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최인석작 : 변명, 또는 알리바이
1953년생인 작가 최인석은 79년에 희곡으로 등단한 이래 1986년 소설문학사의 장편 공모에서 '구경꾼'이란 소설로 큰상을 탄 작가인데..대학가의 왕빈대등..시국 데모에 흥미도 없는체 하는 아웃사이더의 자위랄지...저는 매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직후 "잠과늪"이란 소설집 가운데 비교적 단편인 '변명. 또는 알리바이'지요. 1987년 6월에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소설집이지만 소설중의 시대배경은 1980년입니다.
그 시절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의미있는 때였지만 굳이 제 개인적 갈파나 해설은 덧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는 꾸준히 여러 작품을 냈는데...연극쪽에서도...잘 모르기로 생략.
하여간 '잠과늪'이란 중편소설도 상당하지만 '변명~' 지금으로부터 무려 40년도 넘은 이야기므로 현재는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군요.
5공초, 정부의 과외금지 정책이 공표되자..주인공 철민은 입주 가정교사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떨려져나와 극한에 서게 됩니다.
서울이 고향인 또는 유복한 집 자식들은 아무 영향 없었지만 지방의 흙수저 서울유학생은 오직 입주 가정교사만이 유일한 학업생계 수단이었으므로 아무리 국내 첫손 꼽히는 대학교 학생이라도 변변한 취미 하나 데이트 한번도 못할..심지어 흔한 데모 한번 나가볼 시간도 없었을 정도로 각박한 생활이었다는...
궁리 끝에 창수란 고향선배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같은 대학 선배이기도 했지만 역시 흙수저의 무일푼으로 서울 유학을 가서 별별 안해 본 알바가 없을 정도로 고생하다가 포장마차로 엄청난 돈을 벌기도 하며..기자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고향사람들은 본명이 있는데도 불구 성이 홍가인 그를 길동이라고 부르며 우상화합니다. 더럽고 시시해서 2년만에 신문기자를 때려치우고 친구들과 출판사를 크게 차려 성공하던 중
시국사건에 말려들어 재판을 받는데 많은 변호사들이 무료변론을 하여 결국 풀려나 술집인가 뭔가로 큰돈을 벌며 고향집에 땅사주고 찾아오는 고향사람들에게 엄청 술을 사주는등...
그런데 아무 이득도 없는 시절엔 그토록 그를 우상화하던 사람들이 막상 혜택이랄지 덕을 보면서부터는 홍길동이도 사라져버리는 아이러니ㅜ
찾아가 만난 길동이 형은 돼지 같이 살이 쪄 있었고 작은 오파상의 사장도 아닌 과장에 불과했으며 걸죽한 남도 사투리로 전화 상대방에게 적나라한 욕설을 퍼부어 주인공에 충격을 줍니다.
"에라이, 염병 삼년에..똥둑간에 한달을 절였다가 뙤약볕에 삼년을 말려죽일 놈들아!"
요정으로 끌고가 생전처음 술과 여자에 혼이 나간 철민은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돈? 벌어불믄 되제 그게 무슨 문제거리라고 그냐.
하여 오파업계에서 비일비재한 '당고치기'라는 작전에 돌입, 한달도 안되는 사이 아무 노동 투여도 없이 전세방값 이상의 거액을 벌게 됩니다.
당고치기. 1회사에 필요한 상품을 2회사가 납품하려고 수입해 놓은 물건을 3회사가 1회사에 물건값을 낮춰 협상하여 타결하고 자금난에 빠진 2회사로부터 헐값에 사서 1회사에 결국 최종 납품하게 되는 것인데
2회사 내부인이 공모했기에 가능했지만 아무 부가가치 창출도 없이 매일같이 요정에서 만나 술판을 벌이며 치밀하게 공작하여
결국 성공하지만 철민은 선배에 대한 실망등 여러 불만이 생겨나지요. 마지막 날, 술을 왕창 마시고 자기집에 가서 더 마시자는 홍창수를 따라 창고같은 아파트로 가서 계속 마시는 철민과 창수.
"니 얼굴 봉게 대강 무슨 맴인지 알것다만..그래..도둑질..범죄 맞지...하지만 범법은 아니랑게 1회사 2회사 3회사도 다 그렇게 컸어. 그게 자본주의여..사유재산제의 치명적인 결함이랄까..나가 책을 하나 써볼랴하는디.."
중언부언에 철민은 갈증이 심해져 혼자 마시는데, 취해서 뻗어버린 줄 알았던 창수가 문득 영웅의 얼굴로 화해 목소리마저 변하여.
"와서 가자는겨..안갈수 있간..차를 타고 고개 박고 얼마나 달렸는지..똑 화장터 시체실 같은..건물였는디..."
"...우~~~아아아아~~학..."
"온갖 별별짓을 다 당혔는디 그 이후가 통 생각이 안나....내 인생에서 그 며칠이 감쪽같이 살져부린 것 맹키로..."
"그 후론 좃이 안서. 별별 짓을 다해도 좃이 안슨당게..."
철민은 분배 받은 거액이 담긴 봉투를 내려놓고 출구에서 돌아보며...
"길동이형.."
"나의 길동이 형"
...부르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은 아직이었다.
2022.1.10
정확히 옮긴 것인지 모르겠는데 95% 이상은 자신합니다.
결국 전작인 '구경꾼'을 보충 변명하는 단편 아니었을지.
출판 직후던가 데모중에 이한열 열사 참극이...ㅜ
어제 모친마저 타계하셨다지요ㅠ...그리고 88올림픽..
그로부터 어언 30년이나 훌쩍 넘어버렸네요.
...새해를 맞아 울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땅의 많은 꽃순이들과 삼돌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2023. 3. 23
70년대부터 수십명 넘는 학생과 노동자가 희생하여
민주를 쟁취 선진 한국의 밑거름이 되었지요.
전엔 대개 알았건만 이제는 기억도 가물해져ㅜ
요즘 사소한 일에도 극단적인 선택이 많던데ㅠ
첫댓글 구경꾼/ 상당한 주제기도 하지만 내용이 독특 골때렸지요. 워낙 가난해 점심도 못 싸오니 젖가락 하나만 휴대하고 다니며 급우들 도시락을 갈취하는 왕빈대..^^
학교 연못에서 금붕어도 낚시로 잡아먹든가..비둘기도 잡아 먹었을듯^
데모도 은수저 이상이라야 한다...ㅜ
밥이 먼저냐 민주가 먼저냐..ㅠ 영원한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