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기자
최근 인터넷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이 있다. 사람 두 명의 목을 잘라 머리를 통째로 떼어낸 뒤 한 명의 머리를 다른 한 명의 몸에 이식해 봉합하는 영상이다.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영상은 19세기 공포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케 한다. 여러 시체의 장기를 다른 시체에 짜집기해 괴물을 탄생시킨 소설 속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과연 현실에도 등장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는 최근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수혜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브레인브릿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수술 전 수혜자와 기증자는 모두 냉각 상태에 들어가 뇌 손상에 대비한다. 이어 로봇 팔이 둘의 목을 잘라 머리를 통째로 떼어낸 뒤 기증자의 머리를 수혜자의 몸에 이식해 봉합한다.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가 지난 22일 머리 이식술 그래픽 영상을 공개했다. /Hashem Al-Ghaili 유튜브
브레인브릿지는 “이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신경과 근육의 정확한 연결이 가능하다”면서 “수술 후 환자는 최대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인 채로 면역체계를 점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브레인브릿지는 AI가 미세한 신경과 근육을 정확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머리 주인의 기억과 의식이 수혜자의 몸으로 옮겨진 뒤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브레인브릿지가 지난 22일 공개한 해당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31일 기준 91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브레인브릿지는 “이 수술을 받으면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8년 내 첫 번째 수술을 수행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하셈 알가일리는 “우리 기술의 목표는 의학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명의 위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머리 이식술은 과학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20세기 초부터 과학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머리 이식술을 시도해 왔다. 1908년 미국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 밑 부분에 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두 개가 된 개는 합병증으로 인해 접합수술 7시간 만에 안락사됐다. 이후 1954년 러시아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개의 상체를 다른 개의 상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둘, 다리가 여섯 개였던 실험 개는 수술 후 29일 동안이나 생존하기도 했다.
1970년 두 마리 원숭이의 머리를 맞교환하는데 성공한 로버트 화이트 교수가 그린 머리이식술 개념도. /학술지 국제외과신경학 제공
브레인브릿지가 주장하는 머리 이식술과 가장 비슷한 실험은 로버트 화이트의 실험이다. 1907년 미국의 신경외과학자 로버트 화이트는 긴꼬리원숭이 두 마리의 머리를 서로 맞바꾸는 실험을 진행했었다. 원숭이들은 즉사하지 않고 실험 후 8일간 생존했지만, 중추신경계를 연결하지 못하고 머리만 교환했기에 하반신은 마비 상태였다. 결국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 원숭이들은 수술 후 9일째 되는 날에 사망했다. 로버트 화이트의 실험은 ‘인간의 머리 이식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가정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온 사건이었다.
만일 브레인브릿지의 실험이 현실화된다면 의학 분야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과학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외과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식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딘 버넷 카디프대학원 신경과학분야 박사도 “여러 측면에서 머리 이식 수술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가깝다”고 일축하며 “민간 기업들이 미래 기술에 관해 주장하는 가설 중에서 가장 극단적”이라고 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학교의 신경과학 전문가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도 “이 수술은 뇌의 작동 방식을 심각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25년 전통의 세계적인 테크 매거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머리를 이식받은 사람은 살아도 마비된 몸을 가질 것”이라며 “머리를 바꾼다는 것은 척수를 자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브레인브릿지의 주장 자체는 허구일지 모르지만, 해당 영상은 머리 이식술의 실행 가능성과 윤리에 대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손가락 신경 접합술을 하는 데에도 부작용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머리이식술은 상상도 못 하겠다”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재능 낭비로 장난치는 것 아니냐”면서 “유튜브에서 보면 진지한 척하면서 고퀄리티로 말도 안 되는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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