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로 떨고 있는 산을 느끼고 싶었을까.
적당한 비와 혹여 눈이 내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마지막까지 겨울을 견디어 준 산에게 수고 했다 전하고 싶었을까.
보고 있는 산은 산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볼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을 뿐이다. 어제 계룡산의 강설은 나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행복이였다.
순백의 하얀 버선발로 마중나온 계룡산.
막상 들여다보니 심퉁이 난 듯도 하고 시무룩하니 쓸쓸해 보였다.
무슨 사연인가 들어나 보자.
등산에 필요한 장비 중 최고의 고어텍스는 피부이다. 사람의 피부보다 훌륭한 섬유는 없다고 한다. 글쎄…ㅎ
산의 곡률에 맞추어 내 몸의 무게 중심을 움직여야 하는 게 등산이거늘, 하! 오늘은 어찌 설국열차에 올라 타고야 말았네.
러셀은 누가 하는가?
솔로산행을 하시는 경도 님 발자국 덕분에 느긋하게 즈려밟고 서 보기도 하고 쭉 미끄러 지기도 했는데. 하도 뻘쭘하여 산꾼 흉내를 내보려 기껏 내뱉은 말이..
“워메~ 참기름바위가 여기있었네”
설산 산행의 등산 복장은 이렇게.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오늘 하루를 산에서 보냈다면 산행복장은 완전정복이 된다.
연천봉 고개.
연천봉에 갔다 내려 올 것인가?
바라보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빨리 결정하라! ㅎ
바람이 남긴 실루엣. 곡선은 단 한 번도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다.
폭설에 나무들은 떨어져 내리는 겨울을 견디고 다가 오는 계절을 겸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채로 바람에 햇살에 눈부시게 흔들리고 있을 테다.
봄이기엔 너무나도 부끄러웠지만 이름 붙이지 않아도 이미 있었던 계룡산의 의연함 속에 잠시 있었던 어제였기에 그리고 걸을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작은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한다면 함산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
끝까지 앞서서 걸어 주셨던 로움 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른 귀가 덕분에 이쁜 하늘은 덤이다.
첫댓글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하셨네요. 인생 한 꼭지 추억도 남기신 걸 더불어 축하 드립니다.
동산 님 께서 축하 해 주시니 더 없이 기쁩니다.
덕분에 계룡산은 보질 못 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흠뻑 먹은 보람이 더 크네요 ^^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야 할 때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함께 드는 마음이지요.
아무도 발자국을 내지 않은 길을 가는 설레임..
혹시라도 내가 길을 잘못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
내 발자욱을 따라 올 사람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걸음을 떼기가 두려워집니다.
특히나 헷갈리는 갈림길에서는..
길이 없어지는 폭설이 내린 계룡산에서 든 생각입니다.
눈길 산행..수고하셨습니다.
함부로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 은 등산인의 불문율이자 신념일 수도 있겠습니다… 산에서 돌연 만나는 자연에서 삶의 태도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산행에서 얻는 좋은 경험이지요. 산에 모든 해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찾질 못 하고 있으니.. ㅠ
닥쳐 올 춘삼월을 앞두고 거의 몸부림으로 걸었던 계룡산. 춘설치고 폭설 수준의 함박눈 이였지만 봄의 온기를 숨기지는 못 하더군요..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어디선가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을 생강나무가 생각나네요. 생강나무 꽃 향기가 대장님 코 끝에 가장 먼저 닿기를 바래 봅니다.
따뜻한 글 고맙습니다.