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선여경(積善餘慶) >
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에 이런 말이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악지가 필유여앙(積惡之家 必有餘殃)
착한 일을 많이 하여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慶事)가 있고, 나쁜 일을 하여 악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재앙(災殃)이 있다.
주역을 점사나 치고 과거와 미래를 알려주는 신통력이나 미신쯤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역을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은 주역이야말로 우주의 생성•운용 원리를 밝히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자세를 깨우쳐서 실천하게 도와주는 인간학이라고 말한다.
적선여경(積善餘慶)도
삶의 원리를 담고 있다.
단순히 글자만 해석해서 '좋은 일 많이 하라'는 권면 정도로 이해하면 뜻을 좁게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먼저 한 집안의 선업과 경사는 당대에만 발복하지 않는다. 당대에 쌓은 선업은 당대에 돌려받지 못하면 자식대 또는 손자대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친가와 외가까지 포함된다.
다음으로 한 집안의 선업과 경사는 총량이 있다. 아버지가 똑똑하여 그 집안의 발복을 7할쯤 누렸다면 자식이나 형제들은 머리와 재물을 덜 타고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삼대를 통틀어 큰 인물을 한사람 배출했다면 다른 세대나 형제자매들은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무탈하고 무난하게 살아가는 정도를 목표로 삼고 사는 게 좋다. 아버지가 똑똑하거나 부자인데 자식까지도 또 다른 형제들도 똑똑하거나 부자로 살기를 바라는 요즘의 재벌,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집단의 세태는 주역의 가르침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부와 권세의 대물림은 원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욕심일 뿐이다. 그런 욕심은 꼭 부작용이 있게 된다. 세상의 모든 복과 재앙은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대나 손자대에 잘 되기를 바란다면 바른 생각을 가지도록 교육하면서 동시에 나 대에 말과 행동에서 선업을 쌓는 적선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으로 나 대에 남을 울리고 괴롭히면 나 대에 재앙을 돌려받지 않았다면 반드시 자식대에나 손자대에 돌려받게 되어 있다. 그것이 우주와 인간사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은 그런 경사나 재앙을 자기가 왜 받는지 모르고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경주 최부자집 사례를 보면 적선여경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600년부터 1900년까지 300년, 12대에 걸쳐 만석군의 재물을 일궈서 마지막 자손인 독립운동가 최준은 거액의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였고 전재산을 대구대(지금의 영남대)에 기부함으로써 적선여경을 실천했다. 3대도 가기 어렵다는 부자를 12대 300년 동안 이어온 데는 그 집안의 가훈(마음자세를 가르친 육연과 행동을 가르친 육훈)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 六然-육연 >
경주 최부자집의 살면서 가져야 할
여섯가지 마음자세에 관한 가훈.
超-靄-澄-敢-淡-泰 : 초애징감담태
自處超然-자처초연 : 혼자 있을 때도 정도를 걸어라.
對人靄然-대인애연 :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라.
無事澄然-무사징연 : 일이 없을 때는 밝은 마음을 가져라.
有事敢然-유사감연 : 일을 할 때는 결단성 있게 행하라.
得意淡然-득의담연 : 뜻을 이루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라.
失意泰然-실의태연 : 실패했어도 낙심하지 말고 당당하게 처신하라.
< 六訓-육훈 >
최부자집 가문이 지켜온 가훈.
1. 절대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세파에 휘말려 집안에 화를 당할 수 있다.
2. 재산은 1년에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과 사회에 환원한다.
3.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한 후 보냈다. 일년에 3,000석의 쌀을 손님 접대에 썼다고 한다.
4.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하게 해서는 안된다.
5. 가문에 며느리들이 시집 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6.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부자라고 온 나라를 다 구제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사방 백리 안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구제하고 보살펴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 이웃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요즘 돈 좀 있다고, 지위 좀 높다고 자기 잘났다고 으시대고 교만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배워서 실천하면 좋을 가르침이다.
첫댓글 최부자집 미담은 워낙 널리 알려졌지요.
625때도 덕을 베푼 집들은 하인들이 변호해서 모면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