소를 제외한 가장 큰 규모의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중앙연구소)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약 1천명의 인력이 상주하며, 다양한 세그먼트의 신차 연구개발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중앙연구소)는 르노그룹 내 SUV 연구 및 생산기지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해부터 그룹의 프리미엄 SUV 차종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이제 중앙연구소는 한국을 넘어 르노그룹의 아·태 지역 R&D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18년 11월 대구에 르노의 신차와 첨단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를 마련했다.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는 르노그룹 내 아시아 지역 최초의 차량 시험 센터다. 또한, 오는 9월부터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9월부터 5년간 부산에 위치한 동신모텍의 공장에서 트위지를 생산하게 된다. 현재 동신모텍 공장의 연간 트위지 생산능력은 5,000대 수준으로, 내수 판매는 물론이고 유럽 수출과 향후 동남아시아 수출까지 1만5,000대의 물량을 생산, 수출한다는 목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오랜만에 기업광고를 시작했다. 제품광고가 아닌 기업 브랜드만을 위한 광고 캠페인은 6년만이다. 르노삼성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기업광고를 진행하다 명맥이 끊겼다. 최근 제품 홍보 중심의 광고 캠페인을 이어오다 고객들에게 르노삼성 브랜드의 컬러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다시 기업 광고 캠페인을 개시한 것이다.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이 광고까지 하며 브랜드 광고에 나서기는 어렵다.
XM3인스파이어는 SM6, QM6와 더불어 시작했던 르노삼성의 라인업 다양화를 위한 상징적인 모델이다. SM6와 QM6가 그렇듯이 르노삼성의 기흥 연구개발센터가 중심이 되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르노 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시장을 위한 차세대 부산 프로젝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 고객의 요구와 취향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2020년 상반기에는 양산형 모델이 등장한다. 상대적으로 라인업이 부족한 르노삼성의 입장에서 XM3가 등장하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게 된다.
지금 르노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고 XM3 인스파이어는 그 역할 수행의 임무를 부여 받은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