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나와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것도 주변에 등 떠밀려 하는 봉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자발적인 봉사 시간은 얼마나 될까. 14일 만난 푸른마을 영암자비회 회장 제법 스님과 회원들은 생활 속에서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영암자비회를 이끌고 있는 제법 스님은 부처님 법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살아있는 부처’다.
30년 가까이 무의탁 노인과 불우노인들을 위해 숨은 봉사를 해온 제법 스님은 “뜨거운 여름날 1000원이면 5명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며 “한달에 1000도 좋고, 3000원도 좋고, 5000원도 좋으니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 줄 수 있는 회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회원 가입을 권유한다.
#제주양로원에 살며 똥·오줌 받아
제법 스님의 숨은 봉사는 77년부터 시작됐다. 부처님께 귀의하면서 무의탁 노인과 불우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은 스님은 봉사활동의 시작을 제주양로원에서 했다. 경기도 수원 소재 강원에 다니면서도 스님은 제주양로원에 거주하며 할머니 할아버지 똥·오줌을 받아냈다. 당시 양로원 양을선 원장과 함께 죽림정사를 짓고 부처님 법도 전했다.
“스님의 몸으로 양로원에 살면서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생활하니까 말도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마음먹었던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무료양로원을 짓는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밑바닥 일부터 해야한다고 생각했지요. 남들이 뭐라 하든 부처님 말씀에 따라 생각하고 양로원과 죽림정사를 오가면서 10년을 ‘보통 사람’처럼 생활하며 할머니·할아버지를 돌봤지요. 절에서는 스님으로, 양로원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는 보통사람으로”
제주양로원 봉사 10년을 하고 나서 스님은 거처를 옮겼다. 성산읍 신산리 달성사에서 2년, 산천단 구암굴사에서 2년을 지내다 86년 제주시 영평동에 터를 마련해 텐트를 치고 살면서 영암사를 지었다. 영암사로 옮기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님의 봉사활동은 멈춤이 없었다.
#영암자비회 숨은 봉사 ‘수면위로’
스님의 숨은 봉사가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스님을 도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한둘 생기자 푸른마을 영암자비회가 꾸려졌다. 86년 처음 4명으로 시작한 영암자비회는 현재 회원이 300명 정도가 된다. 이중에서 꾸준히 회비를 내주는 회원은 100명,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회원은 15명 정도다.
95년부터는 한 달에 세 번 봉사활동을 했다. 둘째 일요일에는 제주양로원을 찾아 손수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셋째일요일에는 영암사 승합차량을 이용해 무의탁 노인들을 초청해 제주관광을 실시했고, 넷째주에는 아라동 주공아파트 영세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아라주공 아파트 봉사활동을 할 때는 헌옷을 수리하고, 신발을 사다 100∼1000원짜리 알뜰바자도 열어 수익금을 봉사기금으로 쓰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무의탁 노인 찾는 날
토요일인 지난 14일에는 스님을 포함해 박대운·전의순씨 등 3명이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오전 9시 영암사에서 만나 봉개마트에서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전할 라면과 계란 등을 사고 12개로 나눠 포장했다. 이렇게 꾸려진 물품들을 차에 싣고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갔다. 혼자 사는 할머니, 눈이 안 보이는 할아버지, 투병생활을 하는 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장애인 부부 등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이 방문 대상이다. 이들을 위해 스님은 손을 잡아주고 안부도 묻는다. 스님과 푸른마을 회원들을 대한 노인들은 “인정도 모르고 값도 모른다”며 고마워했다. 더러는 “일주일이 너무 길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하기도 한다.
스님께서 무의탁 노인을 찾게 된 것데는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보건진료소장의 도움이 컸다. 영암자비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강금순·강정화 보건진료소장의 도움으로 9년째 지역의 무의탁 노인들을 소개받아 매주 토요일 회원들과 함께 부식과 간식도 사가고 말벗도 돼주고, 청소도 한다. 영암자비회는 올해로 4년째 매주 토요일에는 조천읍 와산·대흘·와흘 지역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둘째 일요일에는 제주양로원에 가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15일에는 장애인과 불우 이웃들에게 나눠줄 김장도 담갔다.
지난 99년에는 비양도 주민 30여명을 초청해 관광도 시켜주는 등 올해로 4년째 비양도와 인연을 맺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부처님도 모셨다. 매달 음력 16일이면 스님은 비양도에 가 있다.
#평생소원 무료양로원 ‘푸른마을’ 공사중
스님은 요즘 너무 바쁘다. 시간을 정해하는 봉사활동도 그러하지만, 스님의 평생소원인 갈데 없는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양로원 ‘푸른마을’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에 2300평의 부지를 마련해 올 봄 기공식을 갖고 양로원 건물을 짓고 있다. 빚을 내고도 공사비가 부족해 언제 완공될지 모르지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거둘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님의 마음은 부풀어 있다.
“계모와 생활하면서 배고프게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크면 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생각을 했어요. 그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왔어요. 예나 지금이나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일체유심조라고 마음이 하고자하면 다 됩니다. 계획을 세워 꾸준히 하다보니까 부처님께서 다 들어줍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고맙수다’는 말로 큰 복덕을 짓는 것 같다는 스님은 “지금은 가만히 앉아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찾아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면서 “평생을 지장보살처럼 중생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